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정신이 정권의 편가르기 속에 무너진다면 피해자는 이 사회 전체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인종차별성 발언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지 사흘 만이다.
3년 전 행사장에서 외국 대사단을 언급하며 부적절한 표현을 한 사실은 분명 유감스럽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전개는 단순한 ‘언행 논란’을 넘어, 봉사단체마저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 삼는 현 정부의 태도에 근본적 의문을 던진다.
김철수 회장은 의료인 출신의 병원경영인으로, 40여 년간 공공의료와 봉사에 헌신해왔다. 1970년대 내과의로 출발해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을 일군 그는,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누구나 진료센터’와 해외 의료봉사로 이름을 알렸다.
2023년 윤석열 정부 시절 대한적십자사 제31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헌혈·재난구호·인도주의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그의 이력에는 분명 정치적 색채도 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 공동후원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각을 세웠던 신천지와도 돈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 회장직은 정치적 직책이 아니다. 명예회장이 대통령이긴 하지만, 적십자사는 헌법이 보장한 비정치·비종교·중립성 원칙 위에 서 있다. 그런 기관의 수장을 3년 전 사적 자리의 발언을 이유로 감찰 지시까지 내린 것은, 사안을 넘어선 과잉 대응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종, 민족, 국가, 지역 등 모든 차별은 반사회적 행위”라며 보건복지부에 감찰을 지시했다. 언뜻 옳은 말이다. 그러나 정치적 맥락을 떼고 보기 어렵다.
김 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인준을 거쳐 취임했고,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정권 코드 불일치 인사’로 분류됐다. 여기에 통일교·세계일보 관계자 등 ‘비우호 인사’와의 교류까지 언급되자,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린 ‘먼지털이식 감찰’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공공기관의 수장은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또한 권력의 무게를 ‘징벌’이 아닌 ‘책임’으로 써야 한다. 인종차별적 언행은 잘못이지만, 그보다 더 큰 잘못은 권력이 ‘도덕’을 빌미로 상대를 정치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인권은 보호의 수단이지 응징의 도구가 아니다.
적십자사는 국가적 재난과 전쟁, 기아 속에서 인도주의를 지켜온 마지막 중립지대다. 그 봉사정신이 정권의 편가르기 속에 무너진다면, 피해자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다.
정부가 정말 인권을 말하고 싶다면, 먼저 정치적 보복의 유혹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제해야 한다. 그것이 권력의 품격이고, 민주주의의 최소한이다.
BEST 뉴스
-
군수도, 공직사회도, 지역주민도 모르는 가평 ‘공동화 위기’…3년 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난 8일 서태원 가평군수가 '군민의날'을 기념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 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다시 지정된 가운데 3년 뒤로 다가온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을 점검... -
서태원 가평군수 재산 15억[공시지가]…토지만 32필지·8억8700만원
서태원 경기 가평군수가 올해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15억1,219만7천원의 재산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것은 토지다. 서 군수는 논과 밭, 대지, 임야, 과수원 등 모두 32필지를 본인 명의로 신고했다. 신고가액만 8억8,699만3천원으로 전체 신고재산의 약 58.7%에 해당한다. &nbs... -
백영현 포천시장 재산 29억9천만원…1년 새 2억8천만원 늘었다
백영현 포천시장이 29억9,326만2천원의 재산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 신고액 27억765만원보다 2억8,561만2천원 증가한 규모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6년도 정기재산변동사항을 보면 백 시장은 경기도 31개 시장·군수 가운데 신고재산 규모가 세 번째로 많았다. 도내 시장·군수 평균 재산 16억... -
한기호(국민의힘) 대폭발 "입만 나불거리지 마라!" 부상자 은폐·축소 의혹
[질의 응답] 한기호/지금 환자 얘기해 볼까요. 지금까지 거론되는 것이 2명만 얘기되고 있습니다. 환자가 2명이 아니잖아요. 근데 2명이라고만 얘기하죠. 축소하기 위해서 이렇게 한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해서 변명만 하는 자리가 된... -
문세광의 사형전 최후발언 공개
"일본에서 그들에게 속았습니다" 육영수 여사 살해범 문세광의 마지막 고백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육영수 여사를 살해한 문세광의 사형 전 최후 진술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나는 바보였습니다... 저들에게 속아서 과오를 범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 -
군부대 나가라면서 땅은 넘겨준다? 포천시의 앞뒤 안 맞는 행정
제196회 포천시의회 정례회서 윤경례 의원이 백영현 시장에게 요구한 네가지...옛 6군단 시유지 맞교환 전면 재검토 촉구 군부대에는 나가라고 하면서 그 군부대가 계속 사용할 땅은 아예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앞뒤가 맞는 행정인가. 포천시가 추진하는 옛 6군단 부지의 시유지 맞교환을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