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째 표류하는 갈등… 주민 동원·허위 서명·언론 왜곡 속에 지역 정치인들 개입 의혹 불거져
경기 연천군 고능리 산업폐기물 매립장 건설은 2017년 첫 계획 이후 한 발짝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환경권 수호”와 “주민 생존권 방어”를 내세운 반대운동이지만, 그 이면에는 허위 서명·정치 개입·언론 왜곡이 얽히며 지역 민주주의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9천여 건 허위 서명… “군민 절반 반대”의 실체
이번 논란의 핵심은 ‘주민 반대 서명’이다. 지역 언론과 단체들은 “군민 절반 이상이 반대” “99% 반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업 반대 여론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약 9천여 건의 서명이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연천경찰서는 업체 측 고발에 따라 서명 주도자들을 조사했고, 상당수 위조 정황을 확인한 뒤 사건을 의정부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업체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시계획 공람이라는 법정민원 절차에서 허위 의견서가 제출된 건 행정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단순한 반대 운동이 아니라 범죄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지역 언론도 정정보도…“99% 반대” 표현 과장·허위
언론중재위원회 결정도 허위 주장에 힘을 실었다. 파주·연천·의정부·동두천 등지에서 보도된 ‘주민 절반 이상 반대’, ‘99% 반대’ 기사는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것으로 확인돼 정정·수정 보도를 내야 했다.
언론학자 이 모 교수(한국언론학회)는 “지역 갈등 사안에서 검증되지 않은 수치를 보도하는 건 여론 왜곡의 전형”이라며 “언론이 주민과 단체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린 사례”라고 비판했다.
▣정치권·환경단체 개입 의혹… “정당한 반대냐, 조직적 동원이냐”
경찰 수사와 업체 측 주장에 따르면, 반대 운동에는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 인사들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에서 이름이 거론된 A 전 의원, 환경단체 인사 C씨 등이 허위 서명 동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업체 관계자는 “반대는 정당한 권리지만, 허위와 조작은 범죄”라며 “주민을 볼모 삼아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의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환경단체 측은 “지역 환경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행동”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허위 서명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도덕성 논란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주민 참여 민주주의를 왜곡한 사건”으로 본다. 행정 절차를 감시해야 할 언론이 검증 없이 수치를 확대 보도했고, 정치 세력은 이를 활용해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단체는 주민을 동원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이다.
경기도 감사에서도 허위 사실 유포가 실제 행정 판단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특정 사업을 넘어, 공공정책 전반이 왜곡될 위험성을 드러낸다.
▣“환경 갈등을 빌미로 한 정치 장사 멈춰야”
연천 고능리 매립장 논란은 단순한 환경권 문제가 아니다. 허위 서명과 정치 개입, 언론 왜곡이 결합된 복합적 사건이다. 그 결과, 주민은 갈등의 주체가 아닌 ‘동원 수단’으로 전락했다.
사법 판단은 진행형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 갈등을 빌미로 주민을 볼모 삼아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행태, 그리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부 언론의 책임이야말로 지방 민주주의를 흔드는 뿌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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