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일 주소·가족 지배 구조…1,500여 건 동시 투찰

가평 기반 ‘부부 용역회사’의 조직적 입찰 담합 의혹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고있다. 가족 명의 법인을 동원해 수년간 공공입찰에 동시 참여해 왔다는 문제 제기에 더해,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연고 없는 업체임에도 수차례 수의계약을 체결한 배경에 언론사와의 유착 정황이 포착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동일 주소·가족 지배 구조…1,500여 건 동시 투찰
의혹의 핵심은 가평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두 용역 법인이다. 이들 업체는 동일 건물·동일 층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대표이사와 감사직을 부부·자녀 간에 맞바꾸는 방식의 가족 지배 구조를 유지해 왔다.
A사는 부인이 대표이사, 남편이 감사로 등재돼 있고, B사는 남편이 대표이사, 자녀가 감사직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형만 분리했을 뿐 사실상 하나의 기업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달청 나라장터 자료에 따르면 두 법인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약 1,500건의 공공입찰에 동시 참여했으며, 동일 발주 기준으로도 700건 이상 함께 투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을 가장한 구조적 중복 참여, 즉 입찰 담합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법조계는 실제 낙찰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 가능성을 지적한다. 형법 제315조(입찰방해죄)는 결과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입찰의 공정성을 해칠 의도가 입증되면 성립한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역시 사전 합의와 실행 정황만으로도 제재가 가능하다.
서울 ○○구 2020-25까지 5년간 수의계약 수십 건…배경엔 ‘언론 노출’,포천시에서도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당 부부 법인은 가평·경기도를 넘어 서울 소재 ○○구청과도 2020-25년까지 5년 간 수십여 건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지역과 업체 간 지리적·연고적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특히 동일 업종 업체가 다수 존재하고, 통상 경쟁 입찰이 가능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수의계약이 이뤄진 점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취재 결과, 이 과정에서 2019년 경기도 지역 언론사 협회 명의로 구청장을 ‘띄우는’ 홍보성 기사가 다수 게재됐고, 해당 구청장이 감사패를 수여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언론 보도와 수의계약 시점이 겹친 정황도 포착됐다. 지역 용역업계 관계자는 “입찰이나 수의계약을 앞두고 언론 노출이나 감사패가 오가는 구조라면, 이는 단순 홍보를 넘어 언론을 매개로 한 이권 개입 의혹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조사 ‘초읽기’…행정기관 책임론도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가족 법인 관련 신고 건에 대해 기초 사실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조사에 들어갈 경우, IP·MAC 주소 분석, 투찰 로그 비교 등을 통해 실질적 담합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최초 제보자 C씨는 가평군에도 자체 감사와 형사 고발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제출했다. 그는 “행정기관이 구조적 담합 의혹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직무유기”라며 “미온적 대응이 이어질 경우 감사원 감사 청구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문제의식은 확산되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이번 사안은 특정 업체의 일탈이 아니라, 가족 법인·유령 법인을 통한 공공입찰 잠식 구조를 보여준다”며 “언론을 앞세운 우회적 영향력 행사까지 사실로 드러난다면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혹은 공공입찰 제도의 허점, 수의계약 남용, 그리고 언론을 매개로 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까지 겹쳐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업체는 물론, 계약을 체결한 지자체와 언론계 전반으로 책임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 경쟁을 전제로 한 공공계약 제도가 가족 법인과 언론 네트워크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지, 공정위 조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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