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 2년 만에 다시 분리한 포천시…연천군에 “같은 시행착오 반복 말라” 경고
-조직개편 필요성보다 ‘진단·비용·성과 검증’ 문제 제기
-공무원 출신 단체장의 관료적 조직 확대 경계 의미도
-연천군의회 향해 “집행부 개편안 냉철하게 심사해야”
연천군의회 외경[사진/정연수 기자]
연천군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윤재구 연천군의원이 5분 자유발언에서 인근 포천시의 조직개편 사례를 직접 거론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분 발언을 하고 있는 연천구 의회 윤재구 의원(가선거구).
윤 의원이 포천시 사례를 꺼낸 이유는 단순히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객관적인 조직진단과 충분한 검증 없이 조직을 합치거나 나눌 경우 어떤 시행착오가 발생하는지를 연천군민과 동료 의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까운 경고 사례’로 해석된다.
포천시는 2024년 7월 산림과와 생태공원과를 산림공원과로 통합했다. 그러나 약 2년 만에 다시 산림과를 분리하고 정원도시과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조직개편 방향도 짧은 기간에 달라졌다. 지난 7월 3일 포천시가 시의회에 사전 보고한 안에는 도시계획과를 도시개발과로 분리·재편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불과 2주 뒤 제출된 조례안에서는 해당 내용이 빠졌다. 대신 교통행정과를 교통정책과와 차량관리과로 나누는 방안이 새롭게 포함됐다.
이에 포천시의회 김현규 의원은 지난 7월 29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불과 2주 사이 개편 방향이 뒤바뀌는 행정을 시민이 신뢰하기는 어렵다”며 철저한 조직진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천시의회 김현규 의원은 지난 7월 29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불과 2주 사이 개편 방향이 뒤바뀌는 행정을 시민이 신뢰하기는 어렵다”며 철저한 조직진단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사진/NGN뉴스D.B]
김 의원은 부서별 정원과 업무량을 단순 비교하는 수준을 넘어 직원 개개인이 실제로 맡은 업무와 업무 편중 여부까지 확인하는 개인직무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직 신설과 분리에 들어가는 비용, 기대 효과도 시민과 의회에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본보 역시 당시 포천시의 반복적인 조직개편을 분석하면서 단순히 조직표의 칸을 옮기는 방식으로는 행정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행정조직의 생리와 인사 구조를 잘 아는 공무원 출신 단체장이 오히려 국과 과를 늘리고 조직을 세분화하면 행정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관료적 사고에 빠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직개편이 시민 편익보다 간부 승진과 보직 배분 등 행정 내부의 필요를 우선한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윤 의원이 연천군 조직개편을 앞두고 이 포천시 사례를 소환한 것은 연천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두 지역의 상황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조직을 확대하거나 부서를 신설하기에 앞서 객관적인 조직진단과 재정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한번 만들어진 조직과 정원은 이후 행정수요가 줄더라도 다시 축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포천시가 부서를 통합한 지 약 2년 만에 다시 분리한 사실을 언급하며 “처음의 판단에서 무엇이 잘못됐고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설명과 검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연천군도 조직개편의 필요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현재 조직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기존 인력의 재배치로 해결할 수 없는지, 부서 신설이 반드시 필요한지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요구다.
윤 의원의 발언은 조직개편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선 조직 확대, 후 문제 해결’ 방식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개편은 단순히 부서 명칭을 바꾸는 행정절차가 아니다. 과나 팀이 신설되면 관리직 자리가 늘어날 수 있고 이에 따른 인건비와 운영비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사무공간 조성, 집기와 전산시스템 변경, 안내판과 행정자료 교체 등 추가 비용도 군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윤 의원이 조직개편에 따른 재정 소요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천군이 앞으로 대규모 계속사업과 신규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직 확대가 중장기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발언에는 공무원 출신 단체장이 주도하는 조직개편에 대한 경계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공무원 출신 단체장은 행정 경험과 조직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경험이 조직 내부의 시각에 머무를 경우 시민이 체감하는 행정서비스보다 직급과 부서, 정원 등 조직 확대에 치우칠 가능성도 있다.
행정 경험이 많을수록 오히려 불필요한 조직 확대와 자리 만들기를 경계하고, 기존 조직의 비효율부터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포천시 사례와 본보 분석이 던진 핵심 문제의식이다.
윤 의원은 이번 조직개편이 민선 공약이나 특정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쳐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직개편의 기준은 군수 공약을 담당할 부서를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군민에게 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서 간 중복 업무를 줄이는 데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윤 의원이 김현규 포천시의원의 발언을 소환한 가장 큰 이유는 포천시의 시행착오가 연천군의 미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포천시는 통합했던 부서를 2년 만에 다시 분리하면서 최초 통합 결정이 적절했는지, 재분리 과정에 충분한 진단이 있었는지를 둘러싼 논란을 자초했다. 윤 의원은 이를 연천군 조직개편의 사전 점검표로 제시한 셈이다.
동시에 이번 발언은 연천군의회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집행부가 제출한 조직개편안을 형식적으로 심사하거나 그대로 통과시킬 경우 향후 시행착오와 재정 부담에 대해 의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집행부에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조직진단 결과 공개 ▲부서 신설·통합·분리의 필요성과 실제 업무량 제시 ▲인건비와 운영비 등 재정 소요 공개 ▲중장기 조직운영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의회를 향해서도 무조건 찬성하거나 반대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조직은 왜 필요한지, 기존 조직과 인력으로는 왜 해결할 수 없는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천군민이 이번 논란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부서가 몇 개 늘어나고 명칭이 어떻게 바뀌느냐가 아니다. 조직개편 이후 민원 처리가 얼마나 빨라지는지, 책임 소재가 얼마나 분명해지는지, 행정서비스가 실제로 얼마나 나아지는지가 중요하다.
연천군이 이 같은 질문에 구체적인 수치와 자료로 답하지 못한다면 이번 조직개편 역시 행정 효율화가 아니라 자리 늘리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 의원이 포천시 사례를 꺼낸 것은 남의 지역 행정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미 인근 지방자치단체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연천군이 되풀이하지 말자는 예방적 경고다.
이제 답해야 할 쪽은 연천군 집행부와 의회다. 집행부는 조직 확대의 근거와 비용, 기대 효과를 군민 앞에 투명하게 제시해야 하고, 의회는 그 자료가 충분한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조직개편의 성패는 새로 만들어지는 국·과·팀의 숫자가 아니라 군민이 체감하는 행정서비스의 변화로 평가받아야 한다. 포천시 사례를 소환한 윤 의원 발언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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