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이 지난 7월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추진한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모금에서 목표액 5천만 원을 넘어선 5천8백만 원(달성률 116%)을 모았다. 단순히 수치로 보면 작은 규모일지 모르나,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것은 송곳처럼 직선으로 향하는 ‘기부금’이 아니라, 둥글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애향심(愛鄕心)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수해로 무너진 석축, 파손된 도로, 흙탕물에 잠긴 삶의 기반,그 모든 흔적 위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마음이 덧대어졌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 가평을 한 번이라도 스쳐 지나간 사람들, 혹은 이름조차 모르는 누군가가 “그곳의 일은 곧 내 일”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그것은 행정이 앞당길 수 없는 시간,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온기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현 거주지 외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고, 그 지자체는 기부금을 주민복지·지역활성화 사업에 사용하도록 한 제도다. 기부자는 기부금액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받을 수 있으며, 최대 5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특히 ‘지정기부’는 기부자가 “어떤 사업에 쓰이기를 원하는지” 직접 지정할 수 있어, 단순 재정지원이 아닌 직접 참여형 지역살리기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작 이번 사안의 핵심은 ‘고향사랑’이라는 법률적 용어보다 더 넓고 깊은 정서인 ‘애향심’에 있다. 고향사랑은 고향을 기억하는 따뜻한 감정이라면, 애향심은 고향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실천적 마음이다.
가평군 모금이 목표를 뛰어넘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중호우로 무너진 석축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그곳에서 자라난 사람들의 기억과 역사이며,도로 한 줄이 복구되는 일은 곧 지역의 숨통을 되살리는 일이다.기부자들은 이것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가평군은 이미 호우 직후 1차 긴급복구를 마쳤고, 이번 지정기부금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 사업에 투입된다. 가평읍 내 호우로 유실된 구간 석축 재설치,북면 지역 등 도로 파손 구간 보수,구조적 위험이 확인된 지역 재난 대비 안전 강화,피해 주민들의 생활 기반 회복 등등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한 집행과 공개가 이루어진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현 거주지 지자체에는 기부할 수 없다는 단 하나의 원칙만 유의하면 된다.
정부의 정책도, 지자체의 행정력도 재난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그러나 재난 이후의 복구는 사람의 마음이 모일 때 더 빨라지고 더 든든해진다.이번 가평의 지정기부는 단순한 모금이 아니라 “내가 자란 곳, 내가 사랑하는 곳, 내가 기억하는 곳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애향심이 체계적 제도를 통해 꽃피운 결과다.
기부금이 돌덩이 몇 개를 쌓고 도로 한 줄을 고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재난 앞에서 서로를 지탱해 주는 보이지 않는 공동체의 힘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바란다.그것이 고향을 사랑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이며,오늘의 위기를 넘어 내일의 가평을 다시 세우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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