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천은 왜 더 취약해졌나… ‘매립장 갈등’이 만든 정책 공백
지역 일부 정치인과 주민 반대로 1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연천군 고능리 '매립장 예정부지'.[드론/정연수 기자]
2026년 1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전면 시행을 앞두고, 경기 북부 지자체들의 재정 부담 구조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만 소각 인프라 보유 여부, 민간 의존도, 정책 선택의 폭에 따라 재정 충격의 크기와 양상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가평군·포천시·연천군을 비교하면, 가장 큰 ‘충격 가능성’은 연천, 가장 큰 ‘변동성’은 가평, 가장 큰 ‘흡수 여력’은 포천으로 요약된다.
연천군, 선택지 가장 적다… “작은 충격도 크게 번지는 구조”
재정 충격 위험이 가장 큰 지역으로는 연천군이 꼽힌다. 접경·농촌 지역 특성상 대규모 소각시설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렵고, 민간 소각시설 접근성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 장치가 거의 없는 구조다.
연천군의 과도기 전략은 발생량 감축과 분리배출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평상시에는 비용 효율적일 수 있지만, 성수기·재난 상황 등으로 폐기물 발생량이 늘거나 인근 민간 시설의 수용 여력이 줄어들 경우 대안이 거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천은 처리 단가 상승보다 ‘처리 불능 위험’ 자체가 재정 충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라고 진단한다. 긴급 반출이나 단기 계약은 비용이 급등하기 쉽고, 이는 곧바로 소규모 지방재정에 타격으로 작용한다.
‘정책 공백’을 키운 매립장 갈등… 님비가 만든 취약성
이 같은 취약성의 배경에는 연천군 쓰레기 매립장을 둘러싼 장기적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GN뉴스가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것처럼, 연천에서는 매립장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 정치인 간 책임 공방과 주민 반발, 이른바 님비(NIMBY) 현상이 겹치며 정책 논의가 진흙탕 싸움으로 흐른 바 있다.
그 결과 매립·소각을 포함한 중장기 폐기물 처리 로드맵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해왔고, 시설 확충이나 광역 연계 논의 역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환경 기초시설을 둘러싼 갈등이 ‘결정 회피’로 이어지면서, 연천군은 직매립 금지라는 제도 변화 앞에서 가장 준비되지 않은 지자체가 됐다는 평가다.
한 환경행정 전문가는 “연천의 재정 충격은 우연이 아니라, 갈등을 관리하지 못한 정책의 누적된 결과”라며 “시설을 짓지 못한 대가가 이제 비용과 리스크로 돌아오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가평군, “충격은 관리 가능, 변동성은 최대”
가평군은 연천군과 달리 소각장 신설이라는 중장기 해법을 추진 중이다. 다만 2026년 직매립 금지 시행부터 소각장 가동 전까지의 과도기에는 민간 소각 위탁과 광역 반출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한다.
이 구조의 특징은 충격의 ‘절대 크기’보다 ‘변동성’이다. 관광 성수기, 계절 요인, 민간 소각 단가 변동에 따라 연간 처리비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분리배출이 흔들릴 경우 민간 위탁 물량이 급증해, 예상하지 못한 추가 예산 편성이 불가피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가평군은 선택지가 연천보다 넓고, 소각장 가동 이후에는 비용 안정화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가평의 재정 충격은 관리 실패의 결과이지, 구조적으로 피할 수 없는 충격은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포천시, “흡수 여력은 가장 크다… 대신 비용 구조 고착 우려”
포천시는 세 지역 가운데 재정 충격 흡수 여력이 가장 큰 지역으로 분류된다. 도시·산업형 구조로 인해 민간 소각시설 접근성이 비교적 좋고, 광역 처리 네트워크도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직매립 금지 이후에도 처리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이는 ‘안정성의 대가’로 민간 의존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한다. 민간 소각 단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경우, 비용 구조 자체가 높아진 상태로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 지역을 종합하면 구조적 차이는 분명하다. 연천군은 매립장 갈등·정책 지연 → 선택지 부족 → 작은 변수도 큰 재정 충격이 우려되고, 가평군은 과도기 변동성 최대 → 행정 관리 능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포천시는 단기 안정, 장기 비용 고착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직매립 금지는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지자체의 갈등 관리 능력과 재정 운용 역량을 동시에 시험하는 구조적 규제”라며 “특히 연천 사례는 님비 갈등을 방치할 경우 그 비용이 결국 군민 전체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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