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퇴직 서기관 거론되며 “취업심사 시간 벌어주기 아니냐” 뒷말
-가평군, 지연 사유·후보 접촉 여부·취업심사 진행 상황 투명하게 밝혀야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자리가 후임자 선임도 없이 공석으로 방치되면서 가평군의 늑장 인사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전임 이사장의 임기 만료일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서태원 가평군수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필요한 군수 몫 위원 추천을 제때 하지 않았고, 공개모집 공고도 전임 이사장 임기가 끝난 뒤에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차기 이사장 후보로 가평군 지방서기관 출신 특정 인사가 거론되면서 “퇴직공무원의 취업심사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공단 이사장 선임을 의도적으로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현행법상 해당 인사의 취업제한 기간은 2027년 6월 말까지인 만큼, 이번 인선 지연을 곧바로 ‘3년의 취업제한 기간을 넘기기 위한 꼼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신 특정인의 취업심사나 취업승인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절차를 늦춘 것인지가 핵심 검증 대상이다.
▣ 임기 만료 알고도 후임 인선은 ‘뒷북’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전임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 7월 25일 만료됐다. 이사장 임기 만료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안이 아니라 수개월 전부터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일정이다. 그런데도 후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부터 차질을 빚었다. 공단과 군의회가 추천위원을 정했지만, 서 군수가 군수 몫 추천위원 2명을 제때 추천하지 않으면서 위원회 구성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 측 추천은 뒤늦게 이뤄졌고, 이사장 공개모집 공고는 전임 이사장이 물러난 지 17일이 지난 8월 11일에야 나왔다. 지원서 접수 마감일은 오는 26일이다. 접수가 끝나도 서류심사와 면접, 임원추천위원회의 복수 후보 추천, 군수의 최종 임명 절차가 남아 있다. 이 일정을 고려하면 이사장 공석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석 장기화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임기 만료 이전에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개모집 절차를 시작했다면 전임 이사장 퇴임과 동시에 후임자가 업무를 이어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결국 군수가 추천위원 선정을 미루면서 예견된 기관장 공석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차기 이사장 후보로 가평군 지방서기관 출신 특정 인사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인사가 2024년 6월 30일 지방서기관으로 퇴직했다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3년의 취업제한 기간은 2027년 6월 말까지다.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은 지방공기업으로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대상기관에 해당한다. 따라서 해당 인사가 공개모집에 지원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실제 이사장으로 임명돼 취임하려면 사전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 가능 확인이나 취업승인을 받아야 한다.
퇴직 전 5년 동안 가평군에서 공단의 예산·인사·조직·감사·위탁사업·경영평가·계약·출연금 등에 관여했다면 업무 관련성이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사장은 공단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일반 직원보다 관련 업무의 범위가 넓게 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공개모집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이미 특정 퇴직공무원을 염두에 둔 채 취업심사 일정에 맞춰 절차를 늦춘 것인지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두 달 늦춘다고 3년 취업제한 벗어나지는 못해
그러나 현재 제기되는 의혹 가운데 법률적으로 분명히 구분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해당 서기관의 퇴직일이 2024년 6월 30일이라면 취업제한 기간은 2027년 6월 말까지다. 후임 이사장 임명이 올해 9월이나 10월로 늦춰지더라도 취업제한 기간은 8개월 이상 남는다.
따라서 이번 인선 지연을 “퇴직 후 3년의 취업제한 기간을 넘기기 위한 시간 끌기”라고 보는 것은 시기상 맞지 않는다. 한두 달가량 임명을 늦춘다고 취업심사가 면제되거나 법정 제한기간이 끝나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 문제는 다른 데 있다.
