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잠실벌에 모인 창년들이 애국가를 합창하며 "6.3 선거 재선거"를 외치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대한민국!" 한 청년의 외침이 잠실 저녁 하늘을 갈랐다. 10일 오후 7시. 해가 서서히 기울며 붉은 노을이 도시를 물들이던 시간, 잠실 일대에는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이었다. 손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들려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휴대전화 불빛을 켜고 있었다.
예상했던 거친 구호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었다. 행사 시작에 앞서 사회자의 제안으로 참가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익숙한 전주가 흐르자 잠실벌에는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수백 명, 아니 천여 명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다. 누군가는 오른손을 가슴에 얹었고, 누군가는 태극기를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기자는 그 순간 정치 집회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의식(儀式)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날 전국 대학생들이 재선거를 촉구하는 공동 입장문도 발표됐다. 학생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은 국민의 신뢰"라며 "의혹이 있다면 명확히 규명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이 좋아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갈 대한민국이 공정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또 다른 청년은 "우리 세대는 무관심하다는 말을 듣기 싫었습니다. 국민 주권을 찾기 위해 나왔습니다. 반드시 재선거" 해야 대한민국이 바로섭니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들의 분위기였다. 격앙된 모습보다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휴대전화로 입장문을 읽는 학생, 친구와 토론하는 대학생, 가족과 함께 나온 시민도 있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재선거 요구 역시 법률과 제도, 그리고 국민적 합의 속에서 판단될 사안이다. 찬성과 반대 모두 표현의 자유 안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기자가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청년들의 참여 의지였다.
선거 결과에 만족하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생각을 광장에서 평화롭게 표현하려는 모습은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장면이었다. 잠실의 밤공기는 초여름답게 따뜻했고, 수많은 태극기는 바람을 따라 천천히 흔들렸다.
어느덧 시계는 새벽 1시가 됐다. 청년들은 쓰레기를 직접 주워 봉투에 담았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했다. 기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민주주의는 선거 당일 투표함이 닫히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시민들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고,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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