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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의 가을은 붉은 ‘감홍’으로 익어간다…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과즙이 ‘팡’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6.10.10 13:22
  • 조회수 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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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홍로·10월 감홍·11월 부사…황금사과농원, 제철 사과 직접 따는 농촌체험 인기
  • 명지산·연인산·화악산 청정 자연이 키운 가평 명품 사과…10월이면 ‘사과의 여왕’ 감홍이 제철
  • 아삭한 식감에 당도 17~19브릭스 이상…20년 사과 외길 정향영 대표의 특별한 수확

가평의 가을이 붉게 익어가고 있다. 명지산과 연인산, 화악산. 가평의 3대 명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에는 사계절 푸른 잣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솔향 가득한 청정 자연과 맑은 공기, 서늘한 산바람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가평의 또 다른 명물인 사과가 탐스럽게 영글고 있다. 그중에서도 10월의 주인공은 단연 ‘사과의 여왕’이라 불리는 감홍(甘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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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황금사과농원(대표 정향영)에 들어서자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사과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가을 햇살을 머금은 감홍은 이름처럼 붉고 탐스러웠다.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고, 윤기가 흐르는 껍질은 보기만 해도 군침을 돌게 했다.

 

기자가 잘 익은 감홍 하나를 골라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단맛이 먼저 혀끝을 감싸고, 뒤이어 은은한 새콤함과 사과 특유의 진한 향이 올라왔다. 과육은 단단하면서도 아삭했고, 씹을수록 풍부한 과즙이 터져 나왔다.

 

흔히 먹던 사과와는 또 다른 맛이었다. 왜 감홍을 ‘사과의 여왕’이라고 부르는지 한 입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황금사과농원에서 자란 감홍 가운데 큰 것은 무게가 1kg에 이른다. 성인 주먹과 견줄 만큼 큼직한 사과가 가지마다 매달린 모습은 그 자체로 가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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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따야 되나요"..주인의 안내로 사과따기 체험을 하러 온 관광객들이 잘 익은 '감홍'을 따고 있다. 하지만 땅에 떨어질까봐 얼굴 표정은 심각하다.[사진/정연수 기자] 

 

가평의 사과가 특별한 이유는 자연환경에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가평은 서울 도심보다 기온이 4~5도 낮게 나타나는 날도 있다. 특히 사과가 익어가는 가을철에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지면서 과실의 착색과 당도 형성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준다. 여기에 맑은 공기와 풍부한 일조량, 산간지역 특유의 서늘한 기후가 더해지면서 가평 사과만의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맛을 빚어낸다.

 

현재 가평에서는 90여 농가가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감홍은 이야기가 다르다. 일반 사과보다 재배와 품질 관리가 까다로워 감홍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농가는 많지 않다는 게 현지 농업인들의 설명이다.

 

20년 넘게 사과 농사 외길을 걸어온 정향영 대표 역시 감홍을 손이 많이 가는 품종으로 꼽는다. 정 대표는 “감홍은 재배가 까다로워 제대로 된 사과를 수확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며 “정성을 들인 만큼 맛은 뛰어나지만 좋은 품질의 감홍을 생산하기까지는 농부의 세심한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해 동안 농부의 손길과 가평의 햇살, 산바람이 함께 키워낸 감홍이 지금 황금사과농원에서 수확의 계절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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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과농원'정향영 대표가 '감홍사과'의 특징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크고 달콤하지만 재배는 까다로운 감홍…희소성이 곧 경쟁력

 

감홍은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사과 품종이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가 1981년 교배한 계통을 육성해 1992년 최종 선발했다. 일반적으로 10월 상·중순에 수확하며, 평균 과중은 500~600g에 이르는 대과종이다. 선홍색 껍질과 치밀한 과육, 풍부한 과즙이 특징이다. 특히 특유의 진한 향과 높은 당도, 적절한 산미가 어우러져 맛이 뛰어난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감홍의 일반적인 당도는 15~16브릭스(Brix) 수준이다. 재배환경과 과실의 숙도에 따라 더 높은 당도를 보이기도 한다. 황금사과농원에서 소개하는 감홍의 당도는 17~19브릭스 이상으로, 실제 과실별 측정 결과가 뒷받침된다면 높은 품질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감홍은 과피에 거친 갈색 무늬가 생기는 '동녹'과 과육에 갈색 반점이 생기는 생리장해인 '고두병'에 취약하다. 많이 달렸다고 모두 수확할 수 있는 사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 대표가 감홍 재배를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년 넘게 사과나무와 함께 살아온 농부의 경험은 단순히 사과를 크게 키우는 데 머물지 않는다. 어떤 열매를 남기고, 언제 수확해야 가장 맛있는지 살피는 과정에 오랜 세월의 노하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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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엔 홍로, 10월엔 감홍, 11월엔 부사…가을마다 달라지는 사과 맛

 

황금사과농원의 또 다른 매력은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품종의 사과를 맛보고 직접 수확할 수 있다는 점이다. 9월에는 홍로가 먼저 가을을 알린다. 붉은 빛깔에 단맛이 좋은 홍로는 추석을 전후해 인기를 끄는 품종이다. 10월에는 감홍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큼직한 크기에 높은 당도, 진한 향까지 갖춘 감홍은 가을 사과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품종이다. 이어 10월 하순부터 11월에는 부사(후지)가 제철을 맞는다. 단단하고 아삭한 과육에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뤄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사과다. 같은 농원에서 자란 사과라도 계절에 따라 색깔과 향, 맛이 달라진다. 황금사과농원을 한 번 찾은 방문객이 다른 계절에 다시 찾아와도 새로운 수확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이유다.

 

사과도 따고, 농촌도 배우고, 수확의 기쁨까지…'일석삼조' 체험

 

황금사과농원에서는 사과를 눈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문객이 과수원에 들어가 잘 익은 사과를 직접 골라 따는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나무에서 사과가 자라는 과정을 배우는 살아 있는 자연학습장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바쁜 일상을 벗어나 가을의 정취를 즐기는 휴식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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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사과따기체험을 하러 온다는 정희란 교사(성남).

 

직접 고른 사과를 수확하고 농장 직거래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고른 사과를 손으로 따는 즐거움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도시의 마트 진열대에서 만나는 사과와 달리, 과수원에서는 나뭇잎 사이로 붉게 익은 사과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가지를 살짝 들어 올려 열매를 수확하는 순간에는 작은 성취감도 느껴진다.

 

사과를 따는 즐거움에 신선한 제철 과일을 맛보는 기쁨, 농촌의 자연을 체험하는 경험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이처럼 사과따기 체험은 농가에는 새로운 소득 기회를, 방문객에게는 특별한 가을 추억을 선사하는 농촌관광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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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산과 연인산, 화악산의 산자락이 조금씩 가을빛으로 물드는 10월. 가평의 가을은 단풍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잣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과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감홍도 가평의 가을을 빛내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한 입 베어 물면 '아삭', 두 입 베어 물면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가평 황금사과농원에는 지금 농부의 땀과 정성으로 키워낸 가을의 맛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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