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군이 주민들의 추억과 생활 풍경을 담아온 가로수들을 무더기로 잘라내 군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달전리 렉스빌 아파트 옆)
조종면 청군로의 20년생 마로니에 100여 그루, 달전리 벚꽃길의 30~40년생 벚꽃나무 30여 그루가 불도저식 행정으로 뽑히고 잘려나갔다.(조종면)
군은 각각 ‘열매를 먹고 배탈이 났다’는 민원, ‘낙엽으로 골치가 아프다’는 요구, 그리고 ‘도시계획도로 확장 공사’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군민들은 “명소였던 가로수길을 없애버린 건 행정의 횡포”라며 집단 항의에 나서고 있다.
▣군 의원의 한마디, 세금 2억 ‘펑펑’
조종면 청군로 마로니에 제거의 배경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났다. 양재성·이진옥 군의원은 “가로수 열매를 먹고 주민이 배탈이 났다” “낙엽이 불편하다”는 민원을 이유로 수종 변경을 요구했다.
군 산림과는 당시 ‘열매 취식 금지 현수막’과 안내 표찰을 설치해 대안을 마련했음에도, 의원들의 지속적인 압력 끝에 결국 수령 20년 이상 된 마로니에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이팝나무로 교체했다. 교체 비용으로 투입된 예산만 2억 원.
서울 대학로에서는 ‘도심의 낭만’으로 사랑받는 마로니에를, 가평군은 “배탈 난다”는 이유로 뿌리째 뽑아버린 셈이다.
▣ “꽃놀이 추억 송두리째” 벚꽃길도 희생
달전리의 벚꽃길 사태는 더 노골적이다. 도시계획도로(폭 12m, 길이 320m) 확장 공사를 이유로 30~40년 자란 벚꽃나무 30여 그루가 하루아침에 잘려나갔다.
▲올 봄 만개한 벚꽃(왼쪽)나무 30여 그루가 제거됐다.(우측) [사진 제공=렉스빌 아파트 자치회]
군은 “가식(임시 이식)해도 생존율이 낮고,경제성도 낮아 제거를 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으며 “새로운 조경수를 심겠다”고 밝혔다.
▲자료 제공(가평군 도시과)
하지만 주민들은 “사전 의견 수렴조차 없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다.
렉스빌 아파트 인근 주민은 “1km가 넘는 벚꽃터널이 하루아침에 황량한 벌판이 됐다”며 “결국 특정 아파트를 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원 정치’에 무너진 행정 원칙
가평군 행정은 “민원에 시작해 민원에 의해 결정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돌 정도다. 공익적 가치나 행정 원칙보다, 일부 이장과 군 의원의 요구가 곧바로 집행부의 사업 방향이 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마을 발전기금 요구, 소음·분진 민원을 빙자한 압력 등 ‘갈취성 민원’이 반복된다. 군 공무원들조차 “민원부터 해결하라”는 눈치에 떠밀려 정당한 행정 절차가 무너지고 있다.
결국 가평군의 가로수 제거 사태는 단순한 나무 베기 문제가 아니다. ‘민원 정치’와 ‘탁상 행정’이 결탁해 군민의 추억과 자연 자산을 송두리째 베어낸, 세금 낭비의 전형적 사례다.
도시 경관과 정서를 지탱하던 가로수길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은 단순한 조경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 삶을 훼손한 폭거다.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군은 군민을 위한 행정을 하라. 민원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군민 공감을 얻는 절차와 숙의 과정을 거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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