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가평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의 원인으로 무분별한 벌목과 임도 개설이 지목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년 전, 국내 중견 건설사가 골프장 건설을 위해 벌목을 했다. 이번 7.20 폭우로 마치 스노우 스키장 슬로프 처럼 골짜기 10여 곳이 형성됐다.[사진/연인산 마일리 계곡 정연수 기자]
집중호우라는 자연적 요인과 함께, 인위적인 산림 훼손이 재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산림 개발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 7월 19일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 산사태는 14년 전 발생한 산불과 그에 따른 벌목의 영향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항공사진 분석 결과, 2011년 산불이 난 뒤 해당 지역에 대규모 벌목이 이루어졌으며, 이때 개설된 임도가 지반을 약화시켜 산사태에 취약한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7.20일, 하천이 범람하고 주택과 캠핑장이 매몰되는 피해를 입은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마일리 일대에서도 골프장 건설을 위한 벌목이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견 건설사가 연인산 기슭에 골프장 건설을 위해 3년 전 대규모 벌목을 감행했고, 이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산이 폭우에 무너져 내렸가도 이 마을 주민은 주장한다.
벌목된 산은 흡사 스키장 슬로프처럼 황톳빛 계곡 10여개를 만들어냈으며, 폭우로 떠내려온 잣나무 뿌리와 흙더미가 주택을 덮치고 계곡을 막아 범람을 유발했다.
이는 개발을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벌목이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재해 위험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주장은 주민들의 증언으로도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산사태가 발생한 이 마을 주민들은 "폭우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벌목 역시 산사태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평 조종면 마일리 마을 주민 신순남 씨는 골프장 측이 벌목후 방치해 둔 나무뿌리가 급류에 쓸려 주택을 덮친 것이라며 인재라고 주장한다.[사진/정연수 기자]
그러나 산림청은 "벌목이 아닌 엄청난 폭우로 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4일 산림청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산사태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며 벌목이 주된 원인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사례와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는 산림청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간토가쿠인대학의 사이토 히토시 교수가 발표한 논문 '산사태에 대한 숲 벌목의 효과'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벌목된 숲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벌목하지 않은 숲보다 무려 23~45배 많았다고 한다. 이는 벌목과 산사태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다.
또한,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도 산림청의 산사태 예방 및 조사 업무 부실이 지적된 바 있어 산림청의 '벌목 무관론'은 신뢰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감사원은 산사태 원인 조사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임도 관련 의견이 배제되었고, 부실한 복구 공사에 대한 제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산청과 가평 산사태는 단순히 자연재해로 치부하기 어려운, 인재(人災)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진행된 무분별한 벌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인 만큼, 산림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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