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통일교와 가평군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설악면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실 여부’와는 다른 차원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설악면에서 살아온 시간과 방식이 다른 주민들은 각기 다른 언어로 말했지만, 공통적으로 “우리 동네를 너무 단순하게 본다”는 감정을 내비쳤다. 세대별 주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설악면의 표정을 들여다봤다.
토박이의 기억,“1970년대부터 봐온 동네다…물과 기름에서 이웃이 됐다.”
설악면에서 나고 자란 70대 주민은 통일교와 지역의 관계를 ‘시간’으로 설명했다. “1970년대 중반이었어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여름 수련을 한다고 학교에 사람들이 몰려왔죠. 덤프트럭에 수박을 가득 싣고 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때부터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의 기억 속 초창기 설악면은 갈등의 시간이기도 했다. “80~90년대만 해도 솔직히 물과 기름 같았어요. 지역에서도 배척 분위기가 있었죠.”
하지만 그는 그 시기가 전부가 아니라고 말했다. “40~50년이 지났어요. 지금은 같이 장사하고, 인사하고, 지역행사에서 얼굴 보는 이웃이에요. 그 긴 시간을 다 무시하고 지금 모습만 떼어내 말하는 건 너무 가혹하죠.”

설악면 시내 [사진/정연수 기자]
‘자영업자의 체감’
“유동인구는 늘었다… 하지만 인구 증가 원인은 따로 있다” 설악면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는 보다 현실적인 기준으로 상황을 바라봤다. “통일교 때문에 유동인구가 늘어난 건 맞아요. 버스 수십 대가 오면 소비가 생기니까요. 그건 체감으로 느껴져요.”
그러나 그는 ‘인구 증가’와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등록 인구가 늘어난 시점은 고속도로 IC가 생긴 이후예요. 2000년대 후반부터 대천리 쪽 개발이 시작되고, 도시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늘었죠.” 10년전인 2015년 설악면 인구는 9,133명이었다. 그리고 10년 후인 2025년 10,387명, 세대수는 4,165가구에서 5,504가구로 증가했다.
주민은 최근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이런 말을 남겼다. “마치 설악면 경제나 행정이 특정 종교에 종속된 것처럼 비쳐지는 게 제일 불편해요. 여긴 그렇게 단순한 구조가 아니에요.”라고 했다.

신성봉 정상에서 본 설악면 모습[사진/정연수 기자]
‘귀촌인의 시선’,“이 동네는 이미 다층적이다… 흑백으로 볼 수 없다”
설악면으로 이주한 지 10년이 넘은 40대 귀촌인은 설악면을 ‘이미 변화한 공동체’로 바라봤다. “여긴 다문화 가정도 많고, 외지에서 내려온 사람도 많아요. 주민들끼리 누가 무슨 종교인지 따지고 살지 않아요.”
그는 최근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불편함은 있어요. 계속 부정적인 얘기만 나오니까요. 하지만 동네가 갈라진다거나 민심이 흔들린다는 느낌은 없어요.”
귀촌인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외부의 시선’이라고 했다. “이곳을 하나의 색깔로 규정해버리는 시선이 제일 상처가 돼요. 실제로 살아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거든요.”
“우리는 이미 함께 살아온 공동체다”
토박이의 기억, 자영업자의 체감, 귀촌인의 현재 인식은 서로 달랐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설악면은 단일한 정체성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겹겹이 형성된 생활 공동체라는 점이다.
주민들은 말한다. “문제가 있다면 따져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과 관계까지 함께 지워져서는 안 된다.” 설악면은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다. 다만, 그 속도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외부의 프레임보다 먼저 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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