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K’ 가평초·중·고,강원대론 부족, ‘클린대 포함 ‘5K’는 돼야
선거 '공해. '학연·지연에 갇힌 선거 문화, 군민도 자유롭지 않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1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평군수 선거에 공식·비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가 15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선 이후 역대 최다 수준이다.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서도 보기 드문 숫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4년 전에도 후보자가 많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3선 군수의 퇴임으로 ‘무주공산’ 구도가 형성됐다는 특수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현직 군수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선거에서 52%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현 군수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예상 후보군을 큰 격차로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후보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거론한다. 첫째, “여론조사는 조사일 뿐”이라는 자기 확신 또는 자기 위로다. 둘째, 특정 종교 관련 의혹 보도 등 외부 변수로 인해 공천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 심리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과 별개로, 지역사회에서는 후보군의 면면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누가 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냉소와 함께, “준비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쏟아지는 공약 역시 차별성이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군수를 외부에서 수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까지 나온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후보 숫자에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30년 넘게 민선 군수를 직접 선출해 온 가평이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지역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평 사회에 뿌리 깊은 학연·지연·혈연 중심의 선거 문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른바 ‘4K’,가평초·중·고. 그리고 강원대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이 당락의 중요한 변수로 작동한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또 다른 지역 코드가 더해져 ‘클린대’를 포함한 ‘5K’가 아니면 힘들다는 말까지 돈다.
정책과 비전, 행정 능력보다 출신과 인맥이 우선되는 구조 속에서 유권자의 선택 역시 자유롭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학연과 혈연에 기댄 투표가 반복되고, 선거 이후에는 다시 행정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쏟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유권자 역시 결과에 대한 공동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왜곡된 선거 문화가 행정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인사철마다 읍·면장 전보와 승진 인사를 둘러싸고 지역 사회의 공식·비공식의 압력이 가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정 인사의 유임이나 전보를 두고 마을 단위에서 집단 의견을 형성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도 공공연하다.
이처럼 인사권자가 지역 여론과 이해관계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행정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선출직 단체장이 장기적 비전과 원칙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면, 피해는 결국 군민에게 돌아간다.
후보 15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과열’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역 사회에 누적된 정치적 피로감과 불신, 그리고 인맥 중심 구조가 빚어낸 단면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인물 교체가 아니라, 선거 문화를 바꾸겠다는 집단적 결단이라는 지적이다. 정책과 비전, 행정 능력을 기준으로 후보를 평가하는 성숙한 토양 없이, 출신과 관계망 중심의 선택이 반복된다면 가평의 미래 역시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어렵다.
6·3 선거를 앞둔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투표해 왔는가.” 그 답을 회피한 채 또다시 표를 던진다면, 15명이라는 숫자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공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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