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패션행사에 “지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반대…누가 청평의 미래에 선을 긋는가
- 1979년 강변가요제의 도전 정신은 어디로…새로운 시도마다 반대부터 하는 폐쇄적 지역 풍토
청평은 언제까지 과거의 익숙함에 갇혀 살아야 하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낯설다고 하고, 외부에서 새로운 문화가 들어오면 지역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한다. 변화를 이야기하면 우려부터 앞세우고, 도전을 시작하면 반대할 이유부터 찾는다.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부족한 예산도, 열악한 환경도 아닌 변화를 거부하는 폐쇄적인 사고방식일지 모른다. 오는 17일 청평 청춘역1979에서 열리는 ‘경기패션위크 × 제18회 LBMA STAR Awards 2026’을 둘러싼 일부 반대 의견이 그렇다.
주최사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가평군 예산 지원 없이 추진된다. 국내외 디자이너와 모델들이 참여하고, 일반 관람객에게는 무료로 개방된다. 해외 참가자와 가족들의 3박 4일 체류를 지역 숙박·외식·관광 소비로 연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패션행사가 청평의 지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도대체 청평의 정서는 누가 정하는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지역 문화의 허용 범위까지 결정할 권한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청평은 1979년 강변가요제가 시작된 곳이다. 당시 젊은이들의 새로운 음악과 도전은 청평을 전국에 알리는 문화적 자산이 됐다. 47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국제 문화행사를 두고 지역 정서부터 따지는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과거의 청평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여 이름을 알렸는데, 오늘의 청평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부터 논쟁해야 하는가. 물론 행사에 대한 비판과 반대는 자유다. 소음과 교통,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따져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 없이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시도를 배척하는 것은 건설적인 비판이 아니다.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지역 발전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기득권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형성된 인맥과 관행이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배척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면 그것은 공동체 의식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지역의 미래보다 자신들의 영향력을 우선하는 폐쇄적인 기득권 문화, 이른바 '지역 카르텔'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다만 실제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반대를 주도했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가평군은 인구감소지역으로 재지정됐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작 새로운 문화와 방문객을 끌어들일 기회에는 문을 닫는다면 이보다 모순된 일이 어디 있는가.
외부 관광객은 오기를 바라면서 외부 문화는 거부한다. 지역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면서 새로운 시도는 반대한다. 변화는 싫고 발전의 열매만 얻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 국제 패션행사가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지는 행사가 끝난 뒤 평가하면 된다. 성과가 부족하면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면 된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가능성부터 차단해서는 안 된다. 청평은 일부 기득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주민 모두의 삶의 터전이며 미래 세대가 꿈을 펼쳐야 할 공간이다.
지역을 사랑한다는 것은 과거의 모습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청평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낯선 패션쇼가 아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타성, 자신들의 생각만 옳다고 믿는 독선, 지역 발전보다 기득권을 앞세우는 폐쇄적인 풍토다.
1979년 강변가요제가 청평의 새로운 역사를 썼듯, 2026년의 청평에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변화를 거부하는 지역에 발전은 없다. 청평의 미래에 선을 긋는 사람이야말로 청평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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