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언론인·시민단체 겨냥해 “반복 연락·압박·행정 개입” 주장
- 피해 사례·시점·행위는 제시 안 해…‘과도한 연락’ 판단 기준도 불분명
- 언론 자유·알 권리 존중한다면서도 ‘정당한 취재-부당한 압박’ 경계 모호
- 공직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강한 표현 사용할수록 구체적 사실 제시해야
“부당한 압박과 갑질, 더 이상 NO.” 가평군공무원노동조합이 일부 지역 언론인의 취재와 시민단체의 민원 제기 과정에서 공직자를 상대로 한 반복적인 연락과 압박, 행정업무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있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공직자를 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정작 성명서에는 누가, 언제, 어떤 공무원에게, 어떤 방식으로 압박하거나 행정에 개입했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제시되지 않았다. ‘갑질’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비해 주장의 근거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가평군공무원노조는 30일 ‘공직자를 향한 부당한 압박과 갑질, 더 이상 NO!!’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일부 지역 언론인의 취재와 시민단체의 민원 제기 과정에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반복적인 연락과 압박, 행정 현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 등이 있었다는 문제 제기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다만 “언론의 자유가 공직자에 대한 무제한적인 연락과 압박, 사적인 영역에 대한 개입, 행정업무의 정상적인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나 소문을 근거로 공직자를 압박하거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행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위는 정상적인 취재·감시 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노조가 제시한 ‘압박’, ‘과도한 연락’, ‘부당한 개입’, ‘갑질’이 어디서부터 성립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성명서에 없다는 점이다. 언론 취재 과정에서는 사실 확인을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 여러 차례 연락하거나 답변을 재차 요구할 수 있다. 시민 역시 행정기관의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추가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폭언이나 협박, 사생활 침해, 직무상 권한을 벗어난 요구 등은 정당한 취재나 민원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때문에 양자를 구분하려면 결국 구체적인 행위와 사실관계가 제시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는 문제의 행위가 언제 발생했는지, 피해를 호소한 공무원이 몇 명인지, 언론인과 시민단체가 각각 어떤 행동을 했는지, 노조가 주장하는 ‘행정 개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이 담기지 않았다.
더욱이 노조는 향후 같은 행위가 계속될 경우 관계기관 진정·고발 등 모든 합법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면 그에 상응해 문제 삼는 행위의 범위와 판단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성명에는 가평군과 간부 공무원을 향한 요구도 담겼다. 각 부서장이 소속 공무원을 부당한 압박과 과도한 연락으로부터 보호하고, 가평군 역시 조직 차원의 법적·제도적 지원에 나서라는 것이다.
공직자 역시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라는 노조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동시에 언론의 행정 감시와 시민의 민원 제기는 공공행정을 견제하는 통로라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필요한 것은 ‘갑질’이라는 규정 자체보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사실 확인이다.
노조가 실제 피해 사례와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면 공직자 보호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반대로 구체적 근거 없이 정상적인 취재나 민원까지 ‘압박’이나 ‘갑질’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으로 묶을 경우 행정 감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강한 성명일수록 근거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공직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과 언론·시민의 정당한 감시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번 가평군공무원노조 성명에서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BEST 뉴스
-
후보 3명 뽑고 다시 ‘감사’…가평시설공단 사태, 임명권자 책임은 없나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선임이 후보 3명까지 압축한 뒤 돌연 멈춰 섰다. 가평군이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는지 확인하라며 공단에 자체감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태원 가평군수 공단은 가평군 산하 지방공기업이고 이사장 최종 임명... -
군수도, 공직사회도, 지역주민도 모르는 가평 ‘공동화 위기’…3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8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군민의날'을 기념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3년 뒤로 다가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점검... -
[속보]가평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모 ‘중대 하자’…최종 후보 3명 뽑고도 원점으로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로 인해 원점에서 재검토될 상황에 놓였다. 이미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9명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 3명까지 선정한 상... -
[팩트체크] 면접 질문지 ‘사전 유출’ 의혹…확인된 사실은 어디까지인가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 면접을 앞두고 면접 질문지가 사전에 유출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지역언론은 6일 관련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제보가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그렇다면 실제 질문지는 언제 만들어졌고, 누... -
감사로 ‘부적격’ 확인하고도 광고비 준다면?…가평군 행정광고, 형사책임 논란 번질 수도
시민단체가 가평군청에 등록된 지방.지역 언론사를 대상으로 행정광고비 지급에 대한 감사청구를 해 해당 언론과 기자들이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청구의 핵심은 "취재를 통해 자체 생산한 기사가 30%미만인 언론에 광고비를 얼마나 지급하냐"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가평군이 행정광고를 지급해 온 지방.지... -
3개 시·군 단체장 재산 뜯어보니…백영현 29.9억·서태원 15.1억·김덕현 14.1억
경기북부 인접 지역인 가평·포천·연천 3개 시·군 단체장의 2026년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비교한 결과, 신고재산 규모뿐 아니라 재산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된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백영현 포천시장은 29억9,326만2천원, 서태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