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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도, 공직사회도, 지역주민도 모르는 가평 ‘공동화 위기’…3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10.12 16:56
  • 조회수 87,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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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9년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 전망…수도권 관광객 동해안 접근성 개선, 가평 관광산업 중대 변수
  • 가평역에서 북면 계곡까지 여름철 1시간…춘천에서 속초까지 철도로 39분, 관광객 선택 달라질 수도
  • 관광객은 동해안으로, 청년은 일자리 찾아 외지로…가평의 10년 뒤를 준비할 정책은 무엇인가
  • 안보공원 287억원·천년뱃길 100억원 안팎 투자…변화하는 관광환경에 대응할 중장기 전략은
  •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에도 지방소멸대응기금 361억원 확보 홍보…인구·일자리·지역경제 성과 검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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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군민의날'을 기념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3년 뒤로 다가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 관광객을 주요 소비층으로 삼아온 가평군으로서는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관광객의 이동 경로와 소비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가평군이 지난 12일 발표한 인구감소지역 재지정 관련 자료에는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 실적과 관광시설 조성사업 등이 주요 내용으로 제시됐을 뿐,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에 따른 관광 수요 변화나 지역경제 대응 전략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서태원 군수가 이끄는 가평군은 물론 관련 부서와 가평군의회, 지역사회가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대비하고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관광객 유치에 의존해 온 지역경제 구조와 청년인구 감소, 고령화가 맞물린 상황에서 외부 교통환경의 변화까지 가세할 경우 가평의 지역 공동화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가평 관광객은 어디로 향할까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지난 2022년 10월 18일 착공식을 개최한 국가철도사업이다. 춘천에서 화천·양구·인제를 거쳐 속초까지 약 93.7㎞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당초 2027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공사 일정 조정 등으로 현재 2029년 개통이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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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개통되면 서울 용산에서 속초까지 약 99분, 춘천에서 속초까지 약 39분 만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 소요시간은 향후 열차 운행계획과 정차역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가평의 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평은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산과 계곡, 북한강을 기반으로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여름철 계곡 관광과 펜션, 캠핑장, 수상레저 등이 지역경제의 주요 기반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면 수도권 관광객들이 가평뿐 아니라 속초와 동해안 관광지를 이전보다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철도 개통이 곧 가평 관광객 감소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도권 근교라는 지리적 이점에 의존해 온 기존 관광산업이 새로운 경쟁환경에 놓인다는 점은 분명하다. 가평군이 이러한 변화를 예상하고 관광객 이동과 소비 형태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지, 관광업계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 가평역에서 북면까지 1시간…그 시간에 동해안으로 간다면 

 

가평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여름철 교통 혼잡이다. 관광 성수기에는 가평역에서 북면 일대 계곡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1시간가량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관광객 입장에서는 가평에 도착한 뒤에도 목적지까지 상당한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야 하는 셈이다.

 

반면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면 춘천에서 속초까지 약 39분 만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가평역에서 북면까지의 차량 이동시간과 춘천에서 속초까지의 철도 이동시간은 출발지와 교통수단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각 관광지까지의 전체 이동시간도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그럼에도 관광객의 선택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가평의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기 위해 교통체증을 감수할 것인지, 철도를 이용해 동해안의 바다와 관광시설을 찾을 것인지는 앞으로 관광객들이 판단할 문제다. 더욱이 속초와 동해안은 해수욕장뿐 아니라 숙박시설, 음식점, 전통시장 등 다양한 관광 기반을 갖추고 있다.

 

가평군이 교통 혼잡과 관광지 접근성, 숙박·체류 환경 등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관광객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철도망 확대를 활용해 춘천과 가평, 동해안을 연결하는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할 기회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철도 개통 자체보다 가평군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 안보공원 287억원, 천년뱃길 100억원…관광시설 늘리는 것이 해법인가 

 

가평군은 현재 북면 관광안보공원 조성사업에 총 28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경기도비 160억원, 군비 64억원, 지방소멸대응기금 63억원이 포함된 대규모 사업이다.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고 안보의 가치를 알리는 사업의 목적은 분명하다. 다만 지방소멸대응기금까지 투입되는 만큼 지역경제와 인구 유지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북한강 천년뱃길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100억원 안팎의 재정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이 사업은 북한강 수상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관광시설의 규모와 관광객 숫자만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 이용객 가운데 가평에서 숙박하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지역 상권에서 얼마를 소비하는지, 주민 일자리는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관광객이 증가하더라도 대부분 당일 방문에 그치거나 지역 내 소비가 제한적이라면 대규모 재정투자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시설 완공 이후 운영비와 유지관리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가평군은 관광시설을 얼마나 조성했는지뿐 아니라 투자한 재정이 주민소득과 지역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 인구감소지역 재지정…361억원 확보했지만 주민은 얼마나 늘었나 

