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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평 산사태 원인 심층 보도, 숨겨진 '너래바위'가 재앙 키웠다

  • 정연수 기자
  • 입력 2025.08.07 17:31
  • 조회수 57,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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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전 가평읍 산유리 산사태 '판박이'

산사태현장.JPG

▲2020.8.3일 가평읍 산유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일가족 3명이 희생된 현장, 붉은색 원형이 산사태가 시작된 지점. 토사가 쓸려간 지점에 너래바위가 속살을 드러냈다.[사진/정연수 기자/ 무단복재 및 DB 절대금지]

 

경기도 가평군, 아름다운 산과 계곡으로 유명한 이곳이 최근 몇 년간 기록적인 폭우와 함께 반복되는 산사태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2020년과 2025년, 두 차례의 대규모 산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지형적 특성과 산림 관리의 맹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재앙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산사태 현장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너래바위', 즉 땅속에 숨겨진 넓고 평평한 암반이 토사를 미끄러뜨리는 '복병'으로 지목되면서, 가평의 산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본지는 가평 산사태의 주요 원인인 '너래바위'의 역할과 함께, '파이핑 현상', '잣나무 숲'의 취약성, 그리고 미흡한 산림 관리 정책이 어떻게 재앙을 키웠는지 분석하고,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한다.

 

가평군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반복되는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표면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너래바위’가 지목되고 있다. 

 

산유리바위.JPG 

▣ 2020년 8월 산유리 산사태,'너래바위'의 첫 경고

 

2020년 8월 3일, 가평군 가평읍 산유리에서 시간당 80mm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 속에 펜션이 토사에 매몰되며 일가족 3명(60대 여주인, 딸, 2세 손자)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산사태원점원형표시.JPG

 

이는 가평군에서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가 처음 기록된 사건으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고 현장 조사 결과, 산사태가 시작된 지점에는 폭 15미터, 길이 30여 미터에 달하는 평평한 바위, 즉 '너래바위'가 경사면을 이루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이 바위는 약 30cm 두께의 흙과 잡목으로 덮여 있어 평소에는 그 존재를 알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지표면을 통한 일반적인 관찰만으로는 중요한 지질학적 위험 요소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형적 특성이 재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기존의 산사태 위험 평가 방식에 근본적인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산림 당국이 이러한 '복병'의 존재에 대해 답답함을 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산사태 현장을 가로지르는 미끄럼틀, 너래바위

 

본지가 2025년 7월 20일 내린 폭우로 가평군에서 발생한 30여 곳의 산사태 현장을 확인한 결과, 5년 전 산유리 사고 지점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붕괴 지점에서 매끄러운 너래바위가 드러났다.

 

마일리산.jpg

 

조종면 마일리, 상면 율길리, 가평읍 승안리 등 피해가 컸던 지역들은 공통적으로 경사가 심한 너래바위 위에 흙과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율길리산사태.jpg

 

폭우가 내리면 흙과 바위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어 '파이핑 현상(Piping Phenomenon)'이 발생한다. 

 

이는 물이 흙속의 미세한 틈을 따라 흐르면서 토양을 쓸어내려 공동(空洞)을 형성하는 현상이다.

 

서강대연수원 입구.jpg

 

너래바위 위에 있던 잣나무들이 이 현상으로 인해 뿌리째 뽑히면서, 마치 미끄럼틀을 타듯 흙과 함께 빠르게 무너져 내리는 대규모 산사태로 이어졌다.

 

▣ 평상시에는 예측 불가능한 '복병(伏兵)’

 

이 너래바위는 평소에는 땅속에 숨겨져 있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가평군청 산림과 정지일 팀장은 “숨겨진 위험 요소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산사태 취약 지역을 지정하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데 큰 난관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승안리용추.jpg

 

가평군 발표에 따르면 2025년 7.20 폭우로 총 404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조종면 221건.북면 84건.상면 55건.가평읍 43건.청평면 1건으로 집계되었다.

 

가평군의 산사태는 단순한 폭우 피해가 아닌, 땅속에 숨겨진 너래바위라는 '복병'이 촉발한 재앙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재해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

 

땅속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도입하거나, 너래바위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별해 정밀 조사를 진행하는 등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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