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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③·르포] “산주 동의서 한 장이 가로막는 숲”… 방제도, 조림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5.10.17 13:08
  • 조회수 9,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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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평 잣나무 재선충병, 현장에서 본 ‘행정의 사각지대’

재선충드론 상색.jpg

 

“죽은 나무만 베어낸다”… 끝없는 악순환

 

북면의 한 능선. 벌목된 잣나무가 산길 옆으로 무너져 있다. 밑동이 검게 타들어가듯 썩었고, 껍질 속에는 이미 재선충이 떠난 흔적만 남았다.


“이 나무는 이미 1년 전에 감염된 거예요. 지금 베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현장에 함께한 한 방제 인부의 말이다.

 

가평군의 공식 방제 원칙은 ‘감염목 제거’. 그러나 대부분은 이미 죽은 나무다. 살아 있는 주변 나무는 외관상 멀쩡하다는 이유로 그대로 남는다. 문제는 잣나무의 잠복기(최대 2년).


이미 병이 번진 인접목이 방제망을 빠져나가고, 이듬해엔 또 다른 ‘죽은 나무’로 발견된다. 
그때 또 예산이 투입된다. 죽은 나무만 자르고, 감염은 살아남는 순환이다.
 

 

“사유림 90%”… 행정의 손이 닿지 않는 산

 

가평군의 임야 6만9천 헥타르 중 국.공유림은 8천 헥타르에 불과하다. 나머지 90%가 사유림이다.
“감염목이 발견돼도, 산주 동의서 없이는 톱 하나 못 댑니다.” 군 산림보호팀 관계자의 말이다.

 

법적으로는 감염목이 나오면 반경 2㎞를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한다. 그러나 지정만 있을 뿐, 강제 방제 권한은 사실상 없다. 


“산주가 ‘내 땅 나무 자르지 마라’ 하면 그냥 끝이에요. 손도 못 대고 그냥 다음 해로 넘기죠.”

결국 행정은 감염 통계를 쌓고, 산은 서서히 죽어간다. 지금 가평군 전역은 잣나무 한 그루도 반출할 수 없는 금지조치가 내려져 있다.
 

 

“예산보다 협조가 문제”…산주와 행정의 평행선

 

한 산주는 이렇게 말했다. “죽은 나무는 알아서 베어가도 됩니다. 근데 멀쩡한 나무를 왜 베어요? 그게 다 돈인데.”


산림청은 초기엔 감염목 주변 반경 100~500m까지 ‘모두베기’ 원칙을 적용했지만, 보상비 부담과 민원 폭증으로 20m 이내로 축소했다.


그 결과, 감염 확산은 더 빨라졌고 방제비는 더 커졌다. 
“결국 서로 불신만 커졌어요. 행정은 ‘예산 탓’, 산주는 ‘보상 없다’ 탓.” 현장의 말은 곧 구조의 모순이다.
 

 

드론·그물망·매몰…“다 해봐야 임시처방”

 

산림청은 항공방제를 금지하고 드론 방제를 권장하지만, 실효성은 낮다. 가평군이 보유한 드론은 조사용 1대, 방제용 1대뿐이다. 외주를 줘도 약제 탑재량은 20리터 내외.


“한 대로는 한 마을 커버도 어렵습니다. 드론은 ‘보여주기용’이죠.” 
현장 인부의 냉소다. 
결국 산 중턱에선 ‘그물망 포집’이나 ‘현장 매몰’이 대부분이다. “한 그루 처리하는 데 20~30만 원 들어갑니다. 그래도 매년 또 죽어요.” 예산은 쓰이지만, 숲은 나아지지 않는다. 

 

재조림 없는 방제… “숲의 공백지대”

 

감염목을 제거한 자리에 새로운 묘목이 심어져야 한다. 그러나 조림 예산은 방제 예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삭벌지로 지정된 곳 대부분이 그대로 방치된다.


“심을 면적이 확보돼야 조림을 하는데, 띄엄띄엄 베니까 못 심어요.”
결국 방제는 ‘나무를 베는 사업’으로만 남는다. 지속 가능한 산림 복구가 아닌 단년도 성과 위주의 행정,예산 실적 중심의 ‘사업 처리형 방제’가 숲의 연속성을 끊고 있다. 

외경군민의날.jpg

“숲의 팬데믹, 행정의 무감각”

 

지금 가평의 잣나무 숲은 병든 나무보다 병든 행정이 더 큰 위협이다.
산림청은 “전국 단위 예산 배분 기준상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현장은 “그 기준이 바로 산을 죽인다”고 반박한다.

 

“2년 전만 해도 멀쩡했어요. 지금은 70%가 말라 죽었습니다.” 북면 삼회리 주민 A씨.

“숲이 죽어가는데, 보고서는 늘 두꺼워집니다.” 가평군 산림보호팀 관계자.

 

숲의 팬데믹은 이미 시작됐다.예산의 구멍, 조합의 이권, 동의서의 장벽, 그리고 행정의 무기력.숲을 지키는 일은 기술이 아니라 의지와 시스템의 문제임을,가평의 잣나무들이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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