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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공동화'가 코앞인데…안보공원에 300억, 천년뱃길에 100억 쏟아부을 때인가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10.12 16:34
  • 조회수 29,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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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고속화철도 2022년 10월 18일 착공·2029년 개통 전망…가평 관광산업 경쟁력 시험대
  •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에도 지방소멸대응기금 361억원 확보 홍보…서태원 군정 5년간 인구·일자리 성과는
  • 안보공원 287억원·천년뱃길 100억원 안팎…수백억원 관광사업, 주민 정착에 얼마나 기여했나
  • 수백억원 확보에 박수부터 치는 지역사회도 자성해야…군민 무관심 속 예산 성과 검증 뒷전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서태원 군수의 지방소멸 대응 정책과 대규모 관광시설 중심의 재정투자 방향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평군은 12일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 재지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지방소멸대응기금 361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북한강 천년뱃길과 관광안보공원 등 19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평군청외경최근.jpg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다. 지난 5년간 확보한 361억원으로 가평의 인구감소를 얼마나 막았는가. 청년 일자리는 몇 개나 늘었으며, 지역을 떠나려던 주민들은 얼마나 정착했는가. 수백억원을 투입한 관광시설들이 실제 지역경제와 정주인구 유지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은 지역발전의 성과가 아니라 지방소멸 위험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국가 차원의 경고다. 그런데도 가평군은 이를 지역발전의 기회로 표현하며 확보한 예산과 추진사업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특히 북면 관광안보공원에 287억원, 북한강 천년뱃길에 100억원 안팎의 재정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관광시설 확충이 과연 지방소멸 대응의 적절한 우선순위인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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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착공식에 참석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배석했다.[사진/국토부]

 

더욱이 오는 2029년 개통이 전망되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가평의 관광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변수다. 수도권에서 동해안까지 이동시간이 크게 단축되면 가평이 누려온 수도권 근교 관광지라는 지리적 이점도 새로운 경쟁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구감소지역 재지정됐는데…361억원 확보가 자랑인가

 

가평군은 이번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을 정부 지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과 한강수계 관련 규제 등으로 산업 유치와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는 만큼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지역 활력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금 확보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하는 공적 재원이다. 확보한 금액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가평군이 공개해야 할 것은 361억원이라는 총액뿐 아니라 연도별 실제 집행액과 사업별 성과다. 

 

지난 5년간 주민등록인구는 어떻게 변했으며, 청년층 순유출은 얼마나 줄었는가. 새롭게 만들어진 안정적인 일자리는 몇 개이고, 신혼부부와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주거 기반은 얼마나 확충됐는가. 이번 발표에서는 이러한 핵심 성과는 누락됐다.

 

더구나 361억원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확보한 기금 규모로, 전액 집행됐거나 모든 사업의 성과 평가가 끝났다는 의미도 아니다. 따라서 연도별 배정액과 실제 집행액, 사업별 추진 상황을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서태원 군정이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은 얼마를 확보했느냐가 아니라 그 돈으로 가평의 미래가 얼마나 달라졌느냐다. 

 

◈ 안보공원 287억원…관광객은 늘어도 주민은 늘지 않는다면 

 

가평군이 북면 일대에 추진하는 관광안보공원에는 총 287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경기도비 160억원, 군비 64억원, 지방소멸대응기금 63억원으로 구성된 대규모 사업이다.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고 안보의 가치를 후세에 전달하는 사업의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안보시설의 필요성과 지방소멸 대응 효과는 별개로 검증해야 한다.

 

공원 조성 이후 관광객이 얼마나 증가할지, 방문객의 소비가 지역 상권에 얼마나 유입될지,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몇 개 제공될지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시설 완공 이후에도 관리 인력과 유지보수비 등 지속적인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관광객이 잠시 방문했다 돌아가는 시설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것과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의료 기반을 확충하는 것은 정책의 목적과 효과가 다르다.

 

특히 북면은 여름철 관광 성수기마다 교통 혼잡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대규모 관광시설 확충에 앞서 교통 접근성과 지역 상권 연계 방안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평군이 설명해야 할 것은 안보공원을 얼마나 크게 짓느냐가 아니라 그 시설이 지방소멸을 막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느냐다. 

 

◈ 천년뱃길에도 100억원 안팎…배 띄웠다고 지역경제 살아났나 

 

북한강 천년뱃길 사업 역시 투자 대비 성과를 점검해야 할 사업이다. 가평군은 북한강 수상관광 활성화와 관광자원 연계를 목적으로 수년간 천년뱃길 사업을 추진해 왔다. 100억원 안팎의 재정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실제 누적 집행액과 사업별 성과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용객이 얼마나 되는지뿐 아니라 지역에서 숙박하거나 소비한 금액, 운영수입과 운영비, 신규 고용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운영 과정에서 추가 재정지원이 필요한지, 향후 시설 유지관리비가 얼마나 발생할지도 군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관광객 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방문객 증가와 주민소득 증가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배를 띄웠다고 지역경제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관광시설을 건립했다고 청년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사업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기존 투자 규모와 관계없이 운영 방식과 추가 투자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 

 

◈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가평 관광 지형 흔들리나 

 

