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군, 자체 감사 등 반드시 진상 규명하고 군민에게 공개해야

가평군이 발주한 재난복구 공사에서 벌어진 ‘하도급 금지 압박’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발주·감독권을 가진 공무원의 발언이 공사 구조 전체를 흔든 사건이다.
17억 원 규모의 공사를 맡은 원청 대표는 담당 팀장으로부터 “하도급 주면 가만 안 둔다”, “절대 외주 줄 생각 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라고 주장한다. 입찰공고 어디에도 없는 규정이, 공무원의 입을 통해 곧바로 ‘권력형 지시’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문제의 하도급을 준비했던 지역 업체는 관련 서류와 인력까지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계약 당일, 원청 업체는 “군청 팀장이 직영하라고 했다”며 “계약을 포기했야겠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공직자의 말 한 마디에 하도급 계약을 준비했던 업체는 해당 공무원에게 항의도 못하고 ‘속 앓이’만 하며 분개했다. 그러나 해당 팀장은 “관리 효율을 위한 권고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명이든.변명이든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감독권을 가진 공무원의 말은 결코 ‘권고’로 들리지 않는다. 그 말은 곧 위력이며, 사실상의 지시다. 법조계가 이번 사건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죄 혐의로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대장동 항소 포기 종용 의혹’과 구조적 맥락도 같다. 상명·하복 체계에서 상급자의 말은 설명이 아니라 압력이다. 가평군 사안 역시 공공조직의 언어가 권력으로 작동하는 전형적 사례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방의회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업체 참여 확대’ 조례를 논의하고 있는데 현실에서 일부 공무원은 정반대의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모순된 행정은 지역 업체의 기회를 줄이고, 공정경쟁을 무너뜨리며, 관급공사 전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
“지방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가 공무원 개인의 언행 하나에 의해 손쉽게 무력화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이 ‘개인 일탈’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방행정 전반에 퍼져 있는 “말로 하면 된다”는 관행, 절차를 우회하는 권한 오남용 문화, 규정보다 ‘구두 지시’를 우선시하는 비공식 행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환경에서는 공정과 투명성이 자리 잡을 수 없다. 행정의 언어가 사적 판단과 개인 취향에 흔들리는 순간,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 업체이며, 결국 지역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는다.
이 사건은 결코 “오해였다”거나 “말이 지나쳤다”는 수준으로 봉합될 일이 아니다. 이는 재난복구 공사처럼 군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업에서 공적 권한이 사적으로 행사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행정 내부의 ‘조직적 성찰’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
지역경제는 조례로만 살아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공무원이 말 한마디로 규칙을 바꾸는 순간, 그 조례는 휴지조각이 된다. 이번 사건은 공공권력의 언어가 얼마나 무겁고, 그 언어가 흐트러질 때 지역경제가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가평군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무원의 언행이 곧 공공권력의 행사이며, 그 사적 사용은 지역경제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다시 새겨야 한다. 그리고 자체 감사 등을 통해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하고 그 결과를 군민에게 공표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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