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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N뉴스 사설] 언제까지 '뽕짝'에만 머물 것인가…가평 문화도 이제 변해야 한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10.30 10:27
  • 조회수 6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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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40% 가까이 65세 이상…고령화된 지역사회, 문화의 다양성까지 포기할 수는 없어
  • 재즈에는 20년 넘게 100억 원 이상 투입…청소년·국제문화 행사에는 지원 미미
  • 재즈로 가평을 알렸다면 이제는 K-POP·패션·청소년 문화로 새로운 미래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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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의 인구는 6만3천여 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40%에 육박한다는 점은 가평이 얼마나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같은 인구구조 속에서 가평군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대중문화 가운데 하나는 트로트다. 지역 축제와 각종 행사에서 트로트 가수들의 공연이 빠지지 않는 것도 이러한 지역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트로트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트로트 역시 우리 대중문화의 소중한 자산이며, 군민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가평의 문화가 언제까지나 익숙한 노래와 공연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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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6일부터 17일까지 청평청춘역 1979 야외 대공연장에서는 기존 가평의 지역축제와는 성격이 다른 문화행사가 열렸다. 청소년들이 노래와 춤, K-POP, 국악과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는 'Youth Stage Up 2026'과 국내외 디자이너 및 모델들이 참여하는 패션 문화행사가 이틀에 걸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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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는 꿈을 펼칠 무대가 됐고, 지역에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화예술을 경험할 기회가 마련됐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이러한 행사가 가평군의 대규모 예산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의 기획과 노력으로 추진됐다는 사실이다.

 

가평군이 기존 축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생각해 볼 문제가 적지 않다. 가평군은 지난 20년 넘게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에 누적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왔다.

 

솔직히 말해 재즈가 가평군민 대다수에게 친숙한 음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의 문화적 취향을 고려하면 재즈보다 트로트에 익숙한 주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성공적인 문화관광 사례로 자리 잡았다. 재즈를 통해 전국에 가평과 자라섬의 이름을 알렸고, 가평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20여 년 전 가평군이 '우리 군민은 재즈를 잘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재즈페스티벌을 외면했다면 오늘날의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존재할 수 있었겠는가. 당시에는 낯설었던 문화가 지금은 가평의 대표적인 관광자산이 됐다.

 

바로 이것이 문화의 힘이며, 새로운 시도가 갖는 가치다. 그런데 재즈에는 오랜 기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정작 새로운 세대의 문화와 국제교류를 시도하는 민간 행사에는 충분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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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민간 문화행사에 무조건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행사의 공공성과 운영 능력,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라는 이유로 외면하거나 기존 행사보다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면 지역 문화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평은 지금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심각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청년들은 떠나고, 지역은 늙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마저 기존 세대의 취향에만 맞춘다면 젊은 세대가 가평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지역의 문화는 현재 거주하는 주민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가평에 살게 될 사람들, 가평을 찾을 청소년과 청년들, 새로운 산업과 관광을 이끌 미래세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트로트를 즐기는 어르신들을 존중하면서도 K-POP을 좋아하는 청소년, 패션과 공연예술에 관심 있는 청년, 세계 각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주민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문화의 다양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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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화의 변화는 행정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군민들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공연이라고 외면하고, 낯선 문화라고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면 새로운 시도는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정서가 문화의 선택까지 지배해서는 안 된다.

 

가평군민이 재즈를 모두 좋아해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낯선 문화를 지역의 새로운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오랜 시간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문화예술과 국제 패션행사에도 같은 시각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가평군 역시 기존 축제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재즈가 가평을 전국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면, 이제는 K-POP과 청소년 문화예술, 국제 패션과 공연 등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통해 가평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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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평청춘역 1979와 같은 문화공간을 적극 활용해 민간이 기획하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문화정책의 성과를 유명 가수의 출연 여부나 행사장에 모인 관객 숫자로만 판단하는 관행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문화가 지역에 정착하고, 청소년들에게 꿈을 주고, 관광객을 유치하며, 지역 상권과 연결되는 장기적인 효과까지 살펴야 한다.

 

가평이 늙어가는 것은 인구구조의 현실이다. 그러나 가평의 문화까지 함께 늙어가야 할 이유는 없다.

어르신들이 즐기는 트로트도 필요하고, 가평을 알린 재즈도 소중하다. 여기에 청소년의 K-POP과 새로운 국제문화예술이 더해질 때 가평의 문화는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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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화는 기존 문화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세대와 취향이 공존하면서 지역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다. 20여 년 전 낯설었던 재즈가 가평의 대표 문화상품으로 성장했듯, 오늘 청평에서 시작된 작은 문화적 시도가 훗날 가평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키울 것인지,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할 것인지는 가평군과 지역사회가 선택할 문제다. 언제까지 트로트에만 안주할 것인가. 재즈를 받아들였던 가평이라면 K-POP과 패션, 청소년의 새로운 문화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제 가평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익숙한 축제가 아니라, 낯선 문화에도 문을 열고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다. 가평의 미래를 바꾸려면 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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