가평군의 관광정책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건설이다.동서고속화철도는 지난 2022년 10월 18일 착공식을 개최한 국가철도사업으로, 춘천에서 화천·양구·인제를 거쳐 속초까지 약 93.7㎞의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당초 2027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공사 일정 조정 등으로 2029년 개통이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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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가 개통되면 서울 용산에서 속초까지 약 99분, 춘천에서 속초까지 약 39분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 운행시간은 개통 이후 열차 운행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철도망 변화는 가평의 관광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평은 그동안 수도권과 가까운 산과 계곡, 북한강을 주요 관광자원으로 성장해 왔다. 서울과 경기지역 관광객들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수도권 관광객들은 가평의 계곡과 북한강뿐 아니라 속초와 동해안 관광지를 이전보다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여름철 가평역에서 북면 일대 계곡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교통체증으로 1시간가량 걸리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문제다. 앞으로 철도를 이용해 춘천에서 속초까지 약 39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관광객의 선택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가평역에서 속초까지의 실제 이동시간은 열차 정차 여부와 환승 여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동해안 관광지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는 점에서 가평이 수도권 근교라는 지리적 이점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가평의 계곡과 산, 북한강이 지닌 자연환경의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통 혼잡과 부족한 편의시설, 차별화되지 않은 관광 콘텐츠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관광객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 반대로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활용해 가평과 춘천, 강원 동해안을 연계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통환경 변화에 가평군이 어떤 중장기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느냐다. 2029년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관광시설을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관광객들이 가평을 선택하고 지역에 머무를 이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 관광객 100만명보다 중요한 것은 가평에 살 주민 한 명 

 

가평군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관광객 숫자가 아니라 정주인구 감소다. 청년이 떠나면 지역의 소비 기반이 약해지고, 신혼부부와 어린이가 줄면 학교와 보육시설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점이 문을 닫고 의료시설과 대중교통 등 생활서비스가 축소되면 남아 있는 주민들의 삶까지 어려워진다.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도 주민이 살아가기 어려운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가평군이 각종 수도권 규제로 산업 유치와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현실이다. 그러나 규제 때문에 인구를 늘리기 어렵다는 설명만으로 정책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규제 안에서 가능한 산업을 발굴하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교육·의료·돌봄 환경을 개선해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가평을 떠나지 않도록 만드는 정책도 중요하다.

 

가평군이 2027년 사업으로 군립의원과 24시간 응급시설, 청년 정착, 통합돌봄 등을 계획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필요한 방향이다. 다만 계획서에 적힌 사업명이 아니라 실제 주민들의 생활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관광객을 늘리는 정책과 주민이 떠나지 않도록 만드는 정책은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 수백억원 확보에 박수부터…가평군민의 무관심도 문제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성과를 검증해야 할 책임은 행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국·도비 확보 소식이 발표될 때마다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보다 예산 규모 자체에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사회의 인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수백억원을 확보했다는 소식은 반갑게 받아들이면서 그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지역경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완공 이후 매년 얼마의 운영비가 들어가는지 묻지 않는다면 재정투자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특히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주민들의 미래를 위해 투입되는 공공재정이다. 예산을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 군정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 돈이 청년의 일자리를 만들었는지, 아이를 키울 환경을 개선했는지, 고령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였는지 따져봐야 한다. 군민의 무관심은 행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 지역사회단체와 주민대표, 군의회, 언론 역시 대규모 사업비 확보를 지역발전의 성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말고 사업의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수백억원을 가져왔다고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쓰고도 인구가 계속 줄어든다면 왜 그런지 물어야 한다. 군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새로운 관광시설의 숫자보다 자녀 세대가 가평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다. 지방소멸 위기를 행정에만 맡겨둔 채 예산 확보액에 만족하는 태도 역시 지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 서태원 군수, 가평의 10년 뒤를 준비하고 있는가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은 가평군에 기존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고 재정투자의 우선순위를 다시 점검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서태원 군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361억원의 집행 현황과 사업별 성과를 군민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안보공원과 천년뱃길 등 대규모 관광사업의 경제적 효과와 향후 재정 부담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동서고속화철도가 2029년 개통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변화하는 관광환경에 대한 중장기 전략도 필요하다. 관광객을 늘리는 사업에 얼마를 투자했는지뿐 아니라 청년 정착과 주거, 의료, 교육, 일자리 확보에 어느 정도의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했는지도 비교해 볼 대목이다.

 

서 군수에게 제기되는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지난 5년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한 결과 가평의 인구감소 속도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관광시설에 투입한 재정은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어떤 성과를 냈는가.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 이후 달라질 관광환경에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앞으로 5년, 10년 뒤에도 주민들이 가평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을 지역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가평군의 계획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확보한 예산의 규모보다 정책의 효과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

 

군민 역시 대규모 예산 확보 소식에 만족하기보다 사업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361억원은 행정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 효과를 증명해야 할 공공재정이다.

가평의 미래는 관광시설을 몇 개 더 조성했는지가 아니라 주민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들었는지에 달려 있다.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으로 수도권과 동해안을 잇는 관광 지형의 변화가 예고된 지금, 가평군은 관광정책과 인구정책을 함께 재점검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예산 확보액만 늘어나는 것은 지방소멸 극복의 성적표가 될 수 없다.서태원 군정이 이제 답해야 할 것은 361억원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돈으로 10년 뒤 가평에 누가 남아 살아갈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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