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제보는 개인 민원·지역 이기주의에 묻혀…의원들도 표심 의식한 ‘겉핥기 감사’ 지적
-제보 선별부터 조사·시정까지 공개해야 실효성 확보

“제보를 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군의회가 얼마나 집요하게 파고드느냐입니다.” 가평군의회가 2026년도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군민 제보 접수에 들어갔다. 군민이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위법·부당 행정과 예산 낭비 사례를 의회의 공식 감사 대상에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그러나 올해도 군민 제보가 의례적인 접수 절차에 머물고, 감사장에서 몇 차례 질문하는 수준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군민 제보를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고, 의원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며, 감사 이후 어떤 조치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가평군의회는 오는 8월 30일까지 2026년도 행정사무감사를 위한 군민 제보를 접수한다. 행정사무감사는 9월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열리는 제1차 정례회에서 실시된다. 제보 대상은 ▲군정의 위법·부당한 행정 사례 ▲주요 시책과 사업의 개선 사항 ▲군비 보조금 부당 수령 ▲주요 사업의 예산 낭비 ▲군민 생활과 관련된 불편 사항 등이다.
각종 공사와 용역, 보조금 지급, 민간위탁, 인허가, 계약, 공공시설 운영, 특정 업체 특혜 의혹 등 군정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를 제보할 수 있다.
하지만 가평군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군민 제보를 받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제는 그동안 접수된 제보 가운데 상당수가 군정 전반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공익적 내용보다 개인적인 민원 해결이나 특정 지역·단체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요구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행정처분을 되돌려 달라는 요구나 특정 지역에만 예산과 시설을 배정해 달라는 민원 등이 ‘행정사무감사 제보’라는 이름으로 접수될 경우 정작 다수 군민의 삶과 직결된 구조적인 행정 문제는 감사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
제보를 받아든 일부 의원들의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구 주민과 이해관계자의 표심을 의식해 문제의 핵심을 끝까지 파고들기보다 감사장에서 질의 사실만 남기는 ‘겉핥기식 감사’에 머물렀다는 비판이다.
집행부가 기존 입장을 반복하거나 “검토하겠다”고 답변하면 추가 자료를 요구하거나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은 채 질의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감한 지역 현안이나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질의 강도가 떨어지고, 비교적 부담이 적은 문제만 반복적으로 지적한다는 시선도 있다.
행정사무감사는 의원 개인의 민원 전달 창구가 아니다. 군민의 세금이 적정하게 사용됐는지, 행정기관이 법과 절차를 지켰는지, 정책 실패와 부실 사업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는 지방의회의 핵심적인 견제 수단이다. 따라서 올해 제보 접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른 민원과 다수 군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익 제보를 구분하는 객관적인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단순 민원이라도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면 행정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는 만큼 무조건 제외할 것이 아니라 발생 원인과 유사 사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반대로 특정 개인이나 지역에만 혜택을 달라는 요구가 군정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감사에 반영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의원들의 준비도 달라져야 한다. 제보 내용을 그대로 읽고 집행부 답변을 듣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관련 예산서와 계약서, 업무보고, 회의록, 결재 문서 등을 사전에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현장 조사와 제보자 면담,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도 병행해야 한다.
감사 결과에 대한 공개도 중요하다. 군민 제보가 모두 몇 건 접수됐고, 어떤 기준으로 감사 대상을 선정했으며, 실제 감사에서 무엇을 확인했는지 알릴 필요가 있다.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됐다면 시정 요구와 제도 개선, 책임자 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접수된 제보는 행정사무감사 자료로 활용되며 제보자의 이름과 연락처 등 인적 사항은 공개하지 않고 비밀을 보장한다. 다만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익명 제보, 개인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 단순 민원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은 접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별도의 답변이 필요한 일반 민원은 국민신문고를 이용해야 한다.
제보는 가평군의회 홈페이지 ‘열린의회-행정사무감사 군민제보’ 게시판을 통해 제출할 수 있다. 가평군의회 방문과 우편, 팩스 접수도 가능하다. 우편 주소는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석봉로 181 가평군의회’이며, 팩스 번호는 031-581-2850이다.
군민에게 참여를 요청했다면 군의회도 그에 걸맞은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제보 건수를 채우고 감사장에서 한두 차례 질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군민은 구체적인 사실과 자료로 제보하고, 군의회는 표심이 아닌 공익을 기준으로 감사해야 한다. 이번 행정사무감사가 또다시 ‘질문만 있고 책임은 없는 감사’로 끝날지, 군정을 실질적으로 바로잡는 감사가 될지 군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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