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짜에 익숙한 의회, 청렴 캠페인은 눈속임?

▲10일 오전 가평군 의회 사무과 직원이 주민에게 고소리 8박스를 받아 옮기고 있다.[사진/정연수 기자]
경기 가평군의회가 선물로 받은 고로쇠 8박스를 돌려줬다. 하지만 이는 환불이 아니라, 발각을 피한 ‘반품’에 가깝다. 기자의 카메라가 없었다면, 이들은 조용히 ‘고로쇠 잔치’를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음료 박스 몇 개가 아니다. 공직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공짜 문화’, ‘접대 문화’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 공짜에 익숙한 의회, 청렴 캠페인은 눈속임?
가평군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대낮에 버젓이 고로쇠 8박스를 받아들였다. 박스당 6만 원 상당, 총 50만 원어치다. 그런데 이들이 돌려준 이유가 무엇인가? 윤리적 판단 때문이 아니라, 기자의 카메라 때문이었다. 고로쇠를 나르던 손길은 한순간에 ‘위법’이라는 자각을 했을까? 아니다. 들켰기 때문에 돌려준 것뿐이다.
의회 입구에는 “민원인으로부터 감사의 선물도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청렴 캠페인 문구가 걸려 있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 버젓이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이 캠페인은 그저 보여주기식 구호에 불과하다.
2년 전에는 지역 한봉협회가 군수와 군 의장에게 20만 원 상당의 꿀을 선물했다. 그 직후 군이 채밀기 보조금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거래’가 있었을까?
▣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 법 위에 군림하는 의회?
고로쇠 사건은 명백히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동일인에게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수 없다.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금액과 상관없이 수수가 금지된다. 가평군의회가 지역 농가와 전혀 무관한 기관인가? 산림과에서 보관을 요청했다는 변명 역시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선물을 받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만약 기자가 보지 않았다면? 이들은 평소처럼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며 공짜 고로쇠를 마셨을 것이다. 이것이 가평군 의회의 민낯이다.

▣ 가평군의회, 청렴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들켜서 돌려준’ 행동이 아니라, 애초에 받지 않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 윤리다. 하지만 가평군 의회는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태도조차 갖추지 못한 듯하다. 과거 ‘꿀단지 사건’처럼, 그들은 계속해서 공짜 선물에 익숙해져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또 다른 ‘공짜’가 어디선가 오고 갈 것이다.
이제 가평군의회는 자성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을 스스로 위반하는 행위를 멈추고, 공직자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청렴 캠페인이 진짜가 되려면, 그저 벽에 걸린 문구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기자의 눈이 없었더라면, 가평군의회는 또 한 번 공짜를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감시의 눈길을 피해갈 수는 없다.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구태를 버리고, 공직사회에 신뢰를 회복할 때다. 더 이상 ‘고로쇠 잔치’ 같은 부끄러운 해프닝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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