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의 수해 복구 현장에서 터져 나온 한 목소리가 지방경제의 현실을 정조준했다. “재난복구비가 외지로 새고 있다.” 최정용 가평군의원의 일갈은 단순한 민원 수준이 아니다.
2,58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복구비가 지역의 영세건설업체를 거치지 못한 채 외부 대형업체로 흘러가는 구조적 왜곡을 지적한 것이다.
재난복구는 단순한 공사 행정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경제의 회복과 공동체 재건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현행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는 추정가 4억 원을 넘는 공사는 원칙적으로 일반 경쟁입찰을 강제한다.
이 조항은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였지만, 역설적으로 지방 중소업체의 참여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가평뿐 아니라 전국의 재난지역에서 복구비는 ‘외지 잔치’가 되고, 정작 지역 상공은 ‘이삭줍기’조차 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최정용 의원이 제안한 “특별재난구역 내 4억 초과 공사에 대한 한시적 수의계약 완화”는 그래서 주목받는다. 공공성의 훼손이 아니라, 공정한 복구를 위한 제도적 균형조정이다.
재난의 충격을 가장 먼저, 가장 깊게 받는 것은 바로 그 지역 주민과 기업이다. 복구비가 지역의 손을 거쳐 순환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세수가 회복되며, 일자리가 이어진다.
물론 수의계약 확대에는 늘 불공정 논란의 위험이 따른다. 그러나 그것은 관리의 문제이지 제도의 본질적 결함이 아니다. ‘공동도급(컨소시엄)’ 제도를 병행해 외지 대기업과 지역 중소업체가 기술력과 자본을 공유하도록 유도하면 투명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선진국의 지방재난 복구제도는 이미 이런 구조적 협력모델을 제도화하고 있다.복구비의 지역 환류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복구의 철학’과 ‘경제민주주의’의 문제다.
피해는 지방이 입었는데, 이익은 외지로 가는 현실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불균형이다. 중앙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이번 가평의 제안을 단순한 지역 정치인의 주장으로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가평의 실험은 전국 모든 지방정부가 안고 있는 공통의 질문이다. “재난 이후의 경제는 누가 복구할 것인가.”
이제 복구비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투자금으로 보아야 한다. 재난복구의 주체는 중앙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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