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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병에 멍든 어르신들”…효잔치인가, 생색내기 자리인가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05.06 18:55
  • 조회수 19,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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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빈소개.JPG

이날 행사에서 내빈 소개와 시상식에 최소 50여분이 소요됐다.[출처/NGN뉴스 유튜브]

어버이날을 앞둔 6일 오후 경기 가평군체육관에서 열린 제54회 어버이날 기념식이 ‘어르신을 위한 행사’가 아닌 ‘내빈을 위한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가평군노인복지관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지역 어르신 400여 명과 기관·사회단체장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식전 공연과 기념식, 시상식, 축하공연 등으로 약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초청 가수로는 김혜연도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문제는 또다시 반복된 ‘내빈 소개 병폐’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내빈 소개와 기관장 축사에만 무려 50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행사 시작 직후부터 이어진 장황한 소개와 의례적 축사는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객석에 앉아 있던 고령의 어르신들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던 어르신들은 연신 하품을 하거나 몸을 뒤척였고, 곳곳에서는 “언제 끝나냐”, “노인들 힘든 건 생각도 안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어르신들은 허리를 주무르며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했고, 행사장 밖으로 나가 한숨을 돌리는 모습도 이어졌다.

 

정작 더 황당한 장면은 1부 기념식이 끝난 직후 벌어졌다. 내빈 소개와 축사를 마친 뒤 서태원 군수를 비롯한 상당수 기관·단체장들은 자리를 떠난 것이다. 이후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지만, 이미 지친 어르신들 역시 하나둘 행사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공연이 2시간 넘게 이어질 무렵 객석 곳곳은 텅 비기 시작했고, 초청가수 김혜연이 무대에 올랐을 때는 객석의 90% 이상이 비어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어르신은 “몸이 불편한데도 모처럼 공연 본다고 왔더니, 내빈 소개만 하다가 시간 다 갔다”며 “우리를 위한 행사인지, 기관장들 얼굴 알리는 자리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참석자는 “어버이날이면 어르신을 공경한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노인들이 가장 뒤로 밀린다”며 “축사는 짧게 하고 공연부터 편하게 보여주는 게 진짜 효도 아니냐”고 꼬집었다.

 

가평군 사회에서는 가평 지역 행사 때마다 반복되는 ‘소개 중심 문화’가 이제는 고질병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행사의 주인공보다 내빈이 앞서고, 주민보다 기관장이 중심에 서는 왜곡된 행사 문화가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초고령 지역인 가평에서조차 고령 참석자들의 건강과 편의보다 ‘의전’이 우선되는 현실은 행정 감수성 부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역 주민들은 “효(孝)를 말하면서 정작 어르신들을 가장 힘들게 만든 행사가 됐다”며 “이제는 보여주기식 축사와 끝없는 내빈 소개 문화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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