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 당시 가평지구·용문산전투 역사 알리는 안보시설
-어른 무릎 높이 잡초가 안내판 주변 뒤덮어…접근조차 불편
-“시설물만 세우면 끝인가”…정기적인 제초·점검 필요
6·25전쟁 당시 국군과 유엔군이 중공군의 공세를 막아낸 격전지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설치한 가평군 북면 적목리 전적 안내시설이 무성한 잡초에 뒤덮인 채 방치되고 있다. 현장 안내판 주변에는 잡초가 어른 무릎 높이까지 자라 있다. 안내판 아래쪽과 주변 공간도 풀이 무성해 가까이 다가가 내용을 읽는 것조차 불편한 상태다.
안내판 상단에는 ‘6·25전쟁 당시 세계전쟁사에 길이 남을 가평에서의 역사적 전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가평이 6·25전쟁 당시 얼마나 치열했던 격전지였는지를 알리기 위해 조성한 시설물이다. 안내판은 적목리 일원이 과거 38선이 지나던 지역이라는 사실과 함께 ‘38선의 의미’, ‘가평지구전투’, ‘용문산전투’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안내 내용에 따르면 38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는 과정에서 설정됐으며, 이후 남북 분단과 6·25전쟁으로 이어진 민족사의 상처를 상징한다.
[사진/정연수 기자]
가평지구전투는 1951년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가평 일대에서 벌어졌다. 당시 유엔군은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를 저지하며 수도 서울로 향하는 진격을 막아냈다. 안내판은 이 전투를 국군과 영연방군 등이 치열하게 싸워 중공군의 남하를 막은 역사적인 전투로 설명하고 있다. 용문산전투는 1951년 5월 17일부터 21일까지 가평군 용문산 일대 351고지와 427고지에서 벌어졌다. 국군 제6사단 예하 제2·7·19연대가 중공군 제63군 예하 187·188·189사단의 공세를 막아낸 전투다.
특히 제6사단은 중공군의 파상공격을 견뎌낸 뒤 반격에 나서 적을 크게 물리쳤다. 이 승리는 국군이 중공군을 상대로 거둔 대표적인 승전으로 평가되며, 이후 전선의 주도권을 되찾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안내판은 기록하고 있다.
가평군 북면 적목리에 설치된 6·25전쟁 전적 안내판 주변으로 잡초가 어른 무릎 높이까지 자라 있다. 가평지구전투와 용문산전투의 역사를 알리는 안보시설이라는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이처럼 적목리 전적 안내시설은 단순한 관광 안내판이 아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후세에 가평의 호국 역사를 전하는 현장 교육시설이다.
그러나 현장의 모습은 안내판에 새겨진 거창한 문구를 무색하게 한다.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억하겠다며 시설을 설치해 놓고도 기본적인 제초작업조차 제때 하지 않아 잡초 속에 방치된 모양새다.
[사진/정연수 기자]
여름철 잡초가 빠르게 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방문객이 안내판에 접근해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주변을 관리하는 것은 시설물 관리기관의 기본적인 책무다. 더욱이 6월 호국보훈의 달과 여름 휴가철을 거친 직후까지 이런 상태가 이어졌다면 정기적인 현장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전적 안내시설은 설치하는 것으로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안내판의 글씨와 구조물 상태는 물론 주변 잡초와 수목, 접근로, 벤치 등 부대시설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비로소 역사교육 공간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나라를 위해 싸운 이들의 희생을 알리는 시설물이 잡초에 파묻혀 있다면 호국과 보훈을 강조하는 행정의 구호도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가평군과 관련 기관은 현장 제초작업을 조속히 실시하고, 관내 전적비와 참전기념시설·안내판을 대상으로 관리 실태를 전수 점검해야 한다. 시설물마다 관리 주체와 점검 주기를 명확히 정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호국영령에 대한 예우는 기념식에서 묵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이 피로 지킨 역사의 현장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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