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억원 들인 칼봉산 체험단지, 깨진 유리창은 비닐로…지붕·천장까지 훼손
- 군 “사용 안 하고 중간 보수도 없어”…공공시설 관리 책임은 어디에
- 복구에 다시 4억8천만원 계획…문 닫은 시설에 군민 부담만 쌓인다

▲ 220억원을 들여 조성한 가평 칼봉산 산림생태문화체험단지. 군민의 세금으로 세운 시설은 폐허를 방불케 한다.[사진/정연수 기자]
깨진 유리창을 대신한 것은 비닐이었다. 출입구 방부목은 떨어져 나갔고, 건물 지붕 일부는 바람에 뜯겨 있었다. 내부 천장도 곳곳이 떨어져 나갔다. 220억원을 들여 조성한 가평 칼봉산 산림생태문화체험단지. 군민의 세금으로 세운 시설은 폐허를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 짓는 데 220억원, 다시 고치는 데 4억8천만원. 그 사이 시설을 제대로 관리할 책임은 어디에 있었는가.
가평군은 올해와 내년 예산을 투입해 시설을 보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보수비를 세웠다는 설명이 훼손을 막지 못한 행정의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리 일정만이 아니다. 누가, 언제부터, 어떻게 관리했기에 공공시설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밝히는 일이다.
현장 사업안내판에는 총사업비 220억원이 선명하게 적혀 있다. 국비 35억원, 도비 116억원, 군비 69억원이다. 공사기간은 2011년 3월 28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다. 어느 예산이든 국민과 군민이 낸 세금이다. 그 막대한 돈이 들어간 시설에서 이용객보다 먼저 마주한 것은 깨진 창문과 떨어진 마감재였다.

▲ 건물 입구 방무목은 부러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훼손은 미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출입구 목재와 지붕, 내부 천장이 손상된 상태는 안전사고 우려로 이어진다. 군은 보수 완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출입 통제와 낙하물 제거 등 현장 안전조치가 충분한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 “사용하지 않아 보수도 없었다”…그러면 관리는 누가 했나
가평군 산림과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 운영사업자는 2019년 3월 선정됐다. 최초 계약기간은 2020년 7월 9일부터 2023년 7월 8일까지 3년이었다.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됐다가 2022년 7월 9일 재개됐고, 군은 운영하지 못한 기간을 고려해 계약을 2025년 7월 8일까지 2년 연장했다.
이후 업체가 추가 연장을 요청했지만 군은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지난해 7월 계약이 끝나면서 시설을 인수인계받았다는 설명이다. 그로부터 약 1년 4개월. 군이 돌려받은 시설은 심각하게 훼손된 채 남아 있다.
산림과 관계자는 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중간에 보수도 이뤄지지 않은 점을 훼손 원인으로 설명했다. 사용하지 않았다면 더 자주 살펴야 했다. 운영자가 떠났다면 소유자인 군의 관리 책임은 더욱 분명해진다. 다만 현재의 파손이 민간 운영 중 발생했는지, 계약 종료 이후 심해졌는지는 구분해야 한다. 바로 그 경위를 확인하고 책임을 가리는 일이 군의 몫이다.

▲ 건물 내부의 천정도 마감재가 떨어져 나간 상태이다.[사진/정연수 기자]
인수 당시 유리창과 지붕, 천장은 어떤 상태였는가. 파손을 처음 확인한 시점은 언제인가. 확인 뒤 어떤 조치를 했는가. 민간 운영업체에 부여한 유지·보수 의무는 무엇이었으며 군은 이를 점검했는가.
군은 인수인계 자료와 시설 점검·보수 기록으로 답해야 한다. 훼손 시점과 책임을 가리지 않은 채 보수비부터 투입한다면, 관리 부실로 발생했을 수 있는 비용까지 군민이 떠안게 된다.
▣ 또 수억원 투입…재운영은 내년 하반기 이후 ‘검토’
군이 밝힌 보수비 계획은 올해 2억5천만원, 내년 2억3천만원으로 모두 4억8천만원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보수를 마친 뒤 재운영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운영 방식과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군은 2027년 하반기 또는 2028년 상반기 공개모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민간에 다시 맡기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곳곳을 살펴보면 '귀곡산장'을 방불케 한다.[사진/정연수 기자]
이 일정이라면 지난해 7월 계약 종료부터 재운영까지 2년 안팎, 길게는 그 이상의 공백이 생긴다. 보수가 지연되거나 운영자를 구하지 못하면 문을 닫는 기간은 더 늘어난다. 220억원을 투입한 시설은 멈춰 있고, 복구에는 다시 수억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상 운영할지는 여전히 검토 단계다.
관계자는 기존 운영 과정의 시설관리 문제와 반복되는 보수비 부담도 언급했다. 군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다음 운영자를 모집하기 전에 관리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시설별 수선 책임, 정기점검 기준, 계약 종료 시 원상회복 의무를 명확히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조치까지 마련해야 한다.

공공시설은 준공식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문을 닫아도 관리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민간에 운영을 맡겼다고 군민 재산을 지킬 의무까지 넘길 수는 없다. 가평군은 무엇을 얼마나 고치겠다는 설명에 앞서, 왜 이 지경까지 훼손됐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서태원 군수도 군민 재산의 관리 실태와 재발 방지 대책에 답해야 한다.
군수님 돈이면 깨진 유리창을 비닐로 막아 둔 채, 지붕과 천장이 떨어져 나간 건물을 이렇게 두시겠습니까? 군민의 돈도 그렇게 다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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