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장 공모 최종 후보 3명까지 선정했는데…임원추천위원회 구성 하자로 선임 절차 흔들
- 심판 자격 검증은 공단 책임인데…서류·면접 거친 지원자 9명만 시간과 기회 잃을 판
- “공정한 절차” 강조한 사과문…누가 위원을 추천·위촉하고 자격을 검증했는지는 설명 부족
- 잘못은 공단이 저질렀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누구인가…사과보다 선행돼야 할 책임 규명

가평군 시설관리공단 외경.[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공단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잘못된 위원회 구성에 대한 책임 소재와 지원자들의 피해 구제 방안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심판을 잘못 뽑은 것은 공단인데, 정작 경기장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아무 잘못 없는 선수들이라는 지적이다.
공단은 이미 지원자 9명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진행해 최종 후보자 3명까지 선정했다. 하지만 심사를 담당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의 적법성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그동안 진행된 공모 절차의 효력마저 불투명해졌다.
공단이 공개한 사과문에는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사과문만으로는 누가 어떤 판단을 잘못했고, 그 결과 발생한 피해를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알기 어렵다.
▣ 심판 자격도 확인하지 않고 경기부터 시작했나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다.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선임하는 중요한 절차에서 심사위원의 자격과 위원회 구성 요건을 제대로 검증했느냐는 문제다. 앞서 공단은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해 7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를 운영했다. 그러나 일부 위원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전직 지방의원 등을 '4급 이상 퇴직공무원' 자격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자격 요건 적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및 법률자문 결과가 알려지면서 공모 절차 전반의 적법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사장 후보자들은 공단이 정한 일정과 절차에 따라 응모했을 뿐이다. 지원 자격을 갖춰 서류를 제출했고, 심사 결과에 따라 면접에 참석했으며, 최종 후보자 3명도 선정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심사위원 자격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공모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원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운동경기에 비유하면 선수들은 규칙을 지켜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렀는데, 경기가 끝난 뒤 주최 측이 심판 자격을 잘못 확인했다며 경기 결과를 무효로 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연 이것이 공정한 행정인가.
▣ 9명 지원하고 3명 최종 추천…그동안의 심사는 무엇이 되나
이번 공모에는 모두 9명이 지원했다. 공단은 지난 9월 3일 서류심사를 통해 5명을 선발했고, 9월 10일 면접을 거쳐 신동훈·신범수·박영주 씨 등 3명을 최종 추천 후보자로 선정했다. 지원자들은 공단이 공식적으로 진행한 절차를 신뢰하고 경쟁했다. 서류를 준비하고 면접에 응하면서 자신의 경력과 전문성을 평가받았다. 그런데 위원회 구성의 하자가 공모 절차의 무효나 재공모로 이어진다면 지원자들의 노력과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특히 최종 추천 후보자 3명은 이미 공개적인 선발 과정을 거친 인물들이다. 재공모가 진행되면 기존 후보자의 신원이 알려진 상태에서 새로운 경쟁이 이뤄질 수 있어 공정성 논란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지원자들에게 위원회 구성 권한도, 심사위원 자격을 검증할 의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책임져야 할 공단이 절차를 잘못 진행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 역시 공단이 져야 한다.

▣ 사과문은 냈지만…정작 책임자는 보이지 않는다
공단의 사과문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책임 규명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이 행정 절차상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과문 발표 자체가 책임을 다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사태에서 핵심은 누가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을 추천했는가. 누가 위촉을 결정했는가. 위촉 당시 자격 검증은 어떤 자료와 법령을 근거로 이뤄졌는가. 담당 부서와 결재권자는 누구였는가. 문제가 발견되기 전까지 왜 적법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가.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절차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원자들에 대한 구제 방안이다. 공단이 재공모를 결정한다면 기존 지원자들의 절차적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사과문에 담긴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사과해야 할 사람은 사과문 뒤에 숨고, 피해는 지원자들에게?
이번 사태를 단순히 '절차상 하자가 발견돼 다시 공모하면 되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의 채용과 임원 선임은 지원자들에게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공단은 그 기회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
위원회를 적법하게 구성하는 것도 공단의 책임이고, 심사 절차를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도 공단의 책임이다. 잘못된 행정으로 지원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 역시 공단의 몫이다. 그런데 공단이 사과문을 발표한 뒤 재공모라는 행정적 선택만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려 한다면, 이는 책임 있는 해결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위원회 구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확인됐다면 위법한 절차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재공모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공모의 필요성과 기존 지원자들에 대한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잘못된 심판을 선정한 주최 측이 경기를 무효로 돌리면서 선수들에게 다시 뛰라고 요구한다면, 적어도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누가 책임질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이 진정으로 신뢰를 회복하려면 사과문 한 장보다 위원회 구성 경위에 대한 투명한 공개,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 지원자 권익 보호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심판을 잘못 뽑은 것은 공단이다. 그런데 왜 애먼 선수들만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사과문이라면 그것은 책임 있는 사과가 아니라 행정 실패에 대한 형식적인 유감 표명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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