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작업복 차림으로 차량 세우고 “어디 가세요”…기자에게는 “어디 기자냐”
‘제20회 경기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 2026 가평’ 개막식이 열린 28일, 행사장으로 향하는 자라섬 길목은 축제의 설렘보다 위압감이 먼저 느껴졌다. 자라섬 입구부터 검은색 작업복을 입은 행사 용역 인력들이 곳곳에 서 있었다. 두 다리를 벌린 채 무표정한 얼굴로 길목을 지키고 있는 모습은 방문객을 맞는 안내요원이라기보다 출입자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경비 인력에 가까워 보였다.

28일 가평군 자라섬 서도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 제20회 경기도 장애인 생활 체육대회가 열렸다.[사진/ 정연수 기자]
이들은 행사장으로 향하는 차량을 일일이 세운 뒤 거칠고 고압적인 말투로 “어디 가세요?”라고 물었다. 친절한 안내나 인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질문을 던지는 표정과 말투에서는 방문객을 환영한다는 분위기보다 상대방을 의심하고 검문하는 듯한 태도가 느껴졌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이번에는 “어디 기자냐”고 다시 물었다. 이에 기자가 “어디 기자라고 하면 아느냐. 언론사에 따라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냐”고 되묻자 별다른 설명도 없이 들어가라고 했다. 도대체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세웠고, 왜 소속 언론사까지 물었는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행사 관계 차량인지, 주차 장소가 어디인지 안내하기 위한 질문이었다면 목적부터 정중하게 설명했어야 한다.
이날 불쾌감을 느낀 사람은 기자만이 아니었다. 행사장을 찾은 부천시 장애인체육 관계자도 용역 인력의 태도로 인해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 수원시에서 온 체육 관계자 역시 행사장 진입 과정에서 용역 인력의 무뚝뚝하고 고압적인 응대로 불편함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경기권 전역에서 온 선수와 관계자들을 따뜻하게 맞아야 할 축제의 길목에서 오히려 방문객들이 눈치를 보고 불쾌감을 느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행사 용역 인력은 철거 현장에 투입된 사람들이 아니다. 무허가 건물이나 재개발 현장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철거 용역은 더더욱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생활체육 축제에서 이들에게 맡겨진 역할은 원활한 차량 통행과 주차 안내, 행사 질서 유지, 안전사고 예방이다.
그런데도 일부 용역 인력의 태도는 방문객을 돕는 안내자가 아니라 출입자를 통제하는 권력자처럼 비쳤다. 축제장 입구에 섰다는 이유로 마치 ‘완장’을 찬 듯 행동하는 모습은 시대착오적이다. 한마디로 ‘똠방각하’를 연상케 했다.
물론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대규모 행사에서는 차량 통제와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불친절과 고압적인 태도까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특히 이번 대회는 장애인 생활체육인들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축제다. 선수와 가족, 자원봉사자와 방문객들이 누구보다 편안하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행사장 입구에서 처음 마주하는 사람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압적인 질문부터 던진다면 아무리 개막식이 화려해도 축제의 첫인상은 이미 망가질 수밖에 없다.
검은색 작업복 형태의 복장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행사 안전요원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밝고 단정한 복장을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방문객에게 위압감을 주는 복장과 자세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이 이번 행사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평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용역 인력들이 등장해 무표정한 말투로 방문객을 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행사 주최 측이 용역계약만 체결한 뒤 현장에서 어떤 복장과 태도로 방문객을 응대하는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회를 위해 가평군과 대회 준비단은 폭염과 안전사고에 대비해 냉방버스를 마련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러나 철저하게 준비한 행사도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는 용역 인력의 잘못된 태도 하나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축제장은 누구나 기분 좋게 찾아와 함께 즐기는 공간이다. 방문객을 잠재적인 통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순간 축제의 의미는 퇴색한다.
용역 인력은 ‘완장’을 찬 통제자가 아니다. 축제의 첫인상을 만드는 안내자다. 가평군이 이 단순한 원칙조차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지역 행사 때마다 “용역 깡패인가, 행사 안내자인가”라는 불쾌한 질문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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