- 시설공단 이사장 공모 감사에 속보 경위까지 논란…본질은 절차적 하자 규명
- 남의 취재 성과에 숟가락 얹는 ‘우라까이’ 지역 언론
- 현직 이사회 의장 공모 참여·임추위 구성·제척 및 회피 여부부터 확인해야
감사는 행정의 잘못을 밝히는 것이고,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것이다. 감사가 기자의 취재원을 찾는 데 치중하고 언론이 다른 언론의 취재 성과를 문제 삼는다면 모두 본분을 벗어나는 일이다.
가평군청 외경.[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모를 둘러싼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본보는 지난 9월 10일 임원추천위원회 면접 직후 신동훈·신범수·박영주 후보가 최종 추천됐으며, 각각 면접 1~3순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후 가평군이 공단에 자체감사를 지시한 가운데 군의회 5분 자유발언에서도 공식 발표 이전에 후보 명단과 순위가 보도된 점이 거론됐다. 일부 지역 언론 역시 비슷한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공식 발표 전에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것이 문제라면 언론은 행정기관의 보도자료를 기다리는 홍보 창구에 불과해진다.
언론의 속보는 취재 경쟁의 결과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역시 정당한 정보 취득과 취재원 보호를 강조한다. 위법한 정보 유출이나 불법적인 취재행위가 확인됐다면 관련 법령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 없이 정보 제공자를 찾는 데 감사의 초점을 맞춘다면 언론의 취재 활동과 공익제보를 위축시킬 수 있다.
군의회도 본연의 역할을 돌아봐야 한다. 감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언론의 정보 입수 경위를 문제 삼는 발언은 공단에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현직 공단 이사회 의장이었던 김구태 씨의 공모 참여 과정과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제척·회피 여부, 응모자격 판단 등 이미 제기된 의혹을 관련 규정과 객관적인 자료에 따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김씨가 이사회 의장으로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관여했는지, 본인이 응모한 공모의 심사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지, 제척·회피 규정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응모자격 심사의 근거와 판단 과정 역시 명확히 밝혀야 한다.
누가 기자에게 알려줬느냐가 아니라 공모 절차에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밝히는 것이 감사의 본질이다.
일부 지역 언론의 태도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른 매체가 먼저 취재한 내용을 별도의 확인 없이 표현만 바꿔 보도하는 이른바 '우라까이'는 정상적인 후속취재와 다르다. 타사의 보도가 잘못됐다면 근거를 제시하고, 부족하다면 추가 취재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면 된다.
남의 기사에 숟가락을 얹는 것으로 취재력을 대신할 수는 없다. 다른 언론의 속보가 못마땅하다면 직접 취재해 더 많은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 순서다. 특히 가족관계로 연결된 지역 언론사의 공공입찰 참여와 지방자치단체 행사 용역 수주, 행정광고 등 경제적 이해관계가 제기된 언론이라면 취재·보도의 독립성과 이해충돌 방지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 관련 의혹은 객관적인 계약 자료와 입찰 기록으로 검증돼야 하며, 경제적 이해관계가 보도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평군은 이번 감사의 목적과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공모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규명하고, 문제가 없었다면 객관적인 근거를 공개하면 된다. 정치인은 행정을 감시하고, 언론은 권력을 견제하며, 언론끼리는 취재로 경쟁해야 한다.
공해(公害)는 환경오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취재보다 이해관계를 앞세우고, 검증보다 베끼기에 의존하며, 책임 규명보다 불필요한 논쟁에 매달리는 행태 역시 지역사회의 공론장을 훼손한다. 감사의 칼끝은 행정의 잘못을 향하고, 언론의 펜은 권력을 향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와 언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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