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오전 11시 4분 경기 가평군 조종면에서 발생한 육군 헬기 추락 사고는 단순한 군 사고가 아니다. 민가와 체육관, 면사무소가 밀집한 지점에서 발생한 대형 추락 사고였고, 두 명의 조종사가 끝내 목숨을 잃은 비극이었다. 자칫 대형 민간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 사고를 둘러싼 서태원 가평군수의 행보가 지역 사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쟁점은 두 가지다. 현장 도착 시점, 그리고 영결식 불참이다.
7시간의 공백… 상징적 리더십은 어디 있었나
사고는 오전 11시 4분 발생했다. 그러나 군수가 현장에 도착한 시점은 오후 5시 30분경으로 파악된다. 약 7시간의 간극이다. 재난 대응에서 실무 지휘는 소방과 군, 재난 담당 부서가 맡는다. 그러나 단체장의 현장 방문은 단순한 ‘참관’이 아니다. 지역 주민의 불안을 낮추고, 유가족과 장병들에게 지방정부가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상징적 행위다.
가평군은 “내부 회의와 기확정 일정이 있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군수가 회의를 이유로 재난 현장 방문을 미룬 설명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더욱이 확인 결과, 사고 발생 30여 분 뒤 군청 인근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 정황이 알려지며 논란은 증폭됐다. 물론 인간적으로 식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군민의 시선은 다르다. ‘밥 한 끼’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의 긴장감과 판단 우선순위의 문제로 읽힌다.
논란은 사고 사흘 뒤 열린 영결식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두 조종사의 영결식이 엄수되던 오전 10시, 군수는 군수실에서 이웃돕기 성금 전달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고, 이후 장애인 복지 행사에 참석했다.
관내에서 발생한 군 장병 순직 영결식에 기초단체장이 불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가평은 군부대 밀집 지역이다. 수해와 산불 때마다 군 장병들이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돼 복구를 도왔다. 군과 지역은 사실상 ‘생활 공동체’다.
더 큰 문제는 영결식 일정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개인 판단 문제가 아니라 보고 체계와 참모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 자치행정 라인, 비서실, 해당 면장 등 누구도 영결식 일정을 보고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보고했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어느 경우든 조직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사고발생 7시간여, 오후 5시 30분경 현장에 도착한 서태원 가평군수,노을이 도착시각을 증명한다.[사진/정연수 기자]
반복되는 ‘늦은 현장’ 논란
일각에서는 지난해 청평면 화재 참사 당시에도 현장 대응 시점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거론한다. 위기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늦은 현장 행보’가 나타난다면, 이는 우연이 아니라 리더십 스타일의 문제일 수 있다. 재난 대응에서 핵심은 속도와 공감이다. 실질 지휘는 실무자가 하더라도, 단체장의 존재는 지역 사회에 심리적 안전망 역할을 한다. 유가족에게는 위로의 신호이고, 장병들에게는 공동체의 예우다.
'선거를 앞둔 3개월, 혹시, 정치적 계산은 없었는가'
6·3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영결식보다 내부 행사 일정이 더 우선된 것 아니냐”는 냉소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군 장병과 그 가족, 장기 복무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하면 이번 판단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높다. 군과의 신뢰는 표 계산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 안전망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재난이 닥쳤을 때 지방정부는 다시 군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그 관계는 숫자가 아니라 신뢰로 유지된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늦었다’, ‘일정이 있었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정부 수장의 위기 인식, 보고 체계, 정무적 판단 능력을 종합적으로 묻는 사안이다. 군수 개인의 판단 문제인지, 참모 조직의 기능 부재인지, 아니면 구조적 리더십 결함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란은 선거 국면을 넘어 지역 사회의 신뢰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재난 앞에서 지도자의 속도는 곧 책임의 속도다. 영결식 앞에서의 우선순위는 곧 공동체 가치의 순서를 보여준다. 가평은 지금, 그 순서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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