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 다 해놓고 이제 와 공법 바꾸자?…가평 소각장 ‘뒤늦은 열분해론’ 저의는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9.2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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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I 검토 거쳐 5월 제3자 제안공고·7월 재공고까지…사업 이미 본궤도
- 군 “특정 공법 지정 안 하고 최초 제안자 가점도 배제”…한국환경공단에 평가 맡겨
- 그런데 9·28 토론회서 돌연 스토커 문제 삼고 ‘열분해 방식’ 집중 부각
- 정말 더 나은 기술 발견됐나…아니면 특정 업체 이해관계 작용했나
- 외부 패널 섭외에 업체 관여했다는 제보까지…주최 측·참여자 관계 공개해야
4년간 주민을 설득해 입지를 정하고, KDI 검토를 거쳐 제3자 제안공고와 업체 평가 단계까지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소각 방식을 바꾸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왜 하필 지금인가. 가평군이 추진하고 있는 하루 85톤 규모 자원회수시설을 둘러싸고 최근 일부 주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존 스토커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열분해 방식’을 대안으로 내세우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본보가 지난 8월 19일 김성훈 가평군 자원순환과장과 담당 팀장들을 인터뷰해 확인한 사업 진행 상황과 9월 28일 열린 ‘합리적인 소각장 시설을 위한 군민 대토론회’의 주장을 맞춰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김성훈 가평군 자원순환과장.[사진 정연수 기자]
쟁점은 어느 공법이 무조건 좋으냐가 아니다. 이미 공식적인 경쟁절차까지 들어간 사업을 뒤늦게 흔들 정도의 중대한 문제가 발견됐다면 무엇인지 밝히라는 것이다. 누가, 왜, 지금 이 시점에 특정 공법을 들고나왔는가.
4년 동안 추진한 사업…어제오늘 결정된 게 아니다
가평군 자원회수시설 사업은 갑자기 만들어진 사업이 아니다. 군은 2022년 1월 입지선정계획을 결정·공고하고 같은 해 3월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입지선정위원회와 주민설명회를 거쳐 세 곳의 신청지역 가운데 상색리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본보가 지난 8월 자원순환과를 취재했을 당시 군은 민간투자사업 제안서에 대한 KDI 공공투자관리센터 검토를 2025년 12월 마쳤다고 설명했다. 공식 자료를 통해서도 사업 진행은 확인된다.
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는 2026년 5월 19일 ‘가평군 자원회수시설 민간투자사업(BTO-a) 제3자 제안공고’가 올라왔고 7월 7일 재공고까지 이뤄졌다. 사업이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단계가 아니라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공식 절차로 이미 진입했다는 얘기다. 군은 오히려 “특정 공법 안 정했다”고 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따로 있다.

가평군자원순환과 팀장들.[사진 정연수 기자]
김성훈 과장과 담당 팀장들은 당시 본보 인터뷰에서 특정 업체나 공법에 유리하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 특정 공법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초 제안자에게 통상적으로 부여될 수 있는 가점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체 평가와 향후 공사 관리 역시 가평군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맡겼다는 게 당시 군의 설명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특정 업체를 미리 정하지 않겠다. 특정 공법도 정하지 않겠다. 가점도 주지 않겠다. 전문기관 평가를 통해 경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절차까지 만들어놓은 사업에 지금 와서 굳이 특정 공법을 전면에 내세워 방향을 바꿔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9·28 토론회, 왜 지금 ‘열분해’인가
9월 28일 음악역1939 세미나실에서 가평군지속가능발전포럼 주최로 ‘합리적인 소각장 시설을 위한 군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기존 스토커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열분해 방식 등 다른 처리방식의 장점을 주장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9월 28일 음악역1939 세미나실에서 가평군지속가능발전포럼 주최로 ‘합리적인 소각장 시설을 위한 군민 대토론회’ 장면.[출처/가평뉴스 캡처]
새로운 기술을 검토하고 기존 계획을 비판하는 것 자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수백억원의 예산과 수십 년의 운영비가 들어갈 환경시설이라면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검증과 사업 뒤집기는 다른 문제다. 이미 수년에 걸친 입지 선정과 주민 협의, KDI 검토, 제3자 제안공고까지 진행됐다. 그렇다면 이를 변경하자고 주장하는 쪽에서 최소한 하나는 보여줘야 한다. 기존 절차를 중단할 만큼 중대한 문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정말 기술 때문인가…‘업체 이해관계’부터 밝혀야
여기서 이번 논란의 가장 민감한 문제가 등장한다. 본보에 접수된 제보에는 사업방식 변경을 주장하는 과정에 특정 업체의 이해관계가 개입했고 일부 외부 토론자의 섭외에도 업체 측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포함돼 있다. 현재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때문에 본보 역시 이를 사실로 단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9·28 토론회 주최 측이 패널을 누가 추천했고, 누가 연락했으며, 교통비·강연료·참석비 등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 공개하면 된다. 특정 업체 관계자가 토론자를 추천하거나 섭외했다면 그 사실 역시 공개하면 된다. 업체가 관여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명확히 밝히면 된다.
