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가 무려 26차례에 걸쳐 소나무재선충병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동안 가평군은 무엇을 했는가
- 가평 잣 생산량 100분의 1 수준 감소…군수·군의회·산림조합 책임론
- 재선충에는 공휴일도 없는데…가평군은 도지사 방문 공식 보도자료조차 없어

보납산 정상 잣나무 숲이 재선충으로 붉게 죽어가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본보가 무려 26차례에 걸쳐 소나무재선충병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동안 가평군은 무엇을 했는가. 경기 가평군의 잣나무 숲이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빠르게 황폐해지는 가운데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한글날인 지난 9일 가평을 방문해 특별방제구역 지정과 예산 지원을 지시했다. 그러나 정작 지역 산림을 책임지는 가평군은 그동안 피해 확산을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본보가 지난 4년 간 재선충병 확산과 잣 산업 붕괴 위기를 26차례에 걸쳐 집중 탐사보도했음에도 피해 규모가 5년 새 16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평군의 방제 행정이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 수준에 머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가평군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규모는 2021년 4,591본에서 2025년 7만2,507본으로 약 15.8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방제 예산도 8억2,800만원에서 35억1,800만원으로 4.2배 늘었다. 예산은 4배 넘게 증가했지만 피해 확산을 막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문제는 재선충병이 가평의 대표 특산물인 잣 산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전국적인 잣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던 가평은 잣 생산량이 과거의 1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본보는 그동안 재선충병 피해 현장을 직접 취재하며 고사목 증가와 방제 실태, 잣 산업의 위기 등을 26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했다. 그러나 반복된 경고에도 피해가 급증하면서 기존 방제 정책의 실효성과 행정당국의 대응 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추 지사는 지난 5일 재선충병 대응 전담조직 구성과 광역 대응체계 마련을 지시한 데 이어 7일 오산 물향기수목원을 방문했고, 9일에는 가평 남이섬을 찾아 방제 현장을 점검했다. 이날 서태원 가평군수는 추 지사에게 특별방제구역의 조속한 지정을 요청했다. 서 군수는 "감염된 나무 원목만 빨리 제거하면 더 신속한 방제가 가능하다"며 "현재는 잔가지까지 제거해야 해 방제 속도가 40%밖에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추 지사는 현장에서 경기도 관계자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지시했다. 방제 예산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경기도 재해 관련 기금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산림청에 특별방제구역 지정을 건의한 상태로, 이달 중 지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방제 속도가 제도적 제약이 컸다면 가평군이 그동안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기도 양평군은 이미 지난 8월 도내 최초로 특별방제구역에 지정됐다. 가평군이 특별방제구역 지정을 언제부터 추진했으며, 경기도와 산림청에 어떤 지원을 요청했는지 구체적인 경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의회와 가평군산림조합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가 해마다 증가하는 동안 군의회가 집행부의 방제 정책을 얼마나 철저히 점검했는지, 산림조합은 예방과 조기 방제를 위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가평군산림조합은 2027년부터 2028년까지 30억원을 투입해 고사목 등을 톱밥과 우드칩으로 재활용하는 미이용 산림자원화센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고사목 재활용과 별개로 신규 감염을 차단하고 살아 있는 잣나무를 보호할 방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행정의 신속성 역시 논란이다. 추 지사가 한글날인 9일 직접 가평을 방문해 특별방제구역 지정과 예산 지원을 논의했지만, 10일 현재 가평군 명의의 공식 보도자료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현장 방문과 지원 방침을 알린 것과 대조적이다. 공휴일 때문에 자료 배포가 늦어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역의 중대한 산림재난 현안에 대한 군민 소통이 신속하게 이뤄졌는지는 짚어볼 대목이다. 특히 연휴가 끝나는 12일에야 관련 내용을 발표한다면 도지사 방문 사흘 뒤에야 군민에게 공식적으로 알리는 셈이다.
재선충병 확산에는 공휴일이 없다. 방제 적기를 놓치면 뒤늦게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 수십 년 동안 자란 잣나무가 고사하면 산림을 복원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가평군이 이제 밝혀야 할 것은 도지사 방문 사실이 아니라 지난 5년간 방제 예산이 4배 이상 증가했는데도 피해가 16배 가까이 늘어난 원인이다. 특별방제구역 지정 추진 경과와 기존 방제사업의 성과, 잣 산업 보호 대책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본보의 26차례 탐사보도는 지역 산림의 위기를 알리는 반복된 경고였다. 그 경고에도 피해 확산세를 꺾지 못했다면 행정당국은 그 원인과 책임을 설명해야 한다.

가평읍 줄길리 마을 잣나무도 재선충에 감염되어 고사되었다.소나무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은 가평군 북면 적목리 일부만 제외하고 6개읍면 전역이 감염되었다.[사진 정연수 기자]
도지사가 현장을 찾아 지시한 뒤에야 방제 대책이 속도를 내는 것인지, 가평군이 그동안 충분한 선제 조치를 해왔는지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평의 잣나무는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재선충병에는 공휴일이 없다. 행정의 대응에도 휴일보다 앞서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역의 산림과 주민의 생업을 지키는 일이다.
BEST 뉴스
-
후보 3명 뽑고 다시 ‘감사’…가평시설공단 사태, 임명권자 책임은 없나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선임이 후보 3명까지 압축한 뒤 돌연 멈춰 섰다. 가평군이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는지 확인하라며 공단에 자체감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태원 가평군수 공단은 가평군 산하 지방공기업이고 이사장 최종 임명... -
군수도, 공직사회도, 지역주민도 모르는 가평 ‘공동화 위기’…3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8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군민의날'을 기념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3년 뒤로 다가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점검... -
[속보]가평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모 ‘중대 하자’…최종 후보 3명 뽑고도 원점으로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로 인해 원점에서 재검토될 상황에 놓였다. 이미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9명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 3명까지 선정한 상... -
감사로 ‘부적격’ 확인하고도 광고비 준다면?…가평군 행정광고, 형사책임 논란 번질 수도
시민단체가 가평군청에 등록된 지방.지역 언론사를 대상으로 행정광고비 지급에 대한 감사청구를 해 해당 언론과 기자들이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청구의 핵심은 "취재를 통해 자체 생산한 기사가 30%미만인 언론에 광고비를 얼마나 지급하냐"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가평군이 행정광고를 지급해 온 지방.지... -
심판 잘못 뽑아놓고 애먼 선수들만 피해…가평시설관리공단의 기막힌 사과문
가평군 시설관리공단 외경.[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공단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잘못된 위원회 구성에 대한 책임 소재와 지원자들의 피해 구제 방안은 명확하게 제시되... -
1,500번 겹친 입찰…가평군, 이제는 ‘입찰제한 여부’ 정식 조사하라
가평을 거점으로 앞에서는 언론사, 뒤로는 용역이란 이름으로 활동해 온 A·B사를 둘러싼 공공입찰 의혹은 더 이상 단순한 ‘업체 간 경쟁’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본보가 네 차례에 걸쳐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두 업체는 동일 건물·동일 층에 주소를 두고 부부와 자녀가 대표·감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