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군 설악면 일명 솔고개 인근에 10년 넘게 방치돼 있는 '납골당'...흉물스럽다며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인구 6만3천여 명의 가평군에서 봉안시설이 서류상으로는 충분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실제 군민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허가만 받고 장기간 운영되지 않는 시설과 특정 단체 전용 시설이 통계에 포함되면서, 행정 판단과 주민 체감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평군의 인가된 묘지·봉안시설 현황을 보면 수치는 여유가 있는 것처럼 나타난다. 공원묘지(일반묘지)는 총 7,825기 중 현재 3,852기가 매장돼 있으며, 2,617기가 추가 매장 가능한 상태다.
공설봉안시설은 총 1,590기 가운데 459기가 봉안돼 있고, 1,131기가 사용 가능하다. 사설봉안시설은 총 10,294기 중 1,071기가 봉안돼 있으며, 9,219기가 남아 있다. 공설묘지시설은 총 7,048기 중 1,740기가 사용 중이고, 5,305기가 가능 시설로 집계돼 있다. 그러나 사설봉안시설의 경우 실제 운영 실태는 통계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평군 내 사설봉안시설 10곳 가운데 일반 군민에게 분양이 가능한 곳은 3곳에 불과하며, 나머지 7곳은 종교단체나 특정 단체 회원을 대상으로 운영돼 사실상 일반 이용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반 군민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봉안시설은 약 2,789기 수준으로 추산된다. 고령 인구 증가와 화장률 상승 추세를 고려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문제로는 허가만 취득한 뒤 장기간 운영되지 않고 방치된 봉안시설이 지적된다. 설악면 선촌리 532-3번지 일대의 경우 봉안시설 허가를 받았으나, 실제로는 폐건물 상태로 수십 년간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유사하게 종교단체 명의로 허가만 확보한 채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군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까지 모두 ‘인가 시설’로 집계되면서, 군 행정은 봉안시설이 포화 상태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평군은 봉안시설 총량이 이미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향후 5년간 신규 봉안시설 허가를 제한하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이용 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허가 숫자만을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역사회에서는 봉안시설 정책의 기준을 허가 중심에서 실사용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간 미운영 시설에 대한 정비 기준을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군민이 이용할 수 없는 시설은 총량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식의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가평추모공원을 제외하면 공설 봉안시설의 선택 폭도 제한적인 만큼, 군민 접근성이 높은 공공 봉안 인프라 확충 역시 검토 대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봉안시설은 단순한 개발 인허가 대상이 아니라, 군민의 장례와 직결된 공공 인프라라는 점에서 실제 이용 실태를 반영한 정책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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