특정 퇴직 서기관이 취업심사를 신청했거나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공개모집과 후보자 심사 기간을 이용해 취업승인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를 추려 군수에게 추천하기 전 또는 군수가 최종 임명하기 전에 심사 결과를 받아내기 위한 시간표였을 가능성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즉, ‘3년 제한을 넘기기 위한 꼼수’라기보다 ‘특정인의 취업심사 결과에 선임 일정을 맞추기 위한 지연’이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 과거에도 퇴직 서기관 취업승인 사례
가평군 퇴직 서기관이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취업승인을 받은 전례도 있다. 2020년 경기도공직자윤리위원회는 가평군 지방서기관 출신 인사의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취업 건을 심사해 취업을 승인한 바 있다. 이 사례는 서기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단 이사장 취임이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을 받거나, 업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법령이 정한 특별한 사유를 인정받아 취업승인을 받으면 이사장 취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과거 승인 사례가 이번 인사의 승인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후보자의 퇴직 전 보직과 담당업무, 공단 업무와의 관련성, 전문성, 공개모집의 공정성 등을 별도로 심사해야 한다. 더욱이 취업승인을 받을 수 있는 인사라고 해도, 그 사람을 위해 공모 시기나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의도적으로 조정했다면 법적 취업 가능성과 별개로 인사의 공정성 및 절차적 정당성 논란은 남는다.
▣ 군수는 추천 지연 이유부터 밝혀야
이번 사안에서 가평군이 우선 밝혀야 할 것은 특정 인사의 적격 여부가 아니라, 왜 후임 이사장 선임을 제때 시작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가평군과 공단은 최소한 다음 사항을 공개해야 한다.
►공단이 후임 이사장 선임 준비를 시작한 날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요청 및 의결 시점 공단과 군의회가 추천위원 명단을 제출한 날짜 ►서 군수에게 추천위원 선정을 요청한 날짜 서 군수가 군수 몫 위원 2명을 최종 추천한 날짜 ►군수 추천이 늦어진 공식적인 이유 전임 이사장의 연임 여부를 검토하고 결정한 시점 공개모집 공고가 임기 만료 이후로 늦어진 이유 ►거론되는 퇴직 서기관의 실제 지원 여부 ►해당 인사의 취업심사 신청일과 심사 결과 공개모집 전 군수나 관계자가 특정 인사와 접촉했는지 여부 등 이다.
특히 가평군시설관리공단 내부 규정에 임기 만료 전 일정 기간까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조항이 있다면, 이를 지키지 않은 사유도 밝혀야 한다. 상위법에 군수 추천위원의 구체적인 추천 기한이나 지연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예견된 기관장 공석을 장기간 방치한 행정적·정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공모는 공개됐지만 인사는 이미 정해졌나..혹시 답정 김OO은 아닌가?
임원추천위원회는 지원자를 심사해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군수는 이 가운데 한 명을 이사장으로 임명한다. 군수는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일부를 추천하고, 위원회가 올린 후보 가운데 최종 임명권도 행사한다. 이 때문에 위원 선정과 공모 일정, 심사 기준이 투명하지 않으면 공개모집이 사실상 특정인을 임명하기 위한 요식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특정 서기관이 이미 내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당 인사가 실제로 지원할 것인지, 취업심사를 신청했는지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임 이사장의 임기 만료를 알고도 후임 인선을 시작하지 않았고, 군수 추천위원 선정이 늦어졌으며, 퇴임 이후에야 공개모집이 시작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여기에 특정 퇴직 서기관이 실제 지원하고, 그의 취업심사 일정과 이사장 선임 일정이 맞물린 사실까지 확인된다면 ‘특정인 맞춤형 인사’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왜 충분히 예견된 공단 이사장 공석을 막지 않았는가. 군수 몫 추천위원 2명의 추천은 왜 늦어졌는가. 공개모집은 왜 전임 이사장이 퇴임한 뒤에야 시작됐는가. 그리고 그 지연이 특정 퇴직 서기관의 취업심사와 관련된 것은 아닌가.
가평군은 단순히 “관련 규정에 따라 공개모집을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사 지연의 전 과정과 관련 일정을 공개해 ‘점지 인사’ 의혹을 스스로 해소해야 한다. 공개모집이라는 형식을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공정한 인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특정인을 정해 놓고 그 사람의 사정에 맞춰 위원회 구성과 모집 일정을 조정했다면 공개모집은 군민을 향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자리는 퇴직공무원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공단이 운영하는 공공시설과 예산, 조직을 책임지고 군민에게 성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자리다. 서태원 군수는 더 늦기 전에 답해야 한다. 이번 늑장 인선은 단순한 행정 착오인가, 아니면 특정인을 위한 계산된 시간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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