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군 관급입찰에 드러난 ‘법인 쪼개기’ 의혹...형식은 경쟁, 실질은 가족 담합

경기 가평군이 발주한 관급 용역 입찰 과정에서 이른바 ‘법인 쪼개기’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며 공공입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겉으로는 다수 업체가 경쟁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족 관계로 얽힌 법인들이 동시에 참여해 실질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요신문은 17일,올해 6월 진행된 가평군 관급 청소용역 입찰에는 총 5개 업체가 참여했고, 가평읍 소재 A사가 약 5,760만 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입찰 종료 후 참가 업체들의 관계가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탈락 업체 가운데 한 곳은 A사와 동일한 주소지를 사용하고 있었고, 조사 결과 해당 업체 대표는 A사 대표의 배우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탈락 업체 두 곳 역시 가족 관계로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겉으로는 5개 업체가 참여한 경쟁 입찰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족 단위로 연결된 법인들이 동시에 입찰에 참여한 구조로, 사실상 3개 업체만 경쟁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명의만 분리됐을 뿐 인력·장비·운영 주체가 동일하다면 이는 형식적 경쟁을 가장한 부당한 공동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여성기업 특례 악용 지적… 소액 수의계약에 집중
이 같은 구조는 특히 여성기업인 지원 특례가 적용되는 소액 수의계약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본지 취재 결과, 읍·면 단위에서 체결된 다수의 소액 수의계약에서 동일하거나 특수관계에 있는 사업체들이 반복적으로 계약을 수주한 사례가 적지 않게 확인됐다.
실제로 한 사업주는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각각 사업체를 설립해 올해에만 총 32건의 관급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 금액은 약 3억 2천만 원에 달했다. 계약은 모두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대표 명의만 여성으로 바꿨을 뿐 실제 운영과 의사결정은 기존 사업주가 맡는 구조가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여성기업 특례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하는 행정의 허점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여성 대표의 실질적 경영 참여 여부, 자금·인력·장비의 독립성, 동일 주소지나 가족 관계 법인의 중복 입찰 여부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원 판결로 확인된 하도급 위반’…반복되는 입찰·계약 논란
문제는 이번 의혹이 일회성 논란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평군이 발주한 공공공사와 용역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위법·부당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자라섬 보행교 공사에서는 하도급자를 불법적으로 변경한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또한 최근 긴급 발주된 17억 원 규모의 공사에서는 군청 공무원이 원청업체에 “하도급을 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압박했다는 녹취와 증언도 공개됐다. 입찰 공고 어디에도 없는 ‘하도급 금지’가 공무원의 구두 지시로 사실상 강제된 사례다.
이 같은 사안들은 업무 태만을 넘어 직권남용 소지까지 제기되지만, 가평군은 관련 사안에 대한 후속 조치나 징계 여부에 대해 일체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행정 내부의 책임 소재 규명은커녕, 문제 제기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덮고 감추는 행정, 미필적 고의의 공범”
지역사회에서는 “제식구 감싸기가 관행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공직자의 위법·부당 행위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단체장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문제를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위법성이나 중대한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관리·감독 책임자가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책임 문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입찰은 혈세가 투입되는 영역이다. 그 공정성과 투명성이 무너질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에게 돌아간다. 반복되는 입찰 비리 의혹과 행정의 침묵 앞에서, 군민들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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