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울 땐 군 부대 장병과 상생, 제대 군인들 명예 군민증 교부하고 '주검은 외면'하는 두 얼굴
경기 가평군에서 발생한 육군 헬기 추락 사고를 둘러싸고 서태원 가평군수의 대응을 두고 지역사회 안팎의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사고 당일 현장 방문 시점과 순직 조종사 영결식 불참 사실이 확인되면서, 기초단체장의 위기관리 리더십과 보훈 예우 인식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9일 발생한 코브라 헬기 추락 현장에서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과 군 부대 장병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 조종사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사진/정연수 기자]
사고 7시간 뒤 현장 도착… “초동 대응 의지 있었나”
사고는 지난 9일 오전 11시 4분, 가평군 조종면 민가 인근에서 발생했다. 육군 소속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순직했다. 사고 지점은 면사무소와 직선거리로 300m 안팎으로, 자칫 민간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서 군수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시점은 오후 5시 30분경으로 파악됐다. 사고 발생 약 7시간 뒤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군수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 관내 재난 상황을 총괄·지휘할 책임이 있다. 법적 책임과 별개로, 재난 현장에 대한 ‘상징적 리더십’ 또한 단체장의 중요한 책무로 평가된다.
지역 한 인사는 “현장 지휘 여부를 떠나, 군민이 체감하는 리더십은 ‘얼마나 빨리 왔는가’에서 드러난다”며 “민가 인접 지역에서 군 장병이 순직했는데 7시간 뒤 방문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내부 회의와 기확정 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결식 대신 내부 행사 참석… “정무적 판단 부재”
논란은 사고 사흘 뒤인 12일 영결식 당일 행보에서 더 커졌다. 군에 따르면 서 군수는 이날 오전 9시 50분 군수실에서 이웃돕기 성금 전달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했고, 오전 10시 30분에는 장애인복지관 명절 음식 나눔 행사에 참석했다. 같은 시간대 순직 조종사 영결식은 엄수됐다.
관내에서 발생한 군 장병 순직 사고의 영결식에 기초단체장이 불참하고 내부 행사 일정을 소화한 점에 대해 “정무적 판단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평은 군부대가 밀집한 지역이다. 수해·산불 등 재난 때마다 군 장병들이 가장 먼저 투입돼 복구 작업을 해온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당시에도 군 병력이 대거 현장에 투입됐다. 지역 주민 A씨는 “재난 때는 군이 먼저 와서 삽 들고 복구하는데, 정작 조국 영공을 지키다 순직한 장병 영결식엔 단체장이 없었다는 게 씁쓸하다”고 말했다.
'과거 화재 참사 때도 유사 지적'
이번 논란은 지난해 청평면에서 발생한 일가족 3명 사망 화재 당시 행보와도 겹쳐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시에도 초동 대응 및 현장 방문 시점과 관련해 지역 일각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늦은 현장 행보’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특정 종교 행사 참석과 대비… “선택적 현장 정치?”
논란은 최근 서 군수가 특정 종교 단체 행사에 참석해 축사와 축하연설을 한 모습과 대비되며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군민들 사이에서는 “표가 있는 자리에는 빠르게 가고, 순직 장병 영전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물론 종교 행사 참석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은 아니다. 다만 재난 대응과 보훈 예우라는 상징성이 큰 사안과 비교될 때, 우선순위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소명 필요”
전문가들은 재난 대응에서 ‘속도’와 ‘공감’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실질 지휘는 실무 체계가 담당하더라도, 단체장의 현장 방문은 지역사회 안정과 유가족 위로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가평군은 “일정상 조정이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사회 여론이 확산되면서, 단체장의 위기관리 철학과 보훈 인식에 대한 공개적 소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군 장병이 많은 접경·군 밀집 지역에서, 재난과 순직에 대한 단체장의 태도는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가치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정치 공방으로 끝날지, 아니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위기 대응 기준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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