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은 새벽에도, 포천은 주말에도, 연천은 방학에도 30km”
가평읍 한 초등학교 앞. 겨울방학이 한창이던 지난 주말 새벽 5시 반, 도로 위엔 눈발만 날렸다. 학교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등굣길 아이는커녕 인적조차 없었다. 하지만 제한속도 표지판은 여전히 ‘30km’. 이를 넘긴 차량은 어김없이 무인단속 카메라에 찍혔다. 며칠 뒤, 운전자는 범칙금 고지서를 받아 들었다. “아이 안전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아이도 없는 시간대까지 똑같이 단속하는 방식입니다.”
이 같은 불만은 가평·포천·연천·동두천 등 경기북부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제한속도가 등·하교 시간은 물론, 주말·공휴일·방학 기간까지 24시간 동일하게 적용되면서 ‘안전’이라는 명분이 ‘과잉 단속’으로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북부는 특성상 통학 인구가 적은 농촌형·생활형 도로에 스쿨존이 넓게 지정된 지역이 많다. 학교 인근이 곧 마을 중심 도로이자, 인근 시·군을 잇는 연결도로인 경우도 흔하다.
포천시 신읍동의 한 주민은 “평일 오전·오후는 당연히 30km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토요일 새벽이나 방학 기간까지 동일한 제한속도를 적용하는 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북부 일부 스쿨존은 왕복 4차로 이상의 간선도로이거나, 야간에는 통행 차량만 있고 보행자는 사실상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상 대부분의 스쿨존은 시간대 구분 없는 24시간 30km/h 제한이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안전 강화가 아니라 ‘말뚝 단속’ 아니냐”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처벌과 단속이 강화됐음에도 스쿨존 사고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국 스쿨존 교통사고는 오히려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고, 사고 원인 역시 과속보다는 안전운전 불이행·신호위반·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교통 전문가는 “속도 제한 숫자만 낮춘다고 사고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보행자 동선 분리, 불법 주정차 관리, 교차로 시야 확보 같은 물리적 안전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즉, 문제의 핵심은 ‘30km가 맞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언제·어디에서·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과 일부 지자체는 이미 ‘시간제 속도 제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등·하교 시간대에는 30km를 유지하되, 심야나 새벽에는 40~50km로 완화하는 방식이다.
실제 시범 운영 지역에서는 제한속도 준수율이 오히려 높아지고,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기북부에서 이 제도가 확산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북부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간제 운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사고라도 발생하면 책임 논란이 커질 수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역 현실 반영한 ‘차등 스쿨존’이 필요하다. 스쿨존은 ‘속도 숫자’가 아니라 위험 관리 구역”이라며 “지역별·도로별 위험도를 기준으로 한 정교한 설계가 오히려 아이들의 안전을 더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그 가치를 지키는 방법이 일률적 규제와 무차별 단속뿐이어야 하는지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24시간 30km’라는 단순한 공식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실제로 위험한 시간과 공간에 행정력이 집중되는 스쿨존. 경기북부가 그 전환의 시험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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