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틴 KIM의 감미로운 선곡 따라 청평호반 유람…가평대교 야경까지 한 폭의 그림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 ‘커브 디 아일랜드호’가 청평호의 잔잔한 수면을 밀어내며 천천히 선착장을 떠났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은 단 60분. 그러나 청평호가 펼쳐 보인 노을과 달빛, 음악과 야경은 한 시간이란 시간을 오래도록 기억될 한 편의 영화로 바꿔 놓았다.
뱃고동이 울리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선착장의 풍경은 조금씩 멀어졌다. 배는 청평댐이 자리한 하류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물살을 가르는 소리조차 조용했다. 속도를 과시하듯 달리는 배가 아니라, 청평호의 품속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부드럽고 느긋하게 물길을 열었다.
그때 저녁노을이 마중을 나왔다. 산등성이 너머로 넘어가는 해가 마지막 빛을 쏟아내자 하늘은 붉은색과 주황색, 보랏빛으로 서서히 물들었다. 그 빛은 청평호 수면 위로 길게 번지며 또 하나의 하늘을 만들었다. 누구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고, 누구는 사진조차 잊은 채 눈앞의 풍경을 가만히 담았다.
이 황홀한 항해의 분위기를 완성한 것은 캡틴 KIM의 음악이었다. 조타와 함께 디제잉을 맡은 캡틴 KIM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청평호의 표정에 맞춰 노래를 선곡했다. 노을이 짙어질 때는 감미로운 선율이 흘렀고, 배가 호수 한가운데로 접어들자 조금 더 힘찬 리듬이 승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스키터 데이비스(Skeeter Davis)의 ‘디 엔드 오브 더 월드(The End of the World)’가 흘러나오자 청평호는 잠시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 애잔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붉게 저무는 노을과 잔잔한 물결 위로 번졌다. 세상의 끝을 노래하는 곡이었지만, 청평호에서는 오히려 아름다운 하루의 끝을 배웅하는 노래처럼 들렸다.

이어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의 ‘세일링(Sailing)’이 선상에 울려 퍼졌다. 부드러운 멜로디는 호수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다가왔고, 커브 디 아일랜드호는 노래 제목 그대로 청평호를 유유히 항해했다.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보다 노을과 물결,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밀려왔다.
음악은 지나치게 앞서지 않았고 풍경을 방해하지도 않았다. 노을과 물결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청평호가 들려주는 배경음악처럼 다가왔다. 이제 상류로 향하는 시간이다.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자 청평호에는 또 다른 주인공이 등장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하늘에 둥근 달이 떠올랐고, 잔잔한 수면 위에는 그 달빛이 선명하게 비쳤다.
순간 청평호에는 달이 두 개가 됐다. 하나는 밤하늘에, 또 하나는 청평호 위에 떠 있었다. 물결이 흔들릴 때마다 호수의 달도 길게 늘어졌다가 다시 둥글어졌다. 배가 그 사이를 지나자 달빛은 수천 개의 은빛 조각으로 부서져 반짝였다.
하늘의 달과 물 위의 달, 그 사이를 지나가는 커브 디 아일랜드호. 현실의 풍경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몽환적인 순간이었다.
멀리 가평대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낮에는 북한강 양쪽을 잇는 교량이지만 밤이 되자 전혀 다른 얼굴로 변했다. 강렬하고 화려한 조명이 어둠을 가르며 청평호 위로 쏟아졌다. 붉고 푸른 빛이 교량을 따라 흐르고, 그 조명이 수면 위에 길게 번졌다. 배가 가평대교에 가까워질수록 야경은 더욱 웅장해졌다. 노을의 따뜻한 색채와 달빛의 고요함을 지나 마주한 가평대교의 조명은 60분 항해의 화려한 절정이었다.

캡틴 KIM이 전하는 노래도 절정으로 향했다. 노을과 어울리던 감미로운 음악은 달빛 아래에서 더욱 깊어졌고, 가평대교를 만나는 순간에는 가슴을 뛰게 하는 선율로 바뀌었다.
음악과 노을, 달빛과 조명은 마치 오래전부터 하나의 공연을 준비해 온 것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청평호가 무대가 되고, 커브 디 아일랜드호가 객석이 됐으며, 캡틴 KIM은 그 무대의 분위기를 이끄는 연출자가 됐다.
60분은 너무도 짧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해 질 무렵의 설렘과 붉은 노을, 어둠 속에 떠오른 두 개의 달, 가평대교의 강렬한 야경,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이어준 음악이 가득했다.

커브 디 아일랜드호의 60분은 단순히 배를 타고 청평호를 한 바퀴 돌아보는 관광이 아니었다. 노을에서 달빛으로, 달빛에서 화려한 야경으로 이어지는 청평호의 시간 속을 천천히 여행하는 일이었다.
가평을 찾는다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배에 올라보길 권하고 싶다. 낮에도 좋다. 그리고 해 질 무렵은 변화무쌍한 청평호가 있어 더 좋다. 똑같은 청평호에서도 노을과 달빛, 야경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 운이 좋다면 알게 될 것이다. 하늘에 달이 하나 떠 있어도 청평호에는 달이 두 개가 된다는 것을. 그 두 개의 달 사이를 ‘The End of the World’와 ‘Sailing’을 들으며 지나가는 60분이 얼마나 황홀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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