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국 포천시장 "6군단 부지 반환은 선출직의 몫", 시민들은 '선출직의 목'

[포천=NGN뉴스]양상현 기자=19일 오전 7시, 박윤국 경기 포천시장이 시의회와 시민들의 군부대 앞 시위현장을 찾아 "6군단 부지 반환은 선출직의 몫"이라며, "반드시 해결하겠으니 시장에게 맡겨달라"라고 말했다. '선출직의 몫'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자신의 '목'을 건 셈이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부지반환 촉구시위가 시작된지 23일만이다. 이에 따라 28일 예정된 용산 국방부 앞 시위도 중지예정이다.
6군단 부지반환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박 시장이 직접 나선 것인지, 아니면 그만의 특단의 대책이 이미 서있어 "반드시 해결하겠다"라고 호언장담 한 것인지 "맡겨달라"라는 박 시장의 발언을 두고 시민 사이에선 설왕설래다.
박 시장이 김부겸 국무총리와 지난 14일 만나 이 문제를 면담했고, 시의회는 오는 28일 용산 국방부 앞 대규모 상경 시위까지 계획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판은 장터처럼 시끌벅적하지만, 이번처럼 50일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일이 커지는 경우는 드물다. 시민들은 정치인이 자신의 '목'을 거는 것에 환호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출직과 가깝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응원하는 논리를 개발하여 저마다 나발을 분다. ‘물갈이론’은 선거철 단골 메뉴다. ‘한 게 뭐가 있느냐.’, ‘시장되면 코빼기도 안 뵌다’,‘집토끼 관리는 안 하고 산토끼만 잡으러 다닌다’ 등 오만가지 이유로 ‘싹 갈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기세등등하다.
시민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새 물로 확 갈자는 말은 시원하다. 세상살이로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판에 정치판을 갈아엎자는 말은 답답한 가슴을 풀어준다. 화풀이도 되고 빈자리도 생길 테니. 허나 괜한 심술은 자해다.
19일 오후, 기자는 국무총리 면담 때 동행한 송상국 의장 직무대리와 만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박 시장은 6군단 내 포천시 소유 8만평에 대한 반환뿐만 아니라 전체 27만평 중 국방부 소유 19만평까지 모두 요구했다"는 것. 또 이 부지에 포천시 평화스포츠타운을 조성한다는 포부까지 밝혀 당위성은 물론 명분까지 더했다.
그는 "박 시장의 스케일이 남다르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느꼈다"라며 "6군단 부지반환은 시의회에서 불을 지폈지만, 결국은 시장이 나서 정부 중앙부처 및 정치인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 공약사항에도 집어넣도록 하고, 행정적으로도 효율적으로 풀어내려면 시장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며, "시의회는 절반의 역할은 해냈지만, 시의회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6군단이 올 연말께 해체 예정이고, 시는 더 이상 시유지를 임대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 이어, 당위성과 명분을 가지고 남북 스포츠 교류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 또 북한과 지속적인 스포츠·문화교류를 하는 국내 유일의 인프라로 천혜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뤄 포천을 대표하는 힐링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피력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김 총리는 "국방부에게 포천시와 민군협의체를 하루빨리 만들도록 지시하겠다"라며 "협의체가 만들어지면 상부기관인 총리실과 국무조정실에서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도록 나서겠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송 의장 직무대리는 "국방부가 6군단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집행부가 의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 이번 임시회 때 문제가 됐지만 집행부가 일은 안한 것은 아니다"라며 "집행부는 6군단에 계속 공무원을 보내 시유지 반환협상을 진행했고, 철거명령도 내렸고, 임대연장 거부의사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도 말했다.
