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가 채취·재검사 반복… 실효성 논란

경기도 가평군의 축산분뇨 관리 제도 가운데 핵심 장치로 꼽히는 ‘부숙도 검사’가 실질적인 환경 관리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사 방식이 농가 자가 시료 제출에 의존하고, 부적합 판정 이후에도 강제 처분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평군 축산과 설명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산농가는 퇴비 부숙도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현행 기준은 허가 대상 배출시설 농가는 연 2회, 신고 대상 배출시설 농가는 연 1회 검사다. 검사는 농가가 퇴비 더미 여러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혼합한 뒤 이를 농업기술센터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평군에서는 농업기술센터가 사실상 유일한 검사기관이다.

축분 부숙도 검사를 위한 '시료채취'비닐팩.[사진/가평군 축산과]
문제는 이 과정이 대부분 농가 자가 채취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행정기관이 직접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가가 직접 채취해 제출하는 구조여서 검사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특히 퇴비 더미의 특정 지점만 채취할 경우 실제 전체 퇴비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한 환경 정책 전문가는 “부숙도 검사는 필요한 제도이지만 자가 채취 방식이 지속되면 형식적인 절차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며 “환경 관리 기능을 강화하려면 현장 관리와 감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적합 판정 이후 조치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평군에 따르면 부숙도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행정 조치는 대부분 전화 통보나 반출 금지 안내, 재부숙 후 재검사 수준에 그친다. 검사 미이행에 대한 과태료 사례는 없고, 미부숙 퇴비 반출로 인한 행정 처분 사례도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부적합 판정이 나오더라도 재검사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으면 절차가 종료되는 구조다. 가평군 자료에 따르면 관내 축산농가는 약 341개소이며 이 가운데 부숙도 검사 의무 대상은 124개소다. 이들 농가 중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는 10% 미만 수준으로 알려졌다. 행정은 이를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 근거로 설명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검사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수치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축산분뇨 관리에서 더 중요한 것은 검사 자체보다 현장 관리 체계라고 강조한다. 실제 환경 문제는 퇴비 야적이나 침출수 발생, 과다 살포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부숙도 검사는 최소 기준을 확인하는 장치일 뿐 근본적인 관리 체계는 아니다”라며 “현장 점검과 행정 감독이 병행되지 않으면 제도는 형식적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부숙도 검사가 축산분뇨 관리의 필요한 절차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환경 관리가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관리와 행정 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부숙도 검사는 환경 관리 제도라기보다 형식적 행정 절차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논.밭에 투기한 축분을 무작위로 채취해 '부숙도 검사' 민.관에 의뢰했다.[사진/정연수 기자]
한편 본지는 환경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공정.객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가평읍 논.밭에 투기한 축분을 7곳에서 무작위로 시료를 채취해 가평군.축협.민간 검사기관에 의뢰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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