그러나 만약 사업 수주에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가 주민토론회의 패널 선정이나 행사 준비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면 문제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단순한 환경정책 토론이 아니라 이해관계자가 여론 형성 과정에 개입했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 된다.
다른 지자체도 ‘열분해 주장’ 나왔지만 그대로 바꾸지 않았다. 최근 양주시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졌다. 양주시는 지난 8월 31일 신규 광역폐기물처리시설을 놓고 공개토론회를 열었고, 기존 화격자·스토커 방식과 민간제안사가 제시한 저온 열분해 방식의 장단점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양주시는 스토커 방식에 대해 장기간 대규모 시설에 적용돼 운영 안정성이 검증됐다는 점을 제시했다. 반면 민간제안사 측은 저온 열분해 방식의 환경성과 경제성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토론 뒤 양주시는 기존 방식을 변경할 결정적인 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기존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즉 새로운 공법이 제안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사업을 곧바로 뒤집은 것이 아니다. 가평에서도 똑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열분해가 더 좋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가평군 규모의 생활폐기물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처리한 실적, 연속 가동률, 고장률, 유지관리비, 대수선 비용, 오염물질 배출량 등을 스토커 방식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해야 한다.
바꾸자는 사람에게도 ‘비용표’가 필요하다
사업방식을 바꾸면 행정절차가 어떻게 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KDI 검토와 제3자 제안공고까지 진행된 사업을 변경할 경우 어떤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지, 사업이 몇 년이나 늦어질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추가 행정비용은 얼마인지, 현재 사업 참여자와 법적 분쟁 가능성은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가평군은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준공이 늦어질 경우 그 기간 가평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어디에서, 얼마를 주고 처리할 것인지도 계산해야 한다. 결국 “열분해가 더 좋다”는 한마디가 아니라 “바꾸면 몇 년이 늦고 얼마가 더 들지만 그 이상의 이익이 있다”는 계산서를 내놓아야 한다.
‘왜 지금인가’에 답해야 한다
본보가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열분해 기술 자체를 반대해서가 아니다. 더 좋은 기술이 있다면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공공사업은 기술만큼 절차와 이해관계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가평군은 4년 가까이 주민을 설득했다. 상색리 주민들은 소각시설을 받아들이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KDI 검토도 마쳤다. 제3자 제안공고와 재공고도 끝냈다. 군은 특정 공법을 지정하지 않았고 최초 제안자 가점도 주지 않았으며 전문기관인 한국환경공단에 평가를 맡겼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업자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에 갑자기 특정 공법을 전면에 내세운 사업 변경 요구가 등장했다.
왜 지금인가. 기존 사업에서 결정적인 문제를 발견했다면 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열분해 방식이 월등하다면 국내 실제 운영실적으로 증명하면 된다. 특정 업체와 아무 관계가 없다면 토론자 섭외와 비용 내역을 공개하면 된다. 반대로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환경’과 ‘주민’을 앞세워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뒤집자고 요구한다면 그 배경과 이해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가평군민이 원하는 것은 특정 업체도, 특정 공법도 아니다.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군민 세금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시설이다. 그리고 그 결정 과정에 특정 업체의 이해관계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이제 공법 변경을 주장하는 측이 답할 차례다. “왜 열분해인가”보다 먼저, “왜 하필 지금인가.”본보는 그 답을 끝까지 확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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