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의 한 건설 현장에서 '민원 해결'을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갈취해온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의 파렴치한 행태가 본보 취재 결과 드러났다.
심지어 이들은 자신들의 범죄 행위를 숨기기 위해 '마을 발전 기금'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을 내세웠다.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금융 거래 내역에 따르면, 해당 건설사는 2023년 10월 30일과 11월 29일, 두 차례에 걸쳐 총 2천만 원을 임초1리 마을 계좌로 송금했다. 이 돈은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강제로 뜯어냈다.
▣'영수증'으로 드러난 검은 거래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이 처음에는 '마을에서 민원을 안 할테니 마을 발전 기금 5천만 원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너차례 협상끝에 2천 만원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건설사가 돈을 입금한 후에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협박하며 추가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이 민원을 무기로 돈을 뜯어내는 행위는, 명백한 갈취에 해당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비록 개인이 돈을 착복하지 않았다고 해도, 민원 등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고발왕'과 '돈 갈취'는 같은 범죄
이번 사건은 지난 3년간 100여 건의 고발을 일삼으며 3,500만 원의 합의금을 챙긴 '고발왕' 사건과 본질적으로 같을뿐 아니라 동일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악성 민원을 금전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범죄 행위가 횡행하도록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한 가평군청의 무사안일한 행정 태도도 문제다. 공무원들이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민원을 민간인에게 떠넘김으로써, 결국 민원인의 금품 요구를 돕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수사당국의 즉각적인 수사 촉구
이번에 드러난 마을 이장과 부녀회장의 금품 갈취 사건은 가평군에 만연한 부패의 단면을 보여준다. '마을 발전 기금'이라는 미명 아래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갈취 행위에 대해 수사당국의 즉각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받은 돈의 사용처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또한, 가평군이 직무 유기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원 해결을 민간에 맡기는 관행을 철폐하고, 법과 원칙에 입각한 행정 서비스를 재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악성 민원'을 빙자한 금품 갈취 사건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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