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싫다는 여인, 혼인 신고 강제하는 꼴
[가평=NGN뉴스] 정연수 기자=가평군청 공무원 팀장 A 씨, “30년 공직생활에 이런 일은 처음 겪습니다.” 공무원 B 씨는 “MOU 체결을 안 해준다며 이유를 공문으로 밝히라는 데 정말 웃기는 일입니다.”
최근 가평군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런 말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연인즉슨 가평의 모 사단법인 단체가 자신들이 요구한 MOU를 체결해 주지 않는다며 공무원을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이 단체가 처음 가평군에 MOU 체결을 요구한 부서는 관광과였다. 그러나 관광과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관련 서류가 문화체육과로 이관됐다. 문화체육과도 퇴짜를 했다.
서류는 다시 자치행정과로 핑퐁 됐다. 지난 8월부터 벌어진 일이다.
내용을 검토한 자치행정과는 MOU 내용과 부합되는 관련 부서를 찾아보았으나 적절한 부서가 없어 석 달째 보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MOU를 요구한 단체 회장이 자치행정과 팀장을 찾아와 “왜 MOU 체결을 안 하는지 그 이유를 문서로 답”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먼저 MOU의 뜻부터 정확하게 설명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MOU란 투자에 관해 합의한 사항을 문서로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줄임말로 “양해각서”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MOU는 어떠한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쌍방 당사자의 기본적인 이해를 담기 위해 진행되는 것으로 체결되는 내용에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그리고 내용상 제한은 없으며, 쌍방 당사자의 원칙적인 합의가 표시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MOU는 대부분 best efforts to, endeavor, try to 등 구속력을 배제하는 표현을 쓰고, 명시적으로 MOU가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규정을 포함하기도 한다.
특히 MOU 즉 양해각서를 작성하였더라도 법률적 구속력이 없다.
이런 특성을 가진 MOU는 때에 따라 “업무제휴서, 사업제휴서, 이 두 가지를 합쳐 업무제휴 협약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적은 의외로 단순하다. 본격적인 업무에 앞서 MOU를 체결하는 것은 원활한 업무 진행과 공동협의를 통한 업무 및 친선관계 개선·대외 홍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굳이 실물이나 현금 투자가 없어도 흔히 하는 것이 MOU다.
특히 MOU는 어느 한쪽이 언제든지 별도의 절차 없이 백지화시켜도 책임이 없다. 법률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 월세 계약만도 못할 수도 있다.
어려운 말인 것 같지만 MOU란 쉽게 말하면 일종의 탐색전 또는 연인 사이에서의 밀월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연인이 밀당을 하다 어느 한 쪽이 헤어지자고 해서 “나와 사귀었으니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어떤 물건을 본 소비자가 물건이 마음에 들면 값을 물어본다. 이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가격과 부합되면 구매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다.
그런데 판매자가 터무니없는 값을 이야기하면 소비자는 등을 돌린다. 이때 판매자가 가격만 물어보고 왜 안 사냐고 소비자에게 면박을 주거나 값을 물어보았다며 물건을 강매하는 일은 없다.
일정 업무를 시작하기 전 쌍방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이견이 없다고 생각되면 이루어지는 절차가 MOU다.
마치 와이셔츠를 입는데 첫 단추를 끼우는 것 보다 못한 것이 MOU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아니면 말고 식이 될 수 있는 데도 MOU를 체결하는 이유는 서로의 신뢰를 서류로 남기자는 의미로 작성된다.
그리고 “MOU를 좋아하는 사람일 수록 일종의 과시욕 또는 서류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사기꾼들이 주로 관공서와의 관련 서류를 과시하는 사례와 흡사하다.
가평군에 MOU 체결을 안 해준다며 그 이유를 공문으로 밝히라며 공무원을 괴롭히고 있는 단체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가평군청 소회의실에서 “가평균 40일에 한 번꼴로 각종 MOU를 체결해 MOU 제공 공장”이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고 있는 이 단체가 왜 가평군과 MOU를 체결하려고 생떼를 쓰고 있는지 가평군민은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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