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군에서 발생한 응급환자가 평소 진료기록이 있는 춘천 지역 병원이 아닌, 남양주·포천 등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주민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암환자 등 지속적으로 특정 병원을 이용하던 환자들이 낯선 병원에 내려진 뒤 다시 사설 구급차를 불러 원래 병원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반복되며, 의료비 부담과 시간 지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 가평군 조정면에 거주하는 한 주민 B씨는 평소 춘천 한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나, 응급상황 발생 후 가평소방서 구급차로 남양주 현대병원에 이송됐다. 그는 “진료기록도 없고 담당의도 없어 결국 다시 춘천으로 이동해야 했다”며 “병원까지 두 번 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인근 미장원을 운영하는 주민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춘천행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가평소방서 안정희 구조구급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주민 불편에는 공감하면서도 ‘근거리 이송 원칙’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방서 “구급 공백.환자 상태가 우선… 근거리 치료 가능 병원으로 가는 게 원칙”
안 팀장은 응급이송 기준에 대해 “구급대원은 현장에서 환자의 중증도를 평가해 가장 가까운 치료 가능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전국 공통 지침이며, 환자 요청보다 안전이 우선되는 영역입니다.”
그는 “춘천, 강릉 등 진료기록이 있는 원래 병원을 선호하는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긴급 상황에서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 환자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의료진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특히,원거리 수송이 잦아지면 "응급환자 공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환자 의사보다 구급대원의 판단이 우선되는 이유에 대해 “대원들이 3~4년의 전문 교육과 병원 실습을 거친 전문 요원이며, 객관적 생체징후와 병원 수용 능력을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기록 없는 병원으로 갔다가 결국 다시 이동… 비용·시간 두 배 부담”
주민들의 문제 제기는 한두 차원의 불편이 아니다. 진료기록(CT·MRI·투약 내역 등)이 없으면 초기 검사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며,특히 암·심장질환 환자에게는 치료 연속성 문제가 크다.
또한, 가평군에는 사실상 종합병원이 없어 많은 군민이 춘천 한림대·강대병원에 의존하고 있다. 근거리 원칙 때문에 남양주·포천에 내려진 뒤, 다시 사설 구급차를 부르다 보니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주민 A씨는 “나이 든 기사들은 사정을 알고 춘천까지 데려다주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젊은 대원들은 지침을 엄격히 적용해 ‘여기가 가장 가깝다’며 무조건 내려놓는다”고 했다.
공식 민원 제기는 없어… 소방서 “가평 특수성 고려한 교육은 가능”
가평소방서에 공식 민원이 접수된 적은 아직 없다. 다만 가평군청 내부 공무원이 전화로 “주민 불편이 늘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적은 있다고 한다.
안 팀장은 “가평은 관내에 응급의료기관이 부족하고, 주민들이 주로 강원도 병원을 이용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대원들에게 이런 사정을 교육해 판단 시 참고하도록 하는 조치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침을 바꿔 환자 요청 병원으로 우선 이송하는 방식은 안전상 어려움이 있다”며 “근거리 치료 가능 병원 우선 원칙은 유지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민 불편 줄이려면 제도적 조정 필요”
의료계에서는 “응급 안정 후 추가 이송 지원 체계”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전국 여러 지방 소방본부는 협약병원 제도, 후송 시스템 등을 통해 환자의 원(原) 병원 치료 연속성 문제를 완화하고 있으며,가평군도 지역 특성에 맞는 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응급환자 이송 원칙과 주민의 실제 불편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평군민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안정희 팀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되 주민 불편도 고려할 수 있는 내부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원거리 병원 의존도가 높은 가평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추가 제도 마련 여부가 향후 지역사회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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