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지개발 "25도 이하 경사도가 아닌 '복병 암반층'이 주범!"

8월3일 오전 산사태로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은 가평 산유리 현장, 토사가 유출 된 자리는 암반층으로 형성되어있다
[가평 NGN뉴스] 정연수기자=지난 8월 1일부터 내린 집중 호우로 가평군 관내에서만 총 100여 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인명과 재산피해도 컸다. 특히, 경기도 가평군 산유리에서는 8.3일 오전 산사태로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산사태로 가평군 관내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산사태로 가평~춘천을 잇는 국도 46호와 지방도로 곳곳이 통제되었다.
이처럼 산사태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산지개발행위 허가 시 경사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가평군의 산지개발행위 허가 경사도는 25도 이하로 쉽지 않다.
그리고 경기 북부 지역 각 지자체의 산지개발행위 경사도를 보면 포천·양평은 가평군과 같은 25도이며 의정부시 18도. 양주시 21도. 남양주시는 15~18도로 심의 대상이다. 의정부시. 남양주시. 양주시는 가평·포천·양평에 비해 임야보다 평지가 많기 때문에 타 시·군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자료 사진=2011년 7월 27일 춘천시 소양 댐 인근 산사태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평군의 현행 경사도는 9년 전 강화되었다. 지난 2011년 7월 27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펜션 5채를 덮쳤다. 이 사고로 인하대 학생 등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산지개발행위 허가가 대폭 강화되었다. 그런데 또다시 이러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일가족 3명이 희생된 산유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던진 말 때문이다. 이 지사는 산사태 현장을 살펴본 자리에서 “산지개발행위를 재검토해야”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산지개발 허가를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는 이 지사의 말뜻은 “경사도를 현행 보다 낮추어야 한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폭우로 가평군 관내에서 발생한 101건의 산사태 현장을 관찰하면 반드시 경사도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다.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도 산유리 사고도 인접한 산에서부터 산사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산사태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을 보면 토사가 휩쓸고 지나간 그 자리엔 길이 30여 미터 폭 15미터의 암반층으로 형성되어 있다. 속살을 드러낸 암반층은 마치 스노우 스키장 처럼 슬로프 역할을 했다.

(가평 산유리 산사태 현장...토사가 유출되면서 암반층이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산사태 지점은 반원형으로 발생하였으며 모두 암반층으로 지질이 형성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가평읍에서 이화리 산유리 복장리 설악면으로 연결되는 75번 국·지도에서도 이번 폭우로 5~6여 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75호 국.지도-가평읍~이화리~설악면. 집중오후로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이화리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도 토사가 유출된 그 자리에 급경사,암반층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 중 이화리 마을 앞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도 산유리 현장과 판박이 사고이다. 이곳도 암반층 위에 얹혀있던 토사가 유출되면서 도로가 막혀 한때 통제되었다. 지금도 현장에 가보면 토사가 유출된 그 자리엔 반질반질한 암반층이 마치 미끄럼틀처럼 남아있다. 산유리 현장처럼 암반층의 경사도는 50도 이상으로 가파르게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타원형(붉은 색 표시)으로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붉은색 표시선을 따라 암반층을 이루고 있다)
암반층 위에 얹혀있던 토사 틈으로 빗물이 스며들면서 이른바 파이핑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물을 먹은 토사는 비중이 높아져 결국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미끄럼 타듯 슬라이딩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폭우로 가평군 관내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산사태는 암반층과 연결고리가 되어있다. 이런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암반층이 숨어있는지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암반층이 마치“복병”처럼 토사로 덮여 있기 때문에 식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8.6일 가평 산유리 산사태 현장을 방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성기 가평군수 배영식 가평군의회의장)
지난달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일가족 3명이 숨진 산유리 산사태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을 살펴본 이 지사는 “산지개발행위에 대하여 경사도”를 언급했다. 이 지사가 경사도를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하여 “현행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자의적 해석을 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 지사의 발언이 “경사도 강화 쪽으로 무게를 둔 것이라면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가평군은 전체 면적의 84%가 임야로 형성되어 있다. 6개 읍·면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보면 쉽다. 가평군 전체면적은 84,682ha인데 임야는 6,395ha이고 농지는3.180ha 로 전체 면적의 3.75%에 불과하다. 논·밭은 거의 없다. 따라서 가평은 원주민을 제외하고 유입 인구 대부분이 임야를 개발해 전원주택과 펜션 영업을 하고 있다.
가평군의 평균 25도 이하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9년 전이다. 2011년 7월, 춘천시에서 산사태로 13명이 숨지는 사고를 계기로 경사도 28도에서 25도로 강화되었다. 이처럼 경사도가 강화되면서부터 가평군의 산지개발 허가 신청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임야를 갖고 있던 토지주들은 개발행위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재산권 행사도 못 하고 있다. 덩달아 토목 및 건축설계 사무실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토목을 하려면 중장비가 필요한데 허가 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장비업자도 울상이다. 그리고 건축을 하려면 레미콘, 전기, 설비, 난방 등등 분야별로 총 40여 가지의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건축 허가 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도미노 현상이 10년 가까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가평지역 건축사회와 가평군 측량사협회 관계자는 산지개발 경사도가 강화되면서부터 10년 가까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또다시 “경사도를 강화하면 관련 산업은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들은 특히 경사도를 또다시 강화하면 “인구 감소 및 고령화가 심각한 가평군의 인구 유입 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목 기술사 P 씨는 산사태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사도 강화가 아니라 “산지개발 허가 시 해당 토지 및 인접 토지의 지질조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사 P 씨는 그러나 타인 소유의 토지까지 지질조사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우선 허가를 받으려는 해당 토지라도 “지질조사를 의무화” 해서 암반층이 발견된 면적은 제척(허가면적에서 제외)하는 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토목 설계 및 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산사태로 고귀한 생명을 잃은 산유리의 경우 ”조립식 패널 근생시설”이라는 점을 교훈 삼아 ”주택 시공 방법에 대한 보완 및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성기 가평군수는 지난 8월 19일 언론 브리핑 자리에서 NGN 뉴스 기자가 “이재명 지사가 경사도 강화를 한다면 가평군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김 군수는 “가평군 지리적 특성상 경사도를 강화하는 것은 고려한 바 없다”며 “고려할 계획도 없다” 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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