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삭발은 단일화를 위한 '쇼'였나
원래 삭발은 정치권에서 가장 극단적인 메시지 중 하나다.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결사항전 의지를 드러낼 때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번 삭발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모호하다. 군민 앞에 용서를 구하는 자리였는지, 아니면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결집용 이벤트였는지?

6,3지방선거 첫날인 21일 무소속 이진용 가평군수 후보가 삭발을 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무소속 이진용 후보는 출정식에서 머리카락을 밀어내며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박수를 보냈고, 일부는 “결연한 의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많은 군민들이 기다렸던 질문에는 끝내 답이 없었다.
지역사회가 궁금해한 건 단순한 ‘정치적 실패’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다. 군민들이 듣고 싶었던 건 시민연대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에 대한 명확한 입장, 그리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군수직에서 중도 하차했던 과거에 대한 구체적 해명이었다. 하지만 출정식 현장에서 나온 메시지는 포괄적 표현에 머물렀다.
“군민의 신뢰를 저버렸다”, “변명하지 않겠다”는 말은 있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 결국 삭발은 있었지만, 핵심 사과는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timing이다.
삭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김경호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삭발이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였느냐, 아니면 지지층 결집과 단일화 국면을 위한 정치적 퍼포먼스였느냐”는 냉소가 터져 나온다.
원래 삭발은 정치권에서 가장 극단적인 메시지 중 하나다.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결사항전 의지를 드러낼 때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번 삭발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모호하다. 군민 앞에 용서를 구하는 자리였는지, 아니면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결집용 이벤트였는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더욱이 시민연대 측은 공개 질의와 기자회견, 항의 방문까지 이어갔지만 후보 본인의 직접 해명은 사실상 없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선거기간 중 “과도한 공세는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연락이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공직 후보 검증은 선거철의 네거티브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다.
가평군수는 단순한 행정직이 아니다. 6만여 군민의 예산과 행정을 책임지는 자리이며, 청소년 정책·복지·교육까지 총괄하는 공적 권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의 도덕성과 과거 행적은 검증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군민들이 원하는 것은 눈물이나 삭발, 결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다.정치는 결국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이미지가 아니라 해명과 책임에서 시작된다. “군수만 되면 끝”이고,흠결도 덮을 수 있을 거라는 인상을 남긴다면, 그 어떤 삭발도 군민의 마음까지 밀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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