일부 시의원과 시장 후보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셈법'으로 애꿎은 시민을 엄동설한 이른 아침에 군부대 앞으로 불러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고 보면 선거 때마다 대폭 물갈이를 실천한 곳은 포천과 같은 애꿎은 접경지역이었다. 신인을 내세워도 당선 가능한 여건이 물갈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다보니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시장을 비롯한 시의원까지 '민주당 싹쓸이'로 초선 의원을 양산한 후유증이 심각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총선에서는 야당에서 국회의원이 선출됐다. 시민들은 보수 텃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최춘식 의원을 심은 것이다. 하지만 그가 상임위를 국방위가 아닌 행안위를 선택해 포천을 위해 건진 것은 별로 없다는 말도 나왔다. "농부가 쟁기를 손에 들었으면 밭으로 가야지, 바다로 갔다", 그래서 ‘존재감이 없다’, ‘포천 패싱이다’, ‘포천 홀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한국전쟁 등 역사적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38선을 품고 있는 접경지역 특성 때문인지, 각종 연고가 너무 촘촘하게 얽혀있는 토착문화 때문인지, 어쨌든지 타지역에 비해 배타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역사적 환경이나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한 포천만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개방과 관용에 인색한 풍토는 바꿔야 한다. 낙하산 반대든, 물갈이든, 알고 보면 자신이나 가까운 지인을 편드는 논리다. 조건이 유리하면 입을 다물고, 해당사항 없으면 바로 반발한다.
누구나 갓난애로 태어나서 연륜이 쌓여 어른이 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초선의 병아리 정치인으로 출발해서 선수가 쌓이면 중진으로 성장한다. 때론 거물로 큰다. 크는 만큼 큰일을 해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윤국 시장과 최춘식 의원 모두 시의원으로 시작해, 도의원을 거쳐, 각각 시장과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말이 있듯이 ‘될 정치인’을 발굴하여 거물로 키우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갈이보다 물주는 일이 먼저다. 비난보다 칭찬이 인물을 키운다. 무단히 흔들어대는 일은 누워서 침 뱉기다.
대통령 빼고는 다 해봤다는 이한동 전 총리도, 3선을 지내며 국회 국방위원장까지 했던 김영우 전 의원도 이 문제만큼은 해결하기 못했다. 그만큼 이 지역 국회의원인 최춘식 의원의 역할이 앞으로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 시장은 이날 아침 "추운 겨울 아침마다 23일째 출근투쟁을 하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라며 "여러분들의 투쟁 덕분에 포천시와 시민의 요구사항을 5·6군단 수뇌부, 국방부, 국무총리 등을 만나 전달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요구사항인 민관군 협의체 구성을 통한 부지 반환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지금부터는 제가 책임지고 일하겠다"라고 스스로가 못을 박았다.
이날까지 출근투쟁을 주도한 연제창 시의원은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라며 "이철휘 위원장께서 힘쓰겠다고 하셨고, 시장님께서 민관군협의체 구성을 약속해 주셨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추세를 보아 출근투쟁은 잠시 중단하겠다"라며 "6군단 부지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포천시민 모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박윤국 포천시장의 방문으로 시민들의 출근투쟁은 마무리됐고, 추후 결과는 박윤국 포천시장의 '정치적 몫'이 됐다. 그의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가 됐다는 뜻이다. 또한 이 자리에는 이철휘 더불어민주당 국방안보특별위원장과 이원웅 경기도 도의원도 함께 했다. 그들의 목숨도 함께 달린 셈이다.
지방선거에 앞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체제를 선택하는 중요한 선거다. 우리는 지금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할 것인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갈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국민은 양 체제의 정체성과 역사적 실험 성과를 살펴보고 심사숙고한 후, 확실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6군단 부지반환 문제는 적어도 포천시에서는 대선은 물론 지방선거에서도 하나의 큰 '잣대'가 될 것이다.
물론, 투표 결과에 대해 누구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뿐더러 아무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일단 선거가 끝나면 그뿐이다. 투표한 후, 손가락을 자르며 후회해도 말짱 도루묵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후회와 한탄의 목소리가 도돌이표처럼 되풀이 되어온 데자뷔가 두렵다. 이번엔 진짜 잘 찍을까.
적어도 지난 70여년간 희생만 강요당해온 포천시민에게 6군단 부지를 반환해 '특별한 희생에 더 특별한 보상'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보상'만이라도 해 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시장, 시의원으로 선택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은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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