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드라마가 공개 직후 세계 1위를 차지했다(사진=넷플릭스)
[경기도=NGN뉴스]양상현 기자=최근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화제다. 항간에서는 세월호 단원고의 학생들이 물에 잠겨 죽어가는 것을 드라마에서는 효산고 학생들이 좀비에 물려 죽어가는 것으로 대치해 상상하면서 감상한다면 이 드라마의 본질이 보인다고 호평 일색이다.
한 영화감독은 '너와 내가 좀비가 되어가는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살아남아내는 효산고 학생들로 부활한... 세월호 단원고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억울하게 죽은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위령곡이자 오구굿 한 판'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가 많지만, 필자는 다음 장면에 주목하고자 한다.
3화에서 좀비의 공격을 피해 같은 반 친구들이 방송실로 피난했을 때의 일이다.
같은반 나연이는 경수를 무시하고 증오한다. 기생수(기초생활수급자)라며 자신과는 다른 부류의 인간임을 부각시킨다.
나연이는 좀비에게 물리지도 않은 경수를 끊임없이 의심하다, 결국은 자신의 의심을 합리화시키고 지지 받기 위해 좀비의 피가 묻은 손수건으로 경수의 손등 상처를 닦아주는 척하며 결국 경수를 좀비로 감염시킨다.
좀비한테 물리면 감염되기에, 의심을 받던 경수는 녹음실에 자가격리된다. 1시간 후, 나연이는 녹음실로 들어가 경수에게 "내가 너를 의심한 것은 그럴만한 상황이어서 그랬던 거야. 그리고 아까는 진짜로 화가 났어. 지금도 화났고"라고 말한다.
또 "평소에 내가 너 무시했던 거 알지? 너 무시당할만하잖아. 임대 얘들 출입 금지시켜도 맨날 우리 아파트 가로질러 다니고. 그런데 너 따위가 나를 밀쳐? 사과하러 온 줄 알았어? 얘들이 다 네 편만 들잖아. 너 같은 것 때문에 내가 궁지에 몰렸잖아. 한 시간마저 채우고 나와. 영원히 안 나왔으면 좋겠지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생수 xx"라고 덧붙였다.
친구들은 나연이가 경수에게 잘못했다고 쏘아붙였지만, 나연이는 계속해서 "잘못한 것 없다"라며 "내 말이 맞으면 어쩔건대?"라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그럼 내가 너희들 다 살려준 것 인정할 거야?"라고, 경수에게 시선을 돌리며 "봐, 내 말이 틀린지 아닌지"라고 말한다.
손등의 상처를 좀비 혈액이 묻은 손수건으로 닦아 좀비로 변하며 코피를 흘리는 경수에 대해 나연이는 "봤지? 이래도 내 말이 틀려?"라며 자신의 의심을 정당화시킨다.
경수는 "나 (좀비) 아니야"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친구들은 "빨리 내보내라"라는 나연이의 주장에 동조한다.
경수는 "우리 다 친군데, 내가 왜 너희들을 물겠냐"라고 항변하지만, 나연이는 "우리 다 죽으면 선생님이 책임질 거냐"라며 따져 묻는다. "살아야 될 것 아니에요"라는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정당화시킨다. 최후의 심급인 셈이다.
좀비가 창궐하고 있는 교실 문밖으로 나서는 경수 뒤로 조롱하며 낄낄대는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환영으로 들린다.
그야말로 '증오의 좀비정치' 끝판왕이다.
이윽고 좀비로 변한 경수는 친구들을 공격한다. 감염된 인간은 극한의 공포심을 느낀 후에 오직 살기위해 상대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증오의 발산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학생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배반하는 것이라 결코 따를 수 없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증오를 선동하는 ‘좀비 정치’의 메커니즘만 존재할 뿐이었다.
앞서 표창원은 지난해 3월 출간한 ‘게으른 정의’에서 ‘좀비 정치’를 “우리 편은 ‘선’, 상대방은 ‘악’으로 규정하고 ‘다름’은 ‘틀림’으로 인식, 사실관계 확인이나 맥락, 입장 등은 무시한 채 상대방 혹은 의견이 다른 이를 무조건 공격하고 물어뜯는 정치”로 정의했다.
나연이는 경수가 좀비에게 물리지 않았다는 사실관계 확인이나, 창문으로 들어오려는 좀비를 막아내려고 컴퓨터를 집어 들어 내치다가 손등이 긁혔던 맥락, 친구들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다는 입장 등은 다 무시했다.
표창원은 “품격·논리·근거·존중·배려 등의 덕목과 가치를 내팽개치고, ‘적’으로 규정한 상대를 향해 잔혹하고 가학적인 공격을 퍼붓는 것만이 ‘정치’라고 착각한 이들”의 모습이 “뇌와 심장이 멎은 상태에서 물어뜯고 먹어치우는 기능만 남은 좀비”와 많이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과연 누가 진짜 좀비인지 헷갈려진다.
이들에게 대화나 타협은 죽음과 다름없는 재앙이다. 자신의 설 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극중의 나연이처럼 자신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음모론을 구사한다. 음모론은 공포심을 부추겨 적에 대한 ‘증오의 정치’를 정당화하며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급기야는 감염되지도 않았던 경수를 실제 좀비로 만들어 버린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좀비정치는 끊임없이 증오를 발산할 기회를 원한다.
지난 2016년 12월 ‘이재명의 대표적 4대 사이다’라는 동영상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그의 사이다 발언이 또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당시는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시기였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배운 게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착해서 상대 진영도 나처럼 인간이겠거니 하며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어설픈 관용과 용서는 참극을 부른다.”
이를 두고 강준만 교수는 지난해 발간된 '신동아' 11월호에서 "그 어떤 관용도 없이 상대 진영을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이재명의 호전성은 그를 유력 대선 후보의 지위에까지 올려놓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세상이 100%의 순도로 흑이나 백으로 나뉠 수 있다는 가정은 망상"이라며 "위험하고도 잔인한 망상"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드라마가 대선을 앞둔 '지금 우리 사회는'이라는 현상과 겹쳐 보이는 것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설 명절 볼만한 영화나 드라마가 없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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