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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번 겹친 입찰…가평군, 이제는 ‘입찰제한 여부’ 정식 조사하라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9.28 09:43
  • 조회수 74,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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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일 주소·가족 지배 A·B사, 5년간 약 1,500건 동시 투찰 의혹
  • 가평 대형 행사부터 포천·서울 수의계약까지 반복 수주 정황
  • 지방계약법, 담합 확인되면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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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을 거점으로 앞에서는 언론사, 뒤로는 용역이란 이름으로 활동해 온 A·B사를 둘러싼 공공입찰 의혹은 더 이상 단순한 ‘업체 간 경쟁’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본보가 네 차례에 걸쳐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두 업체는 동일 건물·동일 층에 주소를 두고 부부와 자녀가 대표·감사 등으로 얽힌 가족 지배구조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자가 나라장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두 업체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1,500건의 공공입찰에 함께 참여했고, 동일 발주 건을 기준으로도 700건 이상 동시 투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가족관계나 같은 주소를 사용한다는 사실, 같은 입찰에 반복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담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조사가 필요하다.

 

본보 취재에서 드러난 계약 관계는 가평군에 국한되지 않았다. 포천시에서는 2018~2025년 A·B사가 모두 18건, 약 2억5,800만원 규모의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중랑구에서도2021~2025년 20건, 약 4억5,600만원 규모의 용역 계약이 확인됐으며, 제보자는 이들 계약 상당수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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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사 두 업체는 가평읍에 있는 동일 건물·동일 층에 주소를 두고 부부와 자녀가 대표·감사 등으로 얽힌 가족 지배구조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이 건물 1층은 부인이 직접 운영을 했으나 최근 임대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출처/나라장터]

 

가평군에서도 최근 5년간 본청과 읍·면의 주요 행사·행정 관련 용역 가운데 확인된 13건, 약 4억300만원이 두 업체에 돌아갔다. 행정대집행부터 군민의 날 행사, 자라섬 꽃 페스타, 성화 봉송, 읍·면 행사, 청사 청소 등 사업 분야도 다양했다.

 

따라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두 업체가 실제로 독립된 경쟁자였느냐는 것이다. 대표자가 누구인지, 주소가 어디인지만 볼 일이 아니다. 입찰가격 결정은 각각 독립적으로 이뤄졌는지, 투찰 과정에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는지, 인력·장비·회계·자금·전화·컴퓨터 등이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

 

법은 ‘담합’에 입찰제한 장치를 두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31조는 경쟁입찰이나 계약 과정에서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끼리 미리 입찰가격·수주물량·계약내용 등을 협정하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해 담합한 경우 부정당업자로 보고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 제92조도 부정당업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계약심의위원회를 거쳐 1개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315조 역시 위계·위력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친 행위를 ‘입찰방해’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핵심은 ‘의혹이 있으니 당장 제재하라’가 아니다. 이 정도 정황이 제기됐는데도 왜 실질적인 조사와 판단 절차를 밟지 않느냐는 것이다.

 

“참가자격 있다”는 답변만으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가평군은 앞서 민원에 대해 해당 업체들이 입찰 참가자격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는 이번 의혹의 본질과 다르다. 문제는 사업자등록증이나 면허가 있느냐가 아니다. 서로 경쟁해야 할 두 업체가 실제로 독립적으로 입찰했느냐가 핵심이다. 현행 지방계약법 시행규칙도 부정당업자 제재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업체가 있으면 계약담당자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B사의 최근 수년간 가평군 발주사업 참여내역과 투찰가격·시간을 전수 분석하고, 업체 간 임직원·주소·전화번호·장비·인력·계약수행 구조 등을 확인한 뒤 필요한 경우 조달 관련 자료와 관계기관 조사 결과까지 확보해 부정당업자 제재 대상인지 정식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취재를 통해 제기된 정황만으로 A·B사의 담합이 확정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대로 “서류상 참가자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 역시 성급하다. 5년 동안 약 1,500여 차례 동시 투찰했다는 제보자 분석, 동일 주소와 가족 지배구조, 가평군과 관외 지자체에서의 반복적인 계약 수주 정황이 제기됐다면 행정기관은 최소한 그 실질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 사전 가격 협의나 낙찰자 조정 등 법에서 정한 담합 행위가 확인된다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제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는 특정 업체를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공공입찰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 즉 공정한 경쟁 질서를 지키기 위한 행정의 책무다.

 

공공입찰의 재원은 결국 군민의 세금이다. 경쟁입찰을 하는 이유는 여러 업체가 독립적으로 경쟁하게 함으로써 예산을 아끼고, 특정 업체에 계약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 경쟁이 형식뿐이었다면 피해자는 정상적으로 경쟁한 다른 업체이고, 궁극적으로는 세금을 낸 군민이다. 더욱이 이번 의혹에는 가족 법인뿐 아니라 반복적인 수의계약과 언론을 매개로 영향력이 행사됐다는 주장까지 얽혀 있다. 이 부분 역시 계약과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별도의 객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두 업체는 정말 서로 경쟁했던 독립된 회사였는가. 1,500여 건에 달한다는 동시 투찰은 각각 독립된 판단의 결과였는가. 가평군의 대형 행사와 용역이 반복적으로 두 업체에 돌아간 과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왜 지금까지 실질적인 조사와 부정당업자 제재 여부에 대한 공식 판단 절차를 밟지 않았는가. 충분한 정황이 제기됐는데도 조사하지 않는 것 역시 공정한 계약행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담합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를 투명하게 밝히면 된다. 반대로 담합이 확인된다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공입찰은 어느 특정 업체도, 어느 가족도, 어느 인맥도 독점할 수 없는 군민의 공적 시장이지 언론을 앞세운 '가족의 운동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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