 

가평군은 12일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재지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지방소멸대응기금 361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강 천년뱃길과 관광안보공원 등을 포함한 19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은 지방소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행정적 지표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금을 확보한 것과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지난 5년간 가평군의 주민등록인구는 얼마나 변했는가. 청년층의 전출은 얼마나 줄었으며, 지역에 정착한 청년과 신혼부부는 얼마나 늘었는가. 관광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 가운데 주민들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는 몇 개인가. 이러한 지표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정책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361억원은 5년간 확보한 기금 총액으로, 실제 집행액이나 사업 완료에 따른 성과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평군이 연도별 기금 집행액과 사업별 성과, 정주인구 변화 등을 함께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 관광객이 줄면 숙박업·음식점·상가까지…지역 공동화 우려 

 

가평에서 관광산업은 단순히 관광업 종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펜션과 캠핑장, 음식점, 카페, 편의점, 농산물 판매점 등 상당수 지역 상권이 외부 방문객의 소비와 연결돼 있다. 관광 수요가 줄어들면 숙박업소의 매출 감소가 음식점과 소매업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지역 일자리와 주민소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년층의 지역 이탈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관광산업의 변화가 지역 공동화 문제와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 주민이 줄면 소비가 감소하고, 소비가 감소하면 상점과 생활서비스가 축소될 수 있다. 다시 생활환경이 나빠지면 새로운 주민의 정착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실제 가평 관광객 감소나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가평군은 개통 이후의 영향을 막연히 우려하거나 낙관하기보다 관광객의 출발지와 이동수단, 체류시간, 소비액 등을 분석해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 유치 정책과 주민 정착 정책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군수·공직사회·군의회·지역주민…3년 뒤 변화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나 

 

가평군의 미래를 준비하는 책임은 군수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광정책을 수립하는 공직사회는 변화하는 교통환경과 관광시장에 대한 분석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가평군의회는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관광사업의 경제성과 지방소멸 대응 효과를 검증하고, 중장기 대응 전략이 마련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지역 관광업계와 주민들도 관광객 수요 변화가 자신들의 생업과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관광시설 조성사업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동안 청년 일자리와 주거, 의료, 교육 등 주민들의 정착을 위한 정책에는 어느 정도의 재정이 배분됐는지도 점검할 대목이다.

 

가평군이 2027년 사업으로 군립의원과 24시간 응급시설, 청년 정착, 통합돌봄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주민 생활환경 개선과 관련된 정책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관광시설 투자와 어떤 우선순위로 추진되는지, 실제 인구 유지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지방소멸 문제는 예산 확보나 관광객 유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주민들이 지역에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 2029년은 3년 뒤…서태원 군정, 가평의 10년 뒤를 준비하고 있나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전망되는 2029년까지 남은 기간은 약 3년이다. 철도 개통은 가평 관광산업에 새로운 경쟁을 가져올 수도 있고, 인접 지역과의 관광 연계를 확대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으로 변화할지는 향후 교통 여건과 관광객의 선택, 지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 관광환경이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평군은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에 따른 관광 수요 변화 분석 여부와 대응 전략, 대규모 관광사업의 경제적 효과,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집행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서태원 군수에게도 구체적인 설명이 요구된다. 지난 5년간 확보한 지방소멸대응기금 361억원이 가평의 인구와 일자리, 주민 생활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앞으로 3년 뒤 달라질 관광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가평군의회 역시 대규모 관광사업의 추진 현황뿐 아니라 철도 개통 이후 지역경제 변화에 대비한 정책과 예산이 충분히 마련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지역주민들도 관광시설 확충과 예산 확보 소식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사업들이 지역의 장기적인 생존 기반을 강화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가평 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영향을 분석하고 대비해야 할 시점이 이미 다가왔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을 지역발전의 기회로 삼겠다면 관광시설 투자와 정주 여건 개선의 효과를 객관적인 지표로 입증해야 한다. 2029년 철도 개통을 앞둔 지금, 가평군에 필요한 것은 관광객이 얼마나 더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만이 아니다. 관광객의 선택이 달라져도 지역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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