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문화예술인을 ‘필요할 때만 쓰는 사람’으로 여기는 토사구팽식 행정 끝내야

오는 25일 가평에서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가 진행된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장수 프로그램이 가평을 찾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역을 전국에 알리고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축제의 이면에는 씁쓸한 현실이 있다. 정작 가평에서 활동해 온 지역 가수와 음악인들이 전국 방송 무대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평의 지역 가수들은 평소 각종 축제와 마을 행사, 경로잔치와 효도공연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왔다. 주민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하는 봉사 현장에서도 노래했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리에서도 재능기부를 마다하지 않았다. 넉넉한 출연료나 화려한 조명 때문이 아니었다. 지역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예술인이라는 책임감과 애향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철과 정치행사에서도 이들은 어김없이 호출된다. 행사 분위기를 띄우고 주민을 모으는 데 지역 가수만큼 익숙하고 효과적인 존재도 없다. 후보자와 정치인들은 이들의 인지도와 친화력을 활용하고, 행정기관도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이들을 무대에 세워왔다.
그런데 전국에 방송되는 큰 무대가 마련되자 이들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우리 지역 가수”라며 앞세우고, 정작 그들에게 절실한 기회가 찾아오면 유명 가수에게만 자리를 내주는 행태라면 사실상 ‘토사구팽’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초대가수 선정 권한은 KBS 제작진에게 있다. 가평군이 일방적으로 출연자를 결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방송사가 결정할 일”이라며 손을 놓고 있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가평군이 지역 문화예술인을 진정으로 아끼고 육성할 의지가 있다면 제작진에게 지역 가수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초대가수 한 명이 어렵다면 지역 예술인 소개 등 다양한 참여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 결과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지역 예술인을 위해 행정이 문을 두드렸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행정의 역할은 이미 유명해진 사람을 불러 무대를 채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에서 묵묵히 활동하는 예술인을 발굴하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진정한 문화행정이다.
가평군은 각종 행사 때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문화 발전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역 예술인에게 기회조차 요청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외쳐온 ‘지역 우선’과 ‘애향심’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더욱이 공직사회가 지역 가수들을 단순한 행사 동원 인력이나 값싼 공연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지역 예술인은 행정기관이 필요할 때 부르고 필요가 없어지면 외면해도 되는 소모품이 아니다. 그들 역시 가평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며, 행정이 보호하고 성장시켜야 할 지역 구성원이다.
전국노래자랑은 평범한 주민과 무명 예술인에게 꿈의 무대다. 유명 가수만을 위한 공연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치적을 홍보하는 행사도 아니다. 개최 지역의 삶과 정서, 사람을 담아낼 때 비로소 프로그램의 취지가 살아난다.
녹화일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가평군은 지금이라도 KBS 제작진과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봉사해 온 가수 한 명이라도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지역 행사에서는 앞세우고, 선거철에는 활용하고, 전국 방송 무대에서는 외면하는 것이 가평군이 말하는 애향심인가. 지역 예술인을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돌아서는 토사구팽식 행정이 과연 주민을 위한 행정인가. 가평군이 지역 예술인을 대하는 태도는 곧 지역 문화의 수준을 보여준다. 애향심은 말이 아니라 지역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BEST 뉴스
-
후보 3명 뽑고 다시 ‘감사’…가평시설공단 사태, 임명권자 책임은 없나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신임 이사장 선임이 후보 3명까지 압축한 뒤 돌연 멈춰 섰다. 가평군이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는지 확인하라며 공단에 자체감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태원 가평군수 공단은 가평군 산하 지방공기업이고 이사장 최종 임명... -
군수도, 공직사회도, 지역주민도 모르는 가평 ‘공동화 위기’…3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8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군민의날'을 기념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3년 뒤로 다가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점검... -
[속보]가평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모 ‘중대 하자’…최종 후보 3명 뽑고도 원점으로
경기 가평군시설관리공단의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자체감사 결과로 인해 원점에서 재검토될 상황에 놓였다. 이미 이사장 공모에 지원한 9명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 3명까지 선정한 상... -
[팩트체크] 면접 질문지 ‘사전 유출’ 의혹…확인된 사실은 어디까지인가
가평군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 면접을 앞두고 면접 질문지가 사전에 유출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지역언론은 6일 관련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제보가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그렇다면 실제 질문지는 언제 만들어졌고, 누... -
감사로 ‘부적격’ 확인하고도 광고비 준다면?…가평군 행정광고, 형사책임 논란 번질 수도
시민단체가 가평군청에 등록된 지방.지역 언론사를 대상으로 행정광고비 지급에 대한 감사청구를 해 해당 언론과 기자들이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청구의 핵심은 "취재를 통해 자체 생산한 기사가 30%미만인 언론에 광고비를 얼마나 지급하냐"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가평군이 행정광고를 지급해 온 지방.지... -
3개 시·군 단체장 재산 뜯어보니…백영현 29.9억·서태원 15.1억·김덕현 14.1억
경기북부 인접 지역인 가평·포천·연천 3개 시·군 단체장의 2026년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비교한 결과, 신고재산 규모뿐 아니라 재산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된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백영현 포천시장은 29억9,326만2천원, 서태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