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6개 시군 가운데 신청액 최대…도 전체 신청액의 26%
-전국 공모예산 221억 원의 25.8% 규모…선정 여부가 최대 관건
-주민 자부담 없이 100% 수계기금 지원…태양광 수익·에너지비 절감 기대
-발전수익 배분과 시설 유지관리 등 투명한 운영체계 마련해야

강원도 철원군 문혜리 인근 태양광 페널 [사진/정연수 기자]
가평군이 팔당 상수원 규제로 장기간 재산권과 개발권을 제약받아 온 주민들을 위한 재생에너지 소득
사업에 57억 원을 신청했다. 경기도 내 팔당 상류 6개 시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사업이 최종 선정되면 가평지역 주민들은 별도의 자부담 없이 태양광 발전수익을 얻고, 전기료와 난방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경기도 6개 시군의 신청액만 전국 공모예산과 맞먹는 데다 강원도와 충청북도, 서울시까지 경쟁에 참여하는 만큼 가평군이 신청한 57억 원 전액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경기도에 따르면 가평군은 한강수계관리위원회가 추진하는 ‘2027년 재생에너지 특별주민지원사업’에 총 57억 원 규모의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도내에서는 가평군이 57억 원으로 가장 많고, 양평군 56억 원, 여주시 50억 원, 이천시 31억 원, 광주시 24억 원, 용인시 1억 원 순이다.
가평군 신청액은 경기도 6개 시군 전체 신청액 219억 원의 약 26%에 해당한다. 전국 공모예산 221억 원과 비교해도 약 25.8%에 이르는 규모다. 신청액만 놓고 보면 가평군이 이번 공모를 단순한 에너지 지원사업이 아니라 상수원 규제지역 주민들을 위한 주요 소득사업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기금 햇빛소득마을’ 조성이다. 마을 단위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전력 판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개별 가구에는 태양광과 히트펌프 설치를 지원하고,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에도 냉난방용 히트펌프를 설치할 수 있다. 히트펌프는 공기나 지열 등을 활용해 냉난방하는 고효율 설비로, 전기료와 난방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기존 행정안전부 주도의 햇빛소득마을 사업과 달리 주민 자부담 없이 사업비 전액을 한강수계기금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농촌지역 태양광 사업은 초기 설치비가 커 주민 참여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사업은 주민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사업 대상지와 주민 참여체계만 제대로 마련된다면 규제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안정적인 발전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가평군은 수도권 주민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각종 중첩규제를 감내해 온 대표적인 팔당 상류지역이다.
상수원보호구역과 수변구역, 자연보전권역 등으로 묶인 지역에서는 공장과 숙박시설, 음식점, 공동주택 등의 입지와 개발이 제한된다. 주민들은 토지를 보유하고도 자유롭게 이용하거나 개발하지 못하는 등 오랜 기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한강수계기금은 이 같은 상류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보상하고 수질개선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 가평군이 신청한 재생에너지 사업 역시 단순한 시설 보급을 넘어 ‘상수원 보호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구체화한 사업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치열한 선정 경쟁이다. 한강수계관리위원회가 이번 공모에 편성한 전체 예산은 221억 원이다. 그런데 경기도 6개 시군이 신청한 금액만 219억 원에 달한다. 경기도 신청 사업을 모두 지원할 경우 전국 공모예산의 대부분이 소진되는 구조다.
공모 대상에는 경기도뿐 아니라 강원도, 충청북도, 서울시도 포함돼 있다. 각 지역에서 제출한 사업까지 고려하면 신청액이 전체 예산을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 한강수계관리위원회는 오는 9월 사업계획과 기술적 타당성, 실행 가능성 등을 평가한 뒤 고득점 순으로 예산을 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가평군이 신청한 57억 원 전액을 확보할지, 일부 사업만 선정될지는 심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경기도는 가평군을 비롯한 6개 시군의 선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자원·에너지 담당 부서와 한국에너지공단 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 지원체계를 가동했다. 지난 6일에는 시군 담당자를 대상으로 공모 평가 기준과 주요 검토사항을 설명하고, 제출 사업의 기술적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점검했다. 도는 오는 9월 중순 최종 선정 때까지 한강수계관리위원회 심의에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가평군이 공모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으려면 단순히 태양광 시설 설치 규모를 제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부지를 사전에 확보했는지, 계통연계가 가능한지, 주민 동의를 어느 정도 받았는지, 발전수익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 등이 평가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시설 설치 이후의 운영계획도 관건이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시설을 설치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유지·관리해야 한다. 설비 고장과 발전량 감소, 보험 가입, 시설 철거비용, 운영 주체의 전문성 등도 사업계획에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소득 사업이라는 취지에 맞게 수익 배분 구조를 투명하게 설계해야 한다.
일부 토지 소유자나 특정 단체에 혜택이 집중될 경우 주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사업 대상 마을과 참여 주민을 선정하는 기준, 부지 임대료, 발전수익 배분 방식, 회계 공개 절차 등을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한다.
가평군이 57억 원 규모의 사업을 최종 확보한다면 그동안 환경보전이라는 공익을 위해 감수했던 주민들의 희생을 실질적인 소득과 에너지 복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 대규모 사업비 확보에만 집중하고 주민 의견 수렴과 사후 운영체계를 소홀히 할 경우 태양광 시설만 남고 주민 체감효과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평군에는 이제 공모 선정과 함께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 ‘누가 운영할 것인지’, ‘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주민들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이번 사업의 성패는 태양광 설비의 숫자가 아니라 상수원 보호를 위해 희생해 온 주민들에게 얼마나 공정하고 지속적인 소득이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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