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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나가라면서 땅은 넘겨준다? 포천시의 앞뒤 안 맞는 행정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10.20 11:01
  • 조회수 1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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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유지 반환 요구하다 국방부와 맞교환 추진…백영현 시장의 정책 원칙은 무엇인가
  • 군부대 철수 요구하면서 장기 주둔 기반 마련해 주는 모순…시민이 납득하겠는가
  • 79억 원 교환차액보다 중요한 것은 포천의 미래…75년 희생을 헐값에 정리해서는 안 된다

윤경례 의원의 4대 요구사항.png

제196회 포천시의회 정례회서 윤경례 의원이 백영현 시장에게 요구한 네가지...옛 6군단 시유지 맞교환 전면 재검토 촉구

군부대에는 나가라고 하면서 그 군부대가 계속 사용할 땅은 아예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앞뒤가 맞는 행정인가. 포천시가 추진하는 옛 6군단 부지의 시유지 맞교환을 두고 하는 말이다.

 

포천시는 그동안 국방부에 옛 6군단 부지 내 시유지 약 8만 평을 돌려달라고 요구해 왔다. 2025년 12월 31일까지 반환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사용기간 연장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환하지 않으면 변상금을 부과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그랬던 포천시가 이제는 국방부와 토지 맞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군부대가 사용하고 있는 시유지 약 2만 평을 국방부에 넘기고 다른 국유지를 받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이다.

 

빌려준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던 사람이 상대방이 돌려주기 어렵다고 하자 아예 소유권을 넘겨주는 격이다. 더구나 그 상대방은 수십 년 동안 포천의 땅을 무상으로 사용해 온 국가기관이다. 지난 제196회 포천시의회 정례회에서 윤경례 의원이 백영현 시장을 향해 제기한 문제는 바로 이 모순이다.

 

윤경레2.png

 

윤 의원은 관련 근거자료를 제시하며 이번 맞교환이 국방부의 기존 군사시설 활용과 안정적인 군 주둔 여건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포천시는 시민에게 군부대 철수와 시유지 반환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국방부에는 계속 주둔할 수 있는 토지 소유권을 확보해 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맞교환이 곧 군부대의 영구 주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철수 일정도, 이전 조건도, 향후 부지 활용에 대한 확실한 약속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부터 넘겨주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한번 넘겨준 땅을 다시 돌려받으려면 새로운 협상이 필요하다. 포천시가 지금 가진 소유권이라는 협상 수단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포천시는 왜 서두르는가.

 

백영현 시장에게 묻는다. 군부대 전체 철수가 목표인가, 아니면 국방부의 안정적인 주둔을 도와주는 것이 목표인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맞교환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포천시가 강조하는 경제적 효과다.

 

윤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토지 교환차액은 감정평가 기준 약 31억 원, 개별공시지가 기준 약 79억 원이다. 평가방식에 따라 약 48억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러나 79억 원이라는 숫자가 과연 포천의 미래와 맞바꿀 만큼 큰 이익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6군단부지.png

 

옛 6군단 부지는 전체 약 27만 평에 이른다. 단순한 군사시설 부지가 아니다. 포천의 도시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산업과 주거, 상업 기능을 담을 수 있는 미래 자산이다. 그런데 그 한가운데 군사시설이 계속 남아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해도 도로 연결과 부지 확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기업이 들어오고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마다 국방부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땅의 모양을 정리했다고 해서 개발 가치가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땅을 얼마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느냐다.

 

군부대 담장에 둘러싸인 개발지역이 과연 포천시가 말하는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포천시가 정말 시민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맞교환의 장점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군사시설 존치에 따른 손실과 제약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포천이 감내해 온 75년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포천은 오랜 세월 국가안보를 위해 군사시설 주둔에 따른 토지 이용 제한과 지역개발의 어려움을 감수해 왔다. 국가안보를 위해 포천이 희생했다면 이제는 국가가 포천에 답할 차례다. 그 보상이 고작 토지 맞교환에 따른 차액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방부가 군사시설 이전 비용과 작전상 어려움을 이유로 철수를 미루고 있다면 포천시는 국가에 이전 비용과 대체시설 마련, 부지 정화, 기반시설 확충에 대한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경기도와 국회까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국가 차원의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시장이 해야 할 일이다.

 

국방부가 어렵다고 하니 포천시가 땅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가 철수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과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협상의 방향이다. 

 

백영현 시장은 이제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시유지 반환 원칙을 왜 바꿨는가. 국방부와 군부대 철수 일정에 대해 무엇을 합의했는가. 맞교환 외에 단계적 반환과 군사시설 이전 등 다른 대안은 얼마나 검토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 없이 맞교환을 밀어붙인다면 시민의 재산과 포천의 미래를 놓고 충분한 검증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행정은 당장의 숫자로만 평가받지 않는다. 오늘의 결정이 10년, 20년 뒤 시민에게 어떤 결과를 남길 것인지까지 책임지는 것이 행정이다.

 

특히 토지 소유권 이전은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따라서 철수 계획과 개발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포천시는 맞교환 절차를 일단 멈추고 시민 앞에 모든 협상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군부대 전체 철수라는 원칙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군사시설 존치를 전제로 개발을 추진할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약속하면서 그 사이의 모순을 설명하지 않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

백영현 시장이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포천의 땅은 국방부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포천시민과 미래 세대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75년을 기다린 시민에게 돌아올 답이 군부대 철수가 아니라 군부대에 땅을 넘겨주는 것이라면, 그것을 과연 반환 협상의 성과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포천시가 돌려받아야 할 것은 단순히 땅 몇 필지가 아니다. 오랜 군사도시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권리다. 군부대는 나가라면서 땅은 넘겨주는 행정. 백영현 시장은 이 모